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인정 받은 이란 청소년의 아버지 난민 재신청:
“아들 혼자 남겨두고 떠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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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 앞에서 지난해 친구들과 교사들의 연대 운동으로 난민 인정을 받은 이란 청소년 김민혁 군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그의 아버지는 난민 불인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해 12월 패소했다. 당시는 김군이 법적 난민으로 인정받은 직후였다. 부자지간 생이별의 위기로 몰아 넣은 비정한 판결이었다. 정부도 김군을 난민으로 인정한 이후 그의 보호자인 아버지의 체류를 보장하기 위한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이날 기자회견 후 난민 재신청(정부의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해 법원에서 패소한 뒤 다시 난민 신청을 해 같은 절차를 밟는 것)을 했다.
김군은 이날 처음으로 얼굴과 한국 이름을 언론에 공개하며 아버지의 난민 인정을 위해 나섰다.
“아버지가 없으면 혼자 남게 된다. 아버지 말고 의지할 데가 없다. 아버지도 [난민으로] 인정받고 한국에서 같이 생활하고 싶다.
“[이름과 얼굴 공개가] 걱정되는 면도 많았는데, 난민으로 인정받고 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 살면서 아버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나왔다.”
아버지 역시 아들을 혼자 남겨 두고 본국에 돌아가서 탄압받고 희생될 수 없다며 “어떻게든 인정받아서 아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호소했다.
지엽적
김군 부자는 한국에서 개종했다. 김군이 먼저 개종했고, 그뒤 아버지는 몇 년간의 고민 끝에 개종했다. 김군 부자는 본국으로 돌아가면 종교를 이유로 박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인간적인 고뇌와 박해의 위험은 무시하고 지엽적인 것들을 문제 삼아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지난 난민 심사 면접에서 김군 아버지에게 주기도문, 십계명 등을 외워 보라고 하거나 찬송가를 불러 보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종교적 신념을 검증하겠다는 것도 어처구니 없지만, 한국어에 서툰 김군 아버지가 제대로 대답을 못하자 정부는 기독교 교리를 모른다며 이를 난민 불인정의 근거로 삼았다.
김군의 경우 면접에서 기억나는 성경 구절을 말하라고 한 뒤 그 구절이 무슨 복음서의 몇 장 몇 절이냐는 질문까지 받았다고 한다. 김군은 이런 면접 과정을 떠올리며 난민 심사가 아니라 ‘사제 시험’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김군의 난민 인정 연대 활동에 앞장섰던 아주중학교 오현록 교사는 김군 아버지가 1년간 미등록 체류한 사실이 난민 불인정의 근거가 된 것에 분개했다.
“돌아가면 죽을지도 모르고 비자는 만료됐는데,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정부가 난민 신청자들의 취업을 금지하고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만 취업할 수 있게 한 것도 고통을 배가하고 있다. 언제 떠나야 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체류자격과 여러 제약으로 인해 난민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고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내몰린다.
김군은 경제적인 어려움도 난민 인정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주말까지 일을 했다.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어떻게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면접에서] 용어도 어려운 기도문을 외우라고 하니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2019년 주요 계획’에서 “난민신청자 국민일자리 잠식 우려 분야 취업 제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안그래도 취업이 어려운데 난민들을 더욱 옥죄려는 것이다. 또한 법무부는 올해 ‘역점 정책’ 중 하나로 난민법 개악을 상반기 내에 하겠다고 꼽았다. 정부는 ‘중대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난민 재신청을 제한하겠다는 등의 난민법 개악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만약 이런 개악이 시행됐다면 김군 부자는 재신청조차 해 보지 못하고 쫓겨났을 것이다.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김군이 보호자도 없이 혼자 남겨진다면 한국에 계속 머물기 어려울 수 있다. 김군의 난민 인정조차 무력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김군의 친구들과 교사들이 벌인 연대 운동의 성과를 되돌리는 것이기도 하다.
김군을 난민으로 인정한 것이 생색내기가 아니었다면, 정부는 김군의 아버지도 신속하게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