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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은 연금 삭감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한 달 동안 전국을 순회하며 국민연금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8월 17일 국민연금 제도발전위원회 등이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크게 일자 여론을 수렴하겠다며 연 토론회다.

시도별로 토론회를 한 차례만 한데다 토론회마다 인원을 150여 명으로 제한해, 국민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가 무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다양한 불만과 요구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불신이다. 가뜩이나 국민연금이 노후 생계에 턱없이 부족한데, 5년에 한 번씩 기금이 고갈된다고 난리를 치며 보험료를 인상해 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국민연금이 삼성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돕느라 수천억 원 손실을 본 일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쉬이 잊히지 않을 듯하다.

현재 국민연금은 2007년에 바뀐 제도에 따라, 소득의 9퍼센트를 보험료로 내고, 자기 평균 소득의 45퍼센트를 65세 이후에 연금으로 받는다. 2007년 이전에는 평균 소득의 60퍼센트를 연금으로 받게 돼 있었는데, 당시 노무현 정부가 기금 고갈론을 내세워 2028년까지 이를 40퍼센트까지 낮추도록 개악했다. 2008년에 50퍼센트로 낮췄고 그 뒤로는 매년 0.5퍼센트포인트씩 낮추도록 해, 2018년 현재 45퍼센트다.

이조차 보험료를 40년 동안 내야 받을 수 있다. 실제로는 40년간 연금을 내는 경우가 별로 없어서, 연금액은 자기 평균 소득의 20퍼센트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생긴 지 얼마 안 돼 그런 것이라고 둘러댄다. 하지만 현재 고용 상황으로 보건대 이는 향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듯하다. 현재 연금 수급자의 절반 이상은 30만 원도 못 받는다. 적절한 생활비나 노후에 치솟는 병원비 등을 고려하면 ‘용돈 연금’이라는 말조차 후하게 보일 지경이다. 2015년 기준으로 50대 이상 한국인이 필요로 하는 월평균 노후 적정생활비는 부부 기준 236만 9000원, 1인 기준 145만 3000원이다.

이런 사정에 비춰 보면, 이번에 발표된 ‘개혁’안은 어느 모로 봐도 개혁안이 아니다. 보험료는 올리지만, 연금 인상 계획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10월 말에 정부안을 확정하겠다며 눈치를 살피고 있지만, 선택지로 제시된 안들이 모두 보험료 인상을 전제로 한다. ‘더 내고 지금대로 45퍼센트를 받을지’ 아니면 ‘많이 더 내고 예정대로 40퍼센트만 받을지’ 고르라 한다.

보완책?

문재인은 여론이 나빠지자 법률에 ‘지급 보장’ 등을 명시하는 ‘보완책’을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 마나 한 얘기다. 정부가 의무적으로 보험료를 징수하는 마당에 정부가 지급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법률 규정이 있느냐 없느냐는 전혀 쟁점이 아니다. 600조 원을 쌓아 두고도 노인 빈곤을 방치하는 것, 앞으로 이렇게라도 받으려면 보험료를 계속 인상해야 한다는 것, 바로 이런 정부의 태도가 불신을 낳고 있다. 대체 정부가 탐욕스러운 보험업자들과 뭐가 다른 것인가.

현재의 노인들을 빈곤한 상태로 방치하는 한, 연금에 대한 ‘불신’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미진

문재인이 내놓은 또 다른 보완책도 불신만 가중하고 있다. 이른바 ‘다층 노후 소득 보장 강화’이다. 한마디로 국민연금이 아닌 다른 노후 대책을 강화하라는 얘기다. 쥐꼬리만 한 데다 어지간한 소득만 있으면 깎이는 기초연금, 보험사들에만 이익이 되고 갈수록 형편없어지는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이 보완책이라는 것이다. 정부도 못 믿겠는데 민간 보험사들에 의존하라는 얘기이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퇴직연금은 수익률이 은행 이자보다도 낮아서 대부분 일시금으로 받아 간다. 개인연금은 사실상 적금과 크게 다를 바 없어서, 소득이 상당히 높지 않은 한 노후 대책이 되기 어렵다.

사실 ‘다층 노후 소득 보장 강화’는 유럽 정부들이 1970년대 이후 추진한 정책이다. 공적 연금을 삭감하고 민간 보험사들은 ‘연금 상품’ 판매로 이윤을 얻게 해 주는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악이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은 ‘국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를 강조했다. 민주노총 등의 참여로 곧 출범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노사정대표자회의, 이하 경사노위)에 관련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정부 자신이 신자유주의적 연금 개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특별위원회 논의가 순조로울 것 같지는 않다. 최근 규제프리존법 제정 등에서 보듯이, 문재인 정부는 경기 악화에 대응해 신자유주의적 처방으로 점점 더 나아가고 있다.

특별위원회

당장에 이 특별위원회의 이름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노후소득보장 특위’라는 이름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국민연금 개선이 아니라, 다른 노후소득 보장 방안으로 눈을 돌리려는 것이다.

특별위원회에는 사용자 대표도 참여한다.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보험료 절반을 부담하므로 보험료를 인상하는 모든 계획에 반대하고 민간 연금 활성화를 지지한다.(그렇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보험료 인상에 반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정부는 이 특별위원회에 전권을 맡길 생각도 없어 보인다. 아직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 국무회의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별위원회에서 합의가 되더라도 법률 개정 절차가 남아 있으므로 결국 최종 논의 테이블은 국회가 될 것이다. 당연히 그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2012년처럼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끌다가 현상 유지로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문재인이 약속을 깨는 일은 이제 일상다반사다.

따라서 특별위원회에서 진정한 국민연금 개혁안, 즉 노동자들의 보험료 부담을 낮추고 연금은 정말로 노후 대책이 될 수준으로 인상하는 합의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민주노총은 연금 지급액을 인상하고(자기 평균 소득의 50퍼센트로) 사각지대를 없애는 등 실질적인 개혁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를 성취하려면 문재인의 신자유주의적 처방에 맞선 저항을 건설해야 한다. 10월 16일로 예정된 국민연금개혁 민주노총 결의대회는 그런 결의를 다지는 장이 돼야 한다.

이 점에서 민주노총이 국가의 재정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하면서도 보험료 인상에 반대 뜻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공공운수노조는 보험료 2퍼센트포인트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험료 인상이야말로 노동자들에게 복지 부담을 떠넘기는 신자유주의적 복지 개악의 핵심이다.

노동운동 내 좌파는 문재인 정부 연금 개혁의 본질을 폭로하고 노동자들이 이에 저항할 수 있도록 돕는 구실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