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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새 잠정합의:
투쟁 제약은 완화됐지만, 임금 삭감은 여전하다

12월 27일에 나온 현대중공업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많은 노동자들이 비판하자, 현대중공업지부는 사측에게 몇 가지 수정을 요구했다. 그리고 1월 7일 노조는 다시 잠정합의를 했다.

새 잠정합의안은 파업을 자제하겠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그리고 노조가 사측 비판을 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투쟁을 스스로 규제하겠다는 약속들도 삭제했다. 노동자들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는 내용이 다소 수정된 것이다.

그러나 새 잠정합의안에도 여전히 문제점들이 많이 남아 있다.

우선, 기본급 동결은 그대로다. 지난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는데도 사측은 보상은커녕 노동자들에게 계속 고통을 전가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도 사측은 해양사업부 노동자 600명에 대한 유급휴직을 추진했다. 그렇게 되면 해당 노동자들은 임금의 70퍼센트만 받게 된다. 안 그래도 해양사업부 노동자들은 순환휴직, ‘희망퇴직’ 등에 시달려 왔는데 말이다.

심지어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 수년간 임금·조건 삭감으로 벌어들인 이익 중 2900억 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900억 원 가까운 돈이 정몽준·정기선 총수 일가에게 돌아간다. 노동자들은 계속 쥐어짜면서 총수 일가는 배당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게다가 같은 날 잠정 합의한 현대중공업 분할사인 지주회사는 기본급을 더 많이 인상했고 성과급도 더 많이 지급하기로 했다. 곧 잠정합의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설기계와 일렉트릭도 기본급과 성과급·격려금이 차등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려는 것이다. 지난해에 사측은 성과급 등을 차등 지급하더니 이번에는 기본급 인상률까지 차등 적용했다.

당장 임금이 많이 오르는 노동자들에게 이런 협상이 유리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해 높은 성과급을 지급했던 일렉트릭의 실적이 나빠지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사측은 각개격파로 노동자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공격한 것이다.

따라서 사측의 이간질을 거부하고 임금을 함께 올릴 수 있도록 단결하는 게 중요하다.

이간질

둘째, 새 잠정합의안에서 파업 자제 약속은 빠졌지만, “수주, 생산, 품질, 안전을 위해 협력한다”는 합의가 들어가 있다. 이 또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 사측의 구조조정 공격에 직면한 노동자들이 수주와 생산에 “협력”하면서 공격에 맞설 수 있을까? 이번 합의가 “고용안정 쟁취”에 중점을 둔 결과라는 노조의 설명이 무색한 이유다.

더욱이 사측이 연초부터 “혁신적인 원가 절감”을 외치고 있는 마당에 노조의 협력 약속은 노동자들의 조건 후퇴 압력에 더 취약해지도록 만들 수 있다.

셋째, 사측의 노조 개입에 대한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해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사측의 노조 개입에 항의해 투쟁을 벌였다.

그런데 지난 1차 잠정합의안에서는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할 경우”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이미 벌어진 사건에 대한 사측의 책임을 면해 줬다. 이번 새 잠정합의안은 “현재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 대책과 위법 사항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하겠다고 해서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측이 어떤 조처를 취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사측은 얼마 전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이 사찰한 자료를 제시하며 노조를 협박했다고 한다. 그런데 노조는 이런 협박을 폭로하고 투쟁하는 게 아니라 협박을 무마하는 대신 검찰 고소를 취하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사측은 버젓이 노동자들의 항의를 무시하고 노조가 고소를 취하해 주는데, 사측이 모호한 합의 문구를 과연 성실하게 이행할지 의문이다.

이 밖에도 노조가 스스로 투쟁을 통제하는 조항을 삭제하긴 했으나, “회사와 노동조합은 향후 단체협약과 노동관계법을 성실히 준수”하겠다고 약속해 투쟁을 통제할 여지를 남겼다.

그리고 1차 잠정합의안과 마찬가지로 새 잠정합의안에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합의가 없다.

종합하면, 새 잠정합의안은 1차 잠정합의안보다 노동자들의 행동을 제약하는 부분이 완화됐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조건을 후퇴시킬 수 있는 내용이 많다. 따라서 새 잠정합의안을 반대해야 한다.

현장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조합 투사들은 비판적 활동을 통해 잠정합의안에 실망한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유지하고 이후 투쟁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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