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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근절’ 명분 삼은 난민·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중단하라

법무부가 “불법입국·취업, 허위 난민신청 등 알선 브로커” 적발을 위해 2~3월 두 달 동안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미등록 체류자 단속을 강화해 왔는데, 이번 조처도 그 연장선에 있다.

또한 법무부는 올해 “역점 정책” 중 하나로 상반기 내 난민법 개악을 꼽았는데, 이번 집중 신고 기간의 ‘실적’을 개악의 명분으로 삼으려 할 수 있다. ‘난민 브로커’ 처벌은 정부가 지난해 난민 반대 청와대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난민법 개악 내용 중 하나로 밝힌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악독 브로커를 “근절”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그 효과는 결국 난민,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단속 강화와 추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브로커 단속 결과만 봐도 단속에 걸린 이들의 90퍼센트가량은 브로커가 아닌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이었다.

애초에 난민, 이주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입국, 취업, 체류할 수 있다면 브로커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이주와 취업을 가로막는 여러 장벽들 때문에 난민과 이주민들이 브로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처지를 이용해 마사지 업소 취업을 알선하며 성매매를 강요하는 브로커들도 있다고 한다.

한국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조처는 난민, 이주민들의 이동을 더 위험하고 극단적으로 만들 뿐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이 ‘브로커 근절’을 내세워 지중해에서 난민 유입을 단속하자 더 위험한 항로로 내몰린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다 목숨을 잃고 있다.

한국에 온 지 5년이 된 한 예멘 난민은, 5개월 전부터 “불법 취업”에 대한 단속이 강화돼 현재 아무런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난민 재신청(정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법원에서도 패소한 뒤 다시 난민 신청을 해 같은 절차를 밟는 것)을 한 난민들에게는 취업이 아예 금지된다. 전에는 법이 허용하지 않아도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을 구할 수 있었지만 5개월 전부터는 단속이 강화돼 일거리를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브로커 단속이 강화되면 설령 일거리를 주는 직업소개소가 있더라도 적발될 위험 부담을 명분으로 난민,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비싼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난민들을 경제적으로 버티기 힘든 처지로 내모는 것은 사실상 그들에게 또다시 한국을 떠나 목숨을 건 여정에 오르라고 강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비인도적이다.

“브로커 근절”은 유럽과 미국 국가들이 국경 통제를 강화할 때 사용해 온 전형적인 논리 중 하나이다. 이런 조처는 난민, 이주민들이 “불법”, “가짜”라는 편견을 강화해 인종차별주의를 부추길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단속을 정당화해 왔다. 그러나 조선업, 한국GM, 금호타이어 등 구조조정 과정은 정부와 기업주들이야말로 ‘일자리 잠식’의 주범임을 보여 줬다.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친기업·반노동 기조로 돌아서며 개혁 염원 대중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주민 속죄양 삼기를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비열한 책임 떠넘기기를 중단하고 이주민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체류, 취업을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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