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사 파업:
노동자들이 반(反)트럼프 운동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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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고 인종차별적인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는 규탄의 외침에도 꿈쩍 않을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트럼프에 맞서 싸우는 최고의 방법을 노동자들이 보여 주고 있다.
[학기 시작 둘째 주 월요일인] 1월 14일,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통합교육구(LAUSD)에서 일하는 LA통합교원노조(UTLA) 소속 조합원 약 3만 4000명이 파업에 돌입했다. 교사들은 노동량이 너무 많고, 학급 규모가 지나치게 크며, 비 교원 학교 노동자가 턱없이 부족하고, 학생들의 시험 부담이 너무 큰 것을 규탄하며 투쟁에 나섰다.
로스앤젤레스통합교육구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교육구로, 학생 60만 명 이상이 이번 파업의 영향을 받는다.
이번 파업은 지난해 미국 곳곳에서 벌어진 교사 파업 물결에 뒤이은 것이다. 지난해 교사 파업을 보면,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지 힐끗 볼 수 있다.
같은 날, 멕시코 국경 도시 마타모로스에서 노동자 7만 명이 파업에 나섰다. 노동자들은 임금 20퍼센트 인상, 성과급 지급, 주당 40시간 노동을 요구한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멕시코 국경 지역에는 “마킬라도라”[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한 수출 상품 조립 공장] 3000여 곳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노동자 약 100만 명이 기근을 간신히 면할 수준의 낮은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노동조건 하에서 일한다.
마타모로스 노동자들은, 파업을 중단하고 작업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해고될 것이라는 어용 노동조합 관료들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1월 16일에 총파업에 나서자고 동료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파업은 개혁 성향 신임 멕시코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의 새 자유경제구역 발표에 뒤이은 것이다. 대통령 오브라도르는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을 따라 자유경제구역을 새로 설정하겠다고 했다.
저항
이 지역이 자유경제구역으로 지정되면 많은 멕시코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게 될 것이다. 마타모로스 노동자들이 그토록 저항하는 바로 그런 조건 말이다.
지난해 미국 교사 파업에서 공통으로 볼 수 있었던 모습은, 노동자들이 노조 지도부의 배신적 타협을 거부하고 계속 투쟁한 것이었다.
지난해 교사 파업들은 대체로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미국 민주당은 공교육을 수호하기는커녕 미국 전역에서 자립형 사립고(‘차터스쿨’) 제도를 도입해 왔다.
한편, 트럼프가 민주당 정치인들을 협박해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약 50억 달러를 얻어내려는 데에 맞서, 미국 곳곳에서 저항이 벌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파업과 시위가 분출하고 셧다운(연방정부 폐쇄)이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는 백악관에 틀어박혀 전미 대학 미식축구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클렘슨대학교 미식축구팀과 노닥거렸다.
그런데 셧다운 때문에 [대통령과 미식축구 선수들이 함께하는] 축하 파티 음식을 마련할 노동자들이 일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트럼프는 운동선수들에게 “맥도날드, 웬디스, 버거킹 햄버거와 약간의 피자”를 사 먹이는, 그의 임기 중에도 손에 꼽을 기이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미국 교사 파업은 노동자들이 가진 힘을 보여 주는 생생한 사례다. 이런 투쟁이 더 커진다면, 트럼프와 세계 곳곳의 트럼프 지지자들을 한꺼번에 날려 버릴 운동의 기틀을 노동자들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노동자들에게는 이 체제 자체를 멈출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