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창원 성산구 보궐선거:
정의당·민중당 후보 지지 놓고 반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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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수) 창원 성산구에서 보궐 선거가 있다. 같은 날 고성·통영에서도 선거가 있지만, 노동자들의 정치적 이목이 쏠리는 곳은 단연 창원 성산구이다.
자유한국당(이하 자한당) 대표 황교안은 이 선거가 첫 시험대다. 정의당의 지역구를 탈환하면 우파의 간판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반대로, 이기지 못하면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황교안은 창원 성산 선거에 사활적이다.
민주당은 창원 성산 선거에서 자한당을 저지할 능력도, 수단도 없다. 노동자 밀집 지구인 창원에서 민주당의 지지세가 허약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일찌감치 선거 결과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했다. 민주당 대표 이해찬은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 창원을 찾은 적이 없다. 그러나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못 따먹는 것을 안 따먹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 삼는 자기기만일 뿐이다.
창원 성산에서 자한당에 맞서 싸울 의미 있는 세력은 진보 정당들이다. 그래서 진보의 선거 승리를 위해 정의당·민중당이 후보를 단일화하라는 요청이 강했다. 그러나 두 정당의 후보 단일화 협상은 결렬됐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감정적 앙금까지 더해 두 정당의 선거 경쟁이 격해진 탓이다.
"좌파 야합"?
이런 상황에서 정의당이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합의했다. 여론조사 결과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정의당-민주당의 단일 후보가 됐다.
황교안은 “좌파 야합”이라고 맹비난했다. 후보 지지율 판세가 뒤집힐지 모른다는 황교안의 다급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민주당은 결코 좌파가 아니다. 좌파는 고사하고 진보 정당도 아니다. 최저임금·탄력근로제 등 노동 개악과 대우조선 민영화(매각)을 추진하는 노골적인 자본주의 정당일 뿐이다.
〈한겨레〉가 정의당-민주당의 후보 단일화를 “범진보 단일화”라고 한 것은 그래서 잘못됐다. 〈한겨레〉는 민중당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
〈노동자 연대〉는 정의당이 노골적인 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그리 되면 정의당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혁의 진정한 동력인 노동자 운동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 후보가 정의당-민주당 단일 후보가 되는 최악의 상황은 어찌어찌 면했지만, 엉킨 실타래가 풀린 것은 전혀 아니다.
진보 후보가 둘인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두 정당이 후보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두 정당 후보들의 2차 단일화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 상태로 투표일까지 가면 노동자 유권자들은 누구에 투표해야 할지 곤혹스러울 것 같다.
적잖은 노동자들은 2012년 총선 때처럼 진보 후보들이 분열해 자한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되지나 않을까 걱정할 것이다. 그래서 ‘될 사람 밀어 주자’는 심정으로 여론 조사에서 앞서는 진보 후보에 표를 몰아 주려는 분위기가 생겨날 수도 있다. 선거 막바지로 갈수록 이런 생각을 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럼에도 선진 노동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이 당선 가능성만을 우선적 투표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두 후보의 정치적 배경과 지지 기반의 상대적 진보성을 찾아 봐야 한다. 이 점에서 더 나은 후보가, 설령 당선하지 못해도, 선전(善戰)하는 것이 노동자 투쟁에 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두 후보의 정치적 배경은 비슷하다. 둘 다 1980년대 후반 마산·창원 지역에서 전투적 노동조합 운동을 하다가 1990년대 후반에 진보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그 뒤 두 후보의 진보 정당 활동을 봐도 일관된 좌우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는 듯하다.
두 후보가 모두 이 지역에서 만만찮은 노동자 기반을 갖고 있다. 그리고 어느 한 후보의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 지지자들보다 더 전투적인(또는 더 온건한) 것 같지도 않다.
이 모든 점을 종합해 볼 때, 두 후보 중 반드시 어느 한쪽에 투표하라고 할 수 없는 듯하다. 두 후보 중 한쪽에 투표하되 지지자들이 편가르기 식으로 대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정당이 선거 경쟁을 격화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서 갈등과 반목을 키워서는 안 된다. 선거보다 비할 데 없이 더 중요한 것은 투쟁 속의 단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