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2월 말 협상 타결이 물 건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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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3개월의 휴전기간이 끝나는 2월 말에 적절한 타협안을 찾아 무역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기대는 물 건너갔다. 2월 말의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개최되리라 예상됐던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다고 공식 발표됐기 때문이다. 대신 트럼프는 무역협상을 연장할 뜻을 밝히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조짐은 여럿 있었다. 트럼프는 국정연설에서 중국 등 경쟁자들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면서 중국에게 “불공정 무역관행을 바꿀 구조 변화”를 요구했다.
또한 트럼프는 대중 강경파인 데이비드 맬패스 재무부 차관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공식 지명했다. 맬패스는 ‘세계은행 개혁’을 주장해 왔는데, 이는 세계은행이 중국을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 대표팀의 일원이기도 하다.
미·중 무역협상은 오는 2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3차 고위급 협상만 남겨 놓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직 개략적인 합의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경제적 패권을 위해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2025를 폐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는 방안은 제시하고 있지만, 자국 기업 육성 정책을 수정하라는 압력에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는 미국의 화웨이 압박이다. 조만간 트럼프는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통신장비업체와의 협업을 모두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스마트팩토리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5G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구현될 수 있다. 때문에 5G 무선 네트워크 장비를 누가 선점하는가가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인 요인이다. 화웨이가 이 분야의 선두 주자이기 때문에 미국의 견제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중국몽
시진핑으로서는 이번 무역전쟁에서 물러설 여지가 많지 않다. 세계적 패권을 향한 ‘중국의 꿈’(중국몽)을 평소 강조했던 시진핑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후퇴하는 태도를 취하면 중국 지배계급 내 반대파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중국의 경제 성장이 1989년 천안문 항쟁 이후 가장 낮은 6.4퍼센트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을 내세우며 민주적 권리를 제한하는 공산당 지배에 대한 대중의 반발을 무마해 왔다. 이제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된다면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새 부쩍 늘어난 노동자 투쟁과 이에 대한 학생들의 연대는 시진핑에게 신경 쓰이는 일이다. 철벽처럼 보인 억압적 통치기구가 이런 저항들로 위기를 겪은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극적인 사건은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1989년 천안문 항쟁이었다.
최근에 시진핑은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자스커지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여기에 연대한 학생 수십 명을 연행했으며(지금 행방불명 상태), 광저우의 노동NGO 활동가들을 모두 잡아 가두고 있다.(관련 기사 ‘노동자·학생 활동가 탄압에 맞선 항의가 계속되다’를 보시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자본 간, 국민국가 간 경쟁을 촉발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이 무역전쟁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지위와 영향력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기 때문에 제국주의적이다.
미국과 중국 지배자들로서는 걸린 판돈이 크다. 따라서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협상 한두 번으로 쉽게 타결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무역전쟁은 더 첨예해지고 더 나아가 남중국해와 대만을 두고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질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