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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교사 파업:
미국 교사들이 투쟁의 모범을 보여 주다

로스앤젤레스 교사들이 임금, 교육 조건, 교육 민영화에 맞서 벌인 파업은 도널드 트럼프와 사장들에 맞선 미국 노동계급의 힘을 보여 줬다. 알리스터 패로우가 파업 교사들과 학부모들을 만나 인터뷰한 소식을 전한다.

파업 교사들 ⓒ출처 Milwaukee Teachers' Education Association(플리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만든 뒤틀린 사회에 맞선 저항의 중심에 노동자 파업이 있다.

미국 노동계급 투쟁이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기에 이번 투쟁은 더욱 각별하다. 미국 노동운동은 그간 패배와 배신으로 얼룩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사 파업이 저항의 선두에 서 있다.

2018년에는 주로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교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저항의 물결이 이어져, 이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교사 약 3만 3000명이 파업에 나서 임금 인상, 교육 조건 개선 요구를 쟁취했다. 이번 파업은 민주당 친화적 인사들의 민영화 예찬론에도 도전하는 것이었다.

로스앤젤레스 교사 파업은, 트럼프에 맞선 저항은 [민주당의] 선거운동으로 수렴해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주장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다.

파업 교사 니콜 페퍼먼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파업 덕분에 민주당 지도부가 했던 선택들이 어떤 것이었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중 일부는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것이었어요.”

학부모 팔로마 프레스널은 이렇게 말했다. “파업은 교육 민영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줬어요.”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공교육 민영화의 첨병이다.

‘차터스쿨’[자율형 공립고]은 그런 공교육 민영화 드라이브의 일부다. 차터스쿨 때문에 학교가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나고 교육 규제가 완화된다. 차터스쿨은 영리 추구 방식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 창립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민주당 후원자이자 차터스쿨 예찬론자다. 헤이스팅스는 차터스쿨에는 “선출된 학교운영위원회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교육 민영화에 맞선 투쟁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 모두 민영화를 밀어붙이려 나설 것이다. 그러나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교육 노동자들이 투쟁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다.

성공

페퍼먼은, 교사 파업은 민영화에 맞선 투쟁의 장이라고 주장했다.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파업 덕에] 사람들에게 더 자신 있게 [파업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됐어요. 교육이 민영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에 관해 많은 것을 알려야 해요.

“파업 덕에 이 쟁점이 수면 위로 부상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죠. 이제 [민영화 때문에]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얘기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차터스쿨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 질문하고 있어요.”

파업 중에 학부모와 학생들을 비롯한 대중이 광범한 지지를 보낸 것이 굉장히 중요했다. 페퍼먼은 이렇게 지적했다. “[그런 지지를] 과소평가해선 안 됩니다. [파업을 벌인] 1주일 동안 5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파업에 영향받았어요.

“노조에서 파업 찬반 투표를 할 때까지만 해도 도시 전체가 멈출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어떤 여론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로스앤젤레스 거주자 중 80퍼센트가 파업을 지지했다.

프레스널은 이렇게 말했다. “도시 전체가 파업을 지지했어요. 시 당국이 운영하는 공원과 여가 시설이 개방됐어요. 심지어 [학교 수업 시간인]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추가로 인력이 배치되기까지 했어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박물관들을 무료 개방했고 교육 자료들을 더 비치하기도 했어요.

“[파업 중에도] 학교가 운영됐지만, [파업을 지지하는]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어요.

“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에는, 학생 15퍼센트만이 등교했어요. 그중 많은 수는 학부모들이 파업을 지지하지만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등교시킨 것이었어요.”

프레스널은 학부모들이 어떻게 “상부상조”했는지 묘사했다. “[학교에 나가지 않는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결근할 수 없는 학부모들을 대신해 번갈아 가며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보육 시설을 물색했어요.”

파업 요구가 매우 정치적이었기 때문에 지지가 이렇게 모였던 것이다. 프레스널은 이렇게 말했다. “교사 파업이 그저 임금 인상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널리 이해하고 있었어요.”

시민권

페퍼먼은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고등학교 교사예요. [저희 학교에서] 거의 모든 학급에서 학급당 학생 수가 40명이 넘어요. 이건 시민권 침해입니다.

“시 교육위원회[교육 당국]는 학급당 학생 수를 50명까지 늘리려고 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제기하자 교사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로스앤젤레스통합교육구(LAUSD)는 미국을 통틀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시에 수색을 하는 세 곳 중 하나다.

소수인종 학생들이 불비례하게 자주 이런 수색 대상이 된다.

학생들은 파업 교사들이 ‘학생 대상 수색 중단’ 요구를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학생들이 스스로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학생들은 교육운영위원회[한국의 교육청에 해당] 회의장 앞에서 시위를 벌여, 로스앤젤레스통합교육구 이사장 오스틴 버트너가 회의장을 나와 학생들과 직접 교섭하라고 요구했다.

투쟁이 로스앤젤레스를 넘어 다른 곳으로도 번지고 있다. 버지니아주 교사 수천 명이 공립학교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1월 28일 파업에 돌입했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교사들은 파업 찬반 투표 중이다. 오클랜드 교사들은 로스앤젤레스 교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 인상, 학급당 학생수 제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오클랜드교육노조(OEA) 조합원은 약 3000명이다. 개중에 적잖은 조합원들이 집단적으로 병가를 내는 비공식 “연가 투쟁”에 돌입했다. 1월 17일 하루에만 수백 명이 연가 투쟁에 동참했다.

콜로라도주 덴버의 교사들도 투쟁에 동참하고 있다. 1월 22일, 6천 명이 넘는 덴버교원노조(DCTA) 조합원들이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는 파업 찬반 투표를 벌였다. 93퍼센트가 파업에 찬성했다.

미국 교사 파업은 트럼프에 맞서 미국 노동계급이 민주당에 의존하지 않고 고유의 힘을 발휘할 잠재력을 보여 준다.


노조 지도부의 술책에도 승리를 거두다

기층 조합원들은 사장들의 술책에 맞서기도 했지만, 노동조합 지도부의 술책에도 맞서야 했다.

로스앤젤레스통합교사노동조합(UTLA)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협상을 그만두기까지 20개월이 걸렸다. 조합원 98퍼센트가 파업 찬성에 투표했는데도 말이다.

애초에 UTLA는 1월 10일에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지도부는 나흘 미뤄 14일에 파업에 돌입했다.

UTLA 지도부는 조합원들이 [찬반 투표 전에] 40페이지짜리 단협안을 검토할 시간을 단 3시간만 줬다. 그 3시간 동안 조합원들은 학교로 돌아가면서 합의서를 검토해야 했다. 조합원들이 읽고 토론할 시간이 거의 보장되지 않았던 것이다.

노조 지도부가 이런 술책을 부린 것은 유감이지만, 파업 노동자들은 요구를 상당 부분 쟁취했다. 학교에 상담사를 추가 고용하게 된 것도 그중 하나다. 단협 결과에 따라, 교육운영위원회는 [상담사를 추가 고용해] 상담사 한 명당 학생 500명 비율을 맞춰야만 한다.

파업 이전에는 상담사 한 명당 학생 690~890명 비율이었다.

약속

페퍼먼은 단협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합의서] 1조 5항 삭제 여부라고 지적했다. 이 조항이 포함되면 학교 경영진의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약속이 모두 뒤집힐 수 있게 될 터였다.

페퍼먼은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버트너는 [이 조항을 넣어서] 막판에 협상을 무(無)로 돌리려 한 거예요.” 이번 합의에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규모는 학급당 2명으로 적은 수준이지만, [이 조항이 삭제됐기 때문에] 앞으로 협상에서는 학교 경영진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교사들이 이번 합의 이상을 원한다.

이번 합의로 임금이 6퍼센트 인상됐고,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비(非)교원 학교 노동자를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파업 교사 앤 스카톨리니는 [이번 합의 결과를] 이렇게 평했다. “‘힘든 시기’에 입에 풀칠이라도 하라고 교사들이 교육운영위원회에 무이자로 대출해 준 것을 일부만 상환받은 것일 뿐이다.” 스카톨로니는 2008년 금융 위기 후 교사들이 임금 동결과 실질임금 삭감에 시달렸던 것을 염두에 두고 이렇게 말한 것이다.

성과가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로스앤젤레스 교사들은 미국의 다른 모든 교사 파업이 쟁취한 것들 대부분을 따냈다. 그리고 사장들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노동자의 힘을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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