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잠정합의:
총수 일가는 수백억 배당 잔치하면서 또 임금 깎자는 현대중공업 사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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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임단협을 진행하던 현대중공업지부는 12월 27일 사측과 잠정 합의했다.
지난 수년간 계속된 구조조정으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고용이 불안했고 임금
하지만 이번 잠정합의안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 노동자들의 열망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우선, 올해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 수년간 기본급이 동결됐는데 또 동결이다. 임금뿐인가?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노동강도가 올랐다. 그래서 올해 초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일하다 숨졌다.
그러나 사측은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사측이 해양사업부 노동자 600명을 유급휴직으로 내몰았다.
올해 수주가 조금 회복됐지만, 여전히 조선
하지만 노동자들은 불황에 책임이 없다. 불황을 불러온 투자를 결정한 건 사측과 정부다. 노동자들에게 계속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전가하려는 파렴치한 짓이다.
게다가 뻔뻔하게도 현대중공업 사측은 구조조정으로 얻은 수익 중 2900억 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해, 총수 일가 정몽준
부적절한 잠정합의
이번 잠정합의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 “수주와 생산에 지장을 주는 행동을 자제한다”, “사업 분할, 지주사 전환
아무리 사측이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다고 하지만, 이런 합의는 노동자들을 위축시켜 이후 벌어질 사측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사측은 2015년에도 구조조정 중단 선언을 했다가 조선업 상황이 더 어려워지자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한다고 했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
이번 잠정합의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내용도 없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지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사내하청지회와 조직을 통합했다. 그래서 “1사1노조라면 당연히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내용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이른바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한 노사 합의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폭로된 사측 문건은 사측이 일상적으로 노동자들을 감시하고 성향을 분류해 체계적으로 친사측 노동자들을 관리했음을 보여 줬다. 오히려 사측이 제대로 사과하고 실질적인 재발 방지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상호 신뢰”를 말하며 마치 노사 쌍방 모두 모종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처럼 잠정합의안은 구조조정을 막고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하기에는 부족할 뿐 아니라 투쟁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는 내용도 꽤 있다.
그래서 잠정합의안이 나오자마자 현장 노동자들의 반발이 상당했다. 결국 노조 지도부는 잠정합의를 유보하고 몇 가지 수정안을 사측에게 제시했다. “수주와 생산에 지장을 주는 행동을 자제한다”를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내용으로 바꾸고, “위법한 노조 활동”에 대한 자체 규제 합의와 사측의 부조리를 비판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삭제
이 수정안을 사측이 받을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설령 사측이 수정안을 전부 수용한다고 해도 앞서 비판한 잠정합의안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따라서 수정안의 수용 여부와 무관하게 이번 잠정합의안을 반대해야 한다. 노조는 잠정합의안을 즉시 폐기하고 다시금 투쟁에 나서야 한다.
들리는 말로는 사장이 노조 지부장과의 독대
오히려 노조가 사측의 협박을 노동자들 앞에서 폭로하고 투쟁을 선포했다면 거꾸로 사측을 압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노조 지부장의 사장 독대 관행도 비판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밀실 논의는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비민주적 관행이다.
다행히 현장에서는 잠정합의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부 대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투사들은 잠정 합의를 철회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투쟁을 위해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