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영국 냉동차에서 사망한 베트남인 39명:
수년 간의 국경 단속 강화가 일으킨 참사

지난달 23일 영국에서 베트남인 39명이 냉동컨테이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국경 감시용 열 감지 카메라를 피하려고 냉동컨테이너로 입국하다 변을 당했다.

한 여성은 숨지기 직전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 “엄마, 미안해. 해외로 가는 계획은 실패한 것 같아. 엄마, 사랑해. 숨을 못 쉬어서 죽을 것 같아.”

이런 비극은 도처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베트남인들이 발견된 지 일주일 후 벨기에에서도 난민 12명이 냉동컨테이너에서 구출됐다. 2015년에는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로 넘어가는 고속도로에 방치된 냉동차에서 난민 70여 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2015년에 냉동닭 운반 차량에 몸을 숨겨 영국에 들어온 어느 쿠르드 난민은 이번 참사를 보며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냉동차에서는] 매 3분이 세 시간 같았다. … 내 장례식에 사람들이 모이는 장면을 머릿속에서 애써 떨쳐내며 버텼다.” 그는 구조된 후에도 한동안 하반신에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몸서리쳤다. 그래도 자신은 결국 체류 허가를 받아서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고 말했다.

이런 비극이 벌어질 때마다 늘 그랬듯이, 당국과 주류 언론들은 “조직 범죄”와 밀입국 브로커들을 집중 조명했다. 그들이 이번 비극의 배후에 있다는 것이다. 마치 그들을 소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듯이 말이다. 작은 항구의 항만 통제가 허술해 난민·이주민들이 ‘유혹’을 느끼기 쉽다며 그런 곳에서도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쿠르드 난민은 이렇게 말했다. “물론 밀입국 브로커도 문제입니다. 그러나 핵심은 대규모 이주민이 발생하는 원인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아무도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고향을 등지는 선택을 쉽게 내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절박한 것입니다.”

이번 비극의 진정한 원인은 수년 동안 강화된 국경 통제에 있다. 밀입국 브로커들은 국경 통제 강화라는 거대한 범죄의 ‘꼬리’에 지나지 않는다. 난민·이주민들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으면 애초 밀입국 브로커들이 설칠 여지가 없다. 이런 비극이 벌어질 때마다 영국 등 유럽 지배자들은 이주민 단속과 국경 통제를 강화해 왔지만 비극은 어김없이 되풀이돼 왔다.

영국 등 유럽의 지배자들은 이른바 “난민 위기”가 2015년에 시작된 이래 난민 유입을 차단하는 데에 열을 올려 왔다. 이주를 대거 양산한 전쟁과 경제 위기의 책임이 바로 자신들에게 있는 데도 말이다.

2016년에 유럽연합은 터키에게 막대한 돈을 지급하는 대가로 유럽연합 회원국인 그리스가 시리아 난민을 더 쉽게 터키로 추방할 수 있도록 했다.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난민들이 터키로 실제로 추방됐다.

터키 해안에서 그리스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려워지자, 난민들은 더 먼 바닷길, 즉 북아프리카 해안에서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2018년 한 해에만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중해를 건너려 했다. 그 중 사망·실종자는 보고된 것만 헤아려도 2000명이 넘는다.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것이다.

유럽 지배자들은 국경 통제를 ‘외주화’하기도 했다. 이제 비극은 해상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북아프리카 해안 국가인 리비아에서 무장세력들이 출항에 실패한 난민을 잡아 노예로 팔거나 고문한다는 사실이 2017년 폭로됐다. 유럽연합은 바로 이런 리비아 무장세력들에게 돈을 쥐어 주며 난민 유입을 막게 한다.

유럽 지배자들은 이번 냉동컨테이너 참사 바로 다음 날, 지중해에서 난민 수색·구조 작업을 벌이자는 유럽의회 안건을 부결시켰다. 열 감지 카메라 도입과 북아프리카 해안 단속에는 기꺼이 막대한 돈을 들이면서도 인명을 구하는 데 쓸 돈은 없다는 것이다.

각국 지배자들은 전쟁과 가난을 피해 국경을 넘는 이주민·난민을 다 받아들이기엔 돈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주민·난민의 압도 다수가 놀고 먹으려고 국경을 건너온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일해 경제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점은 말하지 않는다. 유럽 각국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주민들은 그들을 위한 복지나 지원 금액보다 더 많은 경제적 가치를 만들고 또 소비한다.

지배자들이 국경 단속과 그에 따르는 이주민 차별을 강화하는 진정한 이유는 오늘날 만연한 실업과 저임금이 죄다 이주민들 탓이라는 편견과 인종차별을 퍼뜨리기 위해서다. 경제 위기의 진정한 원인이 고장 난 자본주의 체제이고 지배자들의 정책이 부자들의 배만 불리고 서민들에게는 고통을 떠넘긴다는 사실을 숨기고, 노동자들이 서로 반목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지배자들은 이주민들이 숨지는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애도를 늘어놓지만 그들이야말로 계속되는 비극에 책임이 있다.

주제
국제
유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