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4차 산업혁명이 노동의 미래를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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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기술 혁신과 노동자들의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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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첫째 이유는 지난번에 설명했고, 둘째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개별 자본가들은 다른 자본가들과의 경쟁에서 앞서려고 새 기술에 투자한다. 덕분에 자본주의는 생산 방식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자본주의는 전례없이 역동적인 체제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동학 때문에 자본가들은 점점 더 최신 기계와 설비에 투자해야 하게 된다. 이른바 “로봇 혁명”도 이와 같은 장기 경향의 일환이다. 그에 따라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가 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한 투자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다. 마르크스는 이것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한 법칙이라고 했다.
노동절약형 최신 기술의 보유는 개별 자본가에게는 더없이 좋은 일이다. 경쟁 자본가들을 물리치고 그들의 이윤 몫을 가로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제 전체로 보면 이는 문젯거리가 된다. 모든 자본가들이 노동절약형 설비를 도입하면, 노동 대비 생산수단 투자 비율이 체제 전체에 걸쳐 크게 증가해, 이윤율이 하락한다. 이윤의 원천은 노동자를 착취해 창출된 잉여가치이기 때문이다. 자본의 유기적 구성(사용된 노동력의 가치에 비한 생산수단 가치의 비율)의 지속적인 증가는 자본주의가 이윤율 위기로 나아가는 경향의 결정적 요인이다.
그러나 체제의 위기는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가 노동력보다 훨씬 빨리 증가하는 경향을 둔화시킨다. 투자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윤 수준이 뒷받침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본가들이 투자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점점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컨대 자본가들의 생산성 증대 추구와 그것이 수반하는 이윤율 위기 사이에 모순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완전한 로봇 자동화 같은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마르크스가 주장했듯이, “자본주의 생산의 진정한 걸림돌은 자본 자체”인 것이다.
사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로 알려진 것들, 가령 센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역사는 그다지 짧지 않다. 체스를 두는 인공지능은 이미 1950년대에 평균적 인간의 수준을 능가했다. 1960년대 인공지능의 빠른 발전 덕분에 당시 많은 사람들이 가까운 미래에 생각하는 로봇이 등장해 인간 노동을 대체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마이클 로버츠가 지적하듯이, 1960년대 이후 자본가들은 로봇 공장이 아니라 낮은 기술 수준의 노동집약적 생산설비를 세계적으로 재배치하는 데 눈을 돌렸다. 그리고 각국 정부는 방위산업 분야나 군사 연구에 예산을 집중 책정했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신기술 투자 붐이 일고 있는 것처럼 과장하지만, 장기적인 세계경제 침체는 자동화 속도를 제약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잘리거나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거나
인공지능 로봇이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인간 노동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리라는 이 같은 전망은 노동계급이 일자리 걱정 없이 잘 살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필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인공지능 로봇이 결코 자본 축적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별 자본들의 생산성 제고가 체제의 이윤율 하락을 가져오는 경향 때문에, 자본주의 하에서 로봇 도입의 증가는 번영과 풍요보다는 경제 위기와 사회 불평등의 지속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공지능에 관한 환상을 거둬 내고 보면, 로봇은 결국 기계다. 로봇 자동화의 확산은 자본주의 하에서 지속돼 온 기술 혁신과 노동이라는 문제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다.
즉, 개별 자본가들은 경쟁에서 이기려고 최신 기계를 도입한다. 이런 설비투자에는 언제나 해당 업무에 필요한 노동자 수의 상대적 감축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제정신인 사회라면 노동절약형 기술을 도입하면 노동자들이 더 짧은 시간에 더 수월하게 일하게 되겠지만, 자본주의의 현실은 정반대다. 자본주의 하에서 기술 혁신은 노동자들을 쫓아내고, 안 쫓겨난 노동자들이 더 고되게 일하도록 하는 노동과정을 고안하며, 노동 통제를 강화한다. 특히, 기술 진보가 급격한 시기에는 최신 기계가 구식이 되기 전에 효과를 뽑아 내려고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교대제와 탄력근로까지 곁들인다.
물론 전체 노동자 수가 항상 줄어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이 확대될 때는 전체 노동자 수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총투자의 확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노동 대비 자본의 투자 비율이 높아지면 이윤율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게 되고, 결국 생산은 위기를 겪게 된다.
그러면 자본가들은 수익성 문제를 극복하고자 착취를 강화한다. 임금을 억제하거나 깎고, 노동자들을 일부 내쫓고, 더 적은 인원으로 더 오래 더 열심히 일 시키려 한다.
이런 이유로, 신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 혁신은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