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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만에 미국에서 좌파 정당이 떠오르다

백악관에 사회주의자가 입성할 수 있을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예비선거)도 시작하지 않은 시점이라 점치기에 매우 이르지만, 버니 샌더스가 재출마를 선언한 지금 그런 전망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샌더스 재출마 선언 6일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샌더스 선거운동에 자원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부터 다뤄 보자. 샌더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까?

2016년 샌더스 선거운동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선거운동이 가난하고 불평등한 처지에 놓여 있는 노동계급의 심각한 고통에 다가갔다는 점이다.

샌더스는 월가(街) 금융 엘리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모두를 위한 메디케어[전국민 단일의료체계 확립]’·‘그린 뉴딜’*·무상[고등]교육 등의 정책을 지지했다. 이를 통해 그런 [노동계급의] 분노에 공감하고 대응할 수 있는 좌파적 대안이 존재함을 보여 줬다. 샌더스 선거 운동은 힐러리 클린턴의 중도 신자유주의 정치에 대한 반가운 도전이었다.

현재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후보 중 어느 누구도 샌더스와 견줄 수준이 전혀 못 된다.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맨 왼쪽) ⓒ출처 Senate Democrats(플리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샌더스와 정치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지만, 그도 1995년까지 공화당원이었다. 워런이 초보적인 경제 규제를 하겠다는 매우 제한된 약속을 한 것 때문에 그가 좌파적이라고 알려진 듯하다.

정치적 양극화 흐름에 부응하면서 샌더스만큼 지지를 모을 믿을 만한 후보가 민주당 기성 정치인 중에는 없다. 샌더스는 출마 선언 24시간 만에 평균 약 25달러[약 2만 8000원]의 개인 소액 후원으로 약 400만 달러[약 45억 원]를 모았다. 기업 후원금을 받고도 샌더스와 비슷한 액수밖에 모으지 못한 카말라 해리스 같은 기성 정치인 후보들을 초라해 보이게 하는 성과다.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버니 샌더스는 힐러리 클린턴을 꺾지 못했다. 민주당 고위층의 치사한 술수를 탓하는 사람도 있었고, 미국인들이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사람에게 투표할 리 없다고 했던 사람도 있었다. 그럼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2016년 샌더스 선거운동은 계급 문제에 침묵해야 한다는 미국 기성 정치권의 금기를 깼다.

공화·민주 양당은 부자 감세, 공공서비스 민영화, 주정부 보조금 삭감, 규제 완화에 수십 년 동안 뜻을 같이해 왔다.

샌더스는 이 때문에 나락에 떨어진 평범한 미국인들의 분노를 대변하면서 지지를 모았다.

이제 몇몇 여론조사에서 샌더스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6년 [대선 경선 전까지만 해도] 버몬트주(州)의 무명 상원의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이런 인기에는 순응과 타협의 압력이 뒤따르겠지만, [샌더스 열풍은] 수십 년 동안 미국 공식 정치를 지배해 왔던 협소한 이분법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제 민주당 후보 대부분이 입발린 소리로나마 보편적 아동 복지와 ‘그린 뉴딜’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얼마 오르지 않았지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와 라시다 틀레입 같은 좌파 인사들이 [민주당 후보로] 하원에 입성했다. 둘 모두 민주사회주의당(DSA) 소속이다.

이 점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민주사회주의당은 1982년부터 존재했지만, 오랫동안 수천 명짜리 소규모 서클 수준에 머물렀다.

2016년 6월 클린턴이 경선에서 승리할 때만 해도 민주사회주의당 당원은 6500명 정도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민주사회주의당 당원 수는 5만 5000명을 넘었다. 놀랄 만한 성장이다.

샌더스 선거운동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아 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혐오감이 결합돼, 수십 년 만에 가장 많은 미국인들이 사회주의 정치와 조직에 이끌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민주사회주의당의 중위 연령은 33세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유입됐음을 보여 주는 수치다. 민주사회주의당이 성장할 때와 같은 시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했던 교사 파업, 연방최저임금 15달러[약 1만 7000원]를 요구하는 투쟁, 인종차별과 극우에 맞선 투쟁 등 중요한 운동들이 부상하기도 했다.

미국 좌파 잡지 《자코뱅》이 최근 지적했듯, 그런 운동들은 오랜만에 “자유주의 좌파보다 왼쪽[에 있는 좌파들]”이 성장할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창출했다. 앞으로 그런 운동들이 어디로 나아갈지가 핵심적으로 중요하다.

샌더스 열풍은 고무적이고, 환영할 만한 [미국 정치의] 발전이다. 그러나 그것이 더 나아가려면 새로운 좌파들에게 중도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민주당 자유주의자들과 손 잡는 것을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미국 노동계급이 파업과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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