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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미국이 지원하는 쿠데타 위협에 처하다

니콜라스 마두로를 방어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베네수엘라인들 ⓒ출처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

베네수엘라는 미국이 후원하는 우파 쿠데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자 야권 주요 인사인 후안 과이도는 1월 23일에 열린 반정부 시위에서 “임시 대통령”을 자처했다. 현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1월 27일 과이도는 마두로를 공격하는 반정부 시위를 열었다. 이날 시위에서 과이도는 마두로가 대선 재선거 계획을 [27일부터 셈해] 8일 안에 발표하라고 요구했다. 마두로는 이를 거부했다.

미국과 다른 서방 강대국들이 과이도를 강력 지원하고 있다.

1월 26일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미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는 이렇게 말했다. “자유 세력을 지지하지 않으면 마두로 정권의 대혼란과 [운명을] 같이할 것이다.” 캐나다, 이스라엘, 영국 등이 미국의 편에 섰다.

영국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는 과이도가 집권하면 “베네수엘라가 고통의 시절을 뒤로 하고 새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총리 테리사 메이도 과이도를 지지하고 나섰다. 총리실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회와 후안 과이도 의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 모두 과이도의 대선 재선거 요구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러나]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는 대변인을 통해 이렇게 발표했다. “마두로가 여전히 베네수엘라 대통령입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어떠한 개입도 반대합니다.” 코빈의 뜻처럼, 영국 노동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국주의적 개입에 일절 반대해야 한다.

과이도의 정당 ‘국민의 의지’당은 영국 노동당과 제휴 관계에 있는 정당이다. 그러나 그 당의 민주적 이미지는 얄팍한 허상에 불과하다.

2018년 10월 브라질에서 극우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당선한 직후 과이도가 취한 태도를 보면 그의 정치적 성향을 알 수 있다.

“민주주의와 인권”?

과이도는 보우소나루를 “민주주의와 인권의 수호자”라고 찬양했다. [그러나] 보우소나루는 좌파 성향 공무원들을 해고했고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 공격에 나서고 있다.

과이도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반동적인 자들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 나섰다. AP통신은 이렇게 보도했다. “[2018년] 12월 중순, 과이도는 미국·콜롬비아·브라질을 비밀리에 방문해, 베네수엘라 야권이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음을 각국 정부에 알렸다.”

이 보도는 미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 내 “온건파”들은 반정부 시위를 모의하는 과정에서 주변화돼 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군부의 태도가 사태 향방에 매우 중요하다. 현재까지 군부는 마두로를 지지한다. 마두로가 군부 고위인사들을 매우 부유하게 만들어 준 것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군부 지지가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이도는 국가 관료와 군부 안에서 지지 세력을 획득하려 시도하고 있다.

1월 25일 과이도는 자기 편으로 전향하는 군인들을 사면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당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PSUV) 대표 디오스다도 카벨로와 과이도가 같은 건물에 들어가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히기도 했다.

미국은 과이도 측 인사 알프레도 베치오를 주미 베네수엘라 대사로 인정했다. 주미 베네수엘라 대사관 무관 중 한 명인 대령 호세 루이스 시우바가 과이도 지지를 선언하자, 미국은 시우바를 인정했다.

국가에 대한 마두로의 장악력이 약해지는 징후들이 있다. 그러나 과이도의 국내 지지층은 베네수엘라 바깥의 지지층에 비해 훨씬 취약하다. 향후 미국의 개입[과 쿠데타]에 맞선 저항이 더 커져야 한다.


마두로 축출 원하는 미국, 그러나 성공한단 보장은 없다

처음에 마두로 축출에 성공할 가능성은 정권 탈취를 노리는 베네수엘라 우파의 바람보다 적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인 베네수엘라를 장악하려 제국주의 열강이 경쟁하고 있다. 이들이 장악하려 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세계 최대 수준이다.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의 약 4분의 3이 대미 수출이다.

취약해진 마두로를 미국이 밀어내지 못하는 현 상황 자체가 미국의 힘의 한계를 보여 주는 증거다.

러시아와 중국이 마두로를 강력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쿠데타를 획책하지 못하게 미국을 견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진보적 의도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관해서는 ‘미국과 서방의 베네수엘라 개입 반대한다’를 참고하시오.]

20세기를 돌아보면, 미국은 “자유”를 운운했지만 실제로 한 일은 피투성이 직접 개입에 더 가까웠다.

[지금까지는] 피에 굶주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은 미국 외교관에 대한 폭력·위협이 있을 시 보복하겠다고 경고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외교관에 퇴거 명령을 내렸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미국 기성 언론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모두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직접적 군사 개입을 반대하고 있다.

우파 쿠데타에 맞선 베네수엘라 노동계급과 빈민의 운동이 결정적으로 중요할 것이다.

우고 차베스 집권 당시인 2002년에 미국이 배후 지원하는 우파 쿠데타가 벌어져 차베스를 위협했을 때도, 노동자·빈민들의 운동이 차베스를 구했다.

그러나 마두로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조건을 공격해 왔기 때문에 2002년과 같은 일이 벌어지기는 그때보다 어렵다.

마두로의 공격에 대한 분노가 깊다. 그러나 이 말이 곧장 [베네수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 우파 지지로 돌아선다는 뜻은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NGO ‘베네수엘라 사회 갈등 관측 기구’에 따르면, 2018년에 벌어진 반정부 시위 1만 2715건 중 89퍼센트가 “경제적 권리에 관한 요구를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노동계급과 빈민들이 우파의 쿠데타 위험에 맞서,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대중이 자신의 목소리를 관철시키려면, 그리고 마두로가 주는 것 이상을 쟁취하려면 시위와 파업을 벌여야 한다.

그런 운동 없이는, 베네수엘라의 운명은 각축을 벌이는 제국주의 열강의 손에 내맡겨질 것이다.


베네수엘라 위기는 사회주의의 실패?

여러 해 동안 좌우를 막론하고 세계 여러 사람들이 베네수엘라를 주목해 왔다.

우파는 베네수엘라를 사회주의가 독재와 혼란을 낳는 전형으로 여겼다. 그러나 미국 정부 핵심에 있는 우파들한테 베네수엘라 위기의 큰 책임이 있다.

2018년 9월 베네수엘라를 방문한 유엔 조사관은 미국의 경제 제재는 “인류에 대한 범죄 행위”라 할 만하다고 비판했다.

많은 좌파들은 베네수엘라가 국가를 통제해 사회 진보를 이룰 수 있다는 본보기라고 여겼다.

그러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에게는, 2002년 우파 쿠데타에 맞선 거대한 대중 운동이 사회 변혁의 진정한 힘을 흘낏 보여 줬다는 것이 중요했다.

일각에서는 차베스 집권기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사회주의적 기획을 실행했지만 마두로가 이것을 중단시켰다고 비판한다.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 존 맥도널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차베스는 부자들이 부와 권력을 그대로 유지하게 해 줬다. 심지어 차베스는 핵심 국영 산업을 민영화하기까지 했다.

차베스도 베네수엘라를 덮친 경제 위기를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경제 위기가 마두로의 주장처럼 오로지 미국의 제재 때문에 벌어진 것도 아니다.

차베스와 그 후임 마두로는 자신들의 ‘위로부터의 사회주의’ 프로젝트에 노동계급의 자력 행동을 종속시키려 오랫동안 애써 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 노동계급 조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1월 22일 베네수엘라 교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전국적 파업을 벌였다.

파업과 시위가 미국과 과이도를 꺾을 방법일 것이다.


미국 신임 베네수엘라 특사 ─ 유혈 쿠데타를 승인한 전력 소유자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엘리엇 에이브럼스를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로의 전환” 과정을 감독할 특사로 임명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에이브럼스는 미국 외교 정책의 중심에 있었다.

에이브럼스의 손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피가 묻어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 당시 국무부 인권·인도적 행위 담당 차관보였던 에이브럼스는 재임 시절 미국이 저지른 가장 끔찍한 범죄들을 은폐했다. 1982년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미국이 후원하는 정부군이 엘모소테에서 500명이 넘는 민간인을 학살했다. 훗날 에이브럼스는 엘살바도르에 대한 미국의 외교 정책을 “환상적인 성취”라며 찬양했다.

에이브럼스는 베네수엘라 우파의 2002년 쿠데타 시도를 “승인”한 자들 중 한 명이다.

에이브럼스는 이란-콘트라 비밀공작에 관한 정보를 의회에 숨겼다는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이란-콘트라 비밀공작은 니카라과 우익 반군[콘트라]에 뒷돈을 대 준 공작이었다. 당시 에이브럼스는 콘트라 반군 지원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핵심에 있었다.

이제 에이브럼스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외교] 정책을 책임지게 됐다.

이런 자가 주도하는 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정책이 반민주적일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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