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동절을 맞아:
고 김용균 씨 어머니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학생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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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고려대학교에서 세계 노동절을 맞이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지난해 안타깝게 사망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와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학생들과 만난 이 토크 콘서트의 주제는 ‘청년 노동자의 죽음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두’였다.
토크 콘서트는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행동하는 공동체 꿈꾸는 고래,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정의당 청년당원모임 모멘텀이 공동 주최했다.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이자 김용균의 동료인 김경훈 씨가 연사로 초청됐다.
대학가 시험 기간 직후라 홍보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는데도, 100여 석짜리 강의실이 꽉 찼다.
사회를 맡은 고려대학교 부총학생회장 이진우 씨는 토크 콘서트가 “세계 노동절 129주년을 맞이해 마련된 자리”라며 그 의미를 설명하고, 5월 1일 세계 노동절 집회에도 많이 참가하자고 강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우리가 저들에게 위협이 돼야 세상이 바뀐다”
토크 콘서트는 참사 직후 사고의 원인을 은폐하려던 사측을 폭로하는 동료 노동자의 영상과 김용균 씨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의 상영으로 시작했다. 연사들과 참가한 대학생들은 강연 내내 눈물을 훔치며 서로 위로했다.
근황을 묻는 첫 질문에 대한 김미숙 씨의 답변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이 있었다. “부모는 그 자식을 바라보고 사는데, 그 자식이 없어졌고, 꿈도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용균이가 왜 죽었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용균이는 사회에 의해 죽었고, 그게 정말 억울하지만 너무 분노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용균이 동료들은 아직까지도 ‘출근할 때 다치지 말아야지’, ‘죽더라도 보이는 곳에서 죽어야지’ 생각하며 산다고 합니다. 나라가 어떻게 인권을 유린하는지 아이가 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기업들만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안전한 사회와 현장을 만드는 게 나의 목표입니다.”
정부는 참사 이후 재발 방지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산안법 개정안은 “김용균 법”이라고도 불렸지만, 정작 태안화력발전소의 노동자들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었다. 개정 내용이 김용균과 동료 노동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안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고 김용균 씨가 일했던 태안 화력 발전소에 다녀온 김미숙 씨는 당시 노동자들의 정서를 이렇게 말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원청·하청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되고 발전소로 갔는데 용균이 동료들이 다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그 법에 용균이와 용균이 동료들이 모두 들어가 있지 않아서였습니다.
“지금의 법안에는 원청과 기업이 사고에 대해 최고 10억 원의 벌금을 내게 돼있지만 하한선은 매우 낮습니다. 49년 전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산안법의 하위 법령에 기업주가 참사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더 떠넘길 수 있는 조항이 들어간다고 발표됐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참사를 비춰보면, 정부의 행보는 너무나도 반노동적이다.
김용균 씨의 동료인 김경훈 씨는 참사 이후 현장에 일부 개선이 있었지만, “현장은 넓은데 인력이 너무 부족합니다” 하며 여전히 열악한 노동조건의 현실을 전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투쟁해 온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정규직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저 또한 20년 전에 정규직으로 입사했지만, 3년에 한 번씩 계약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민영화 때문에 그렇습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날로 먹는 것’이라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느끼겠지만, 이 사회는 대학에서도 경쟁을 강요합니다. ‘내가 우월해야만 살 수 있다’고 교육을 받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 사이에 싸우면 안 됩니다. 질 좋은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공적 영역에 그런 일자리가 확대돼야 합니다.”
학생들은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김용균 씨는 대학교를 마치자마자 1년 동안 공부와 구직 생활을 하고 태안 화력 발전소에 하청 노동자로 입사했다. 많은 청년들의 삶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태성 씨의 말은 먼저 간 또래가 했을 고민이 떠올라 공감되는 말이기도, 경쟁이 일상이 돼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청년 학생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기도 했다.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싸워요!”
참가한 학생들은 청중 토론 시간 때 질문과 의견을 매우 활발히 말했다. 참사 이후 투쟁을 거치며 노동조합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석탄화력특조위가 출범하고 의미 있는 성과가 있는지, 학생들이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진솔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한편, 학생들은 연사들에게 지지와 응원의 마음도 전했다.
참사 이후 현장 노동자들이 “내가 그 때 현장에 없어 용균이가 죽은 것”이라며 자책했다고 하자, 한 학생은 “기업, 정부 지배자들의 잘못이지 노동자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자책하지 마세요!” 하며 위로했다.
한 학생은 강연 내내 눈물을 흘려 울먹이면서도 용기를 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저는 대학 가는 걸 사치라 여겨 실업계 고등학교를 갔습니다. 학교에서도 ‘취업하는 게 이득’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실업계를 졸업하면 대부분 비정규직, 생산직, 공장에 취업합니다. 취업률이 높아야 학교가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부가 저렴한 노동력을 위해 실업계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악착같이 공부해 대학에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그런 환경에서 자란 것뿐이지, 누가 처음부터 우월했던 게 아닙니다. 우월감과 학벌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학생의 발언에 많은 학생들이 함께 울며 박수로 화답했다.
연사들은 대학생들이 현실을 바꾸는 투쟁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사람, 안전이 무조건 우선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젊은 사람들도 이런 움직임에 함께합시다.” (고 김용균 씨의 동료 김경훈)
“아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더 싸워야 합니다. 이런 싸움에 대학생들도 함께 해주십시오. SNS에도 많이 알리고, 친구들에게도 알려 주세요.”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 이태성)
“이 사회는 비정규직, 정규직 나눠져서 싸우게 합니다. 서로 싸워야 자기들이 원하는 나라를 만들기 때문이에요.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합니다.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합니다.
“우리가 힘을 내 기업과 정치인들에게 위협이 돼야 바뀝니다. 우리 아들은 그것을 위해 마지막까지도 ‘문재인 대통령 만나달라’는 팻말을 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안 들어줬고, 그렇게 우리 아들은 현장에서 죽었습니다. 사람이 죽고 나서야 얼마나 위험한지 압니다. 이런 사회를 바꿔야 합니다.”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참사는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윤보다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대학생들이 노동자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는 활동에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