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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우파의 정권 탈취 시도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1월 10일, 취임을 선언하는 니콜라스 마두로 ⓒ출처 Presidencia El Salvador(플리커)

베네수엘라 우파가 국가 권력을 찬탈하려 들면서 베네수엘라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배네수엘라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는 1월 23일 반정부 집회 연설에서 “임시 대통령”을 자임했다. 이 날은 1958년에 마르코스 페레즈 히메네스 군부독재 정권을 타도한 항쟁 기념일이었다.

과이도의 연설 직후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서 우파들의 지지 선언이 줄지었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브라질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표적이었다.

트럼프는 이렇게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의 경제적·외교적 힘을 총동원해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압박을 지속하겠다. 다른 서방 정부들도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기를 권한다.”

인종차별적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신호를 보내자 서방 정부들이 줄줄이 과이도를 편들고 나섰다.

영국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는 과이도가 베네수엘라를 이끌기 “적합한 인물”이라고 했다. 캐나다 총리 저스틴 트뤼도도 트럼프를 따라 [과이도를] 지지했다. 유럽연합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반정부 시위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일은 오히려 미국의 힘의 한계를 보여 주는 사례일지도 모른다. 바로 다음 날 중국과 러시아가 니콜라스 마두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라틴아메리카를 제멋대로 주무르려는 미국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은 베네수엘라의 평범한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 매장량이 세계 최대인 베네수엘라 석유에 접근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의 하나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려 베네수엘라 경제의 위기를 가속시킬까 검토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산 중질유를 재료로 한 상품의 판매를 금지해도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을 일으켰고, 빈곤이 치솟았다.

국가 공식 통계로도 전체 인구의 약 90퍼센트가 빈곤층이다. 약 300만 명이 나라를 떠났다.

역사적으로, 베네수엘라 부유층과 이들의 제국주의 동맹들은 베네수엘라 대중을 줄곧 가혹하게 착취해 왔다.

1998년 집권한 우고 차베스는 빈민을 위한 몇몇 개혁을 단행했다. 그러나 차베스는 부자들에게 너무 직접적으로 도전하기를 회피했다. 부자들의 부와 경제적 영향력과 언론에 대한 통제력은 그대로였다.

불 보듯 뻔한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우파와의 충돌이 일어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차베스의 후임자인 현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는 우파에 맞서 싸웠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조건]도 공격했다. 이 때문에 우파의 쿠데타와 강대국들의 간섭이 더 쉽게 벌어질 수 있었다.

23일 반정부 시위에서 과이도는 이렇게 연설했다. “폭력은 찬탈자의 무기입니다. 우리는 딱 한 가지 일만 할 것입니다.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계속 단결하고 굳세게 버티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이도는 사회를 더 혼란스럽게 하려는 것이지, 혼란을 가라앉히려는 것이 아니다.

마두로는 트럼프의 과이도 지지 선언을 규탄하며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외교관은 모두 24시간 안에 퇴거하라고 명령했다. 과이도는 이 명령을 취소한다고 했다. 미국은 마두로의 요구를 이행하기를 거부했는다. 이는 사실상 마두로를 도발하는 일이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의 명분이 될 수 있는 외교적 마찰을 조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쿠데타의 성공 여부는 베네수엘라 군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 마두로는 군부 최상층 인사들이 부유해지게 해 왔다. 군부가 자신을 끌어내리는 일에 동참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이 전략이 위태로워질 조짐이 있다. 1월 21일 군인 27명이 반란 모의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이자 ‘티파티’의 주요 인사인 마르코 루비오는 군부 쿠데타를 부추기고 나섰다. 루비오는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베네수엘라 군인들이 헌법을 수호하고 과이도를 적법한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고 나선다면, 우리는 이를 지지해야 한다.”

베네수엘라 사례는 어떻게 하면 사회주의를 이룰 수 없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지배계급과 타협하면 장기적으로는 재앙에 이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2002년 차베스가 쿠데타에 직면했을 때는 대중 운동이 그를 구했다. 이것이 우파를 격퇴할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마두로는 노동계급의 저항을 고무할 정책을 시행하지 않아 왔기 때문에, 2002년과 같은 일이 되풀이되기는 훨씬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