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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우익 쿠데타 실패 후에도 더 불안정해지는 베네수엘라

끔찍한 가난과 좌절 과이도와 미국의 승리는 베네수엘라 민중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출처 Padre José Palmar‏

4월 30일 자칭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의 쿠데타가 실패한 이후에도 긴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과이도는 넉 달 가까이 반정부 운동을 벌여 왔고, 쿠데타 실패 후에도 ‘자유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베네수엘라 대자본가들과 백인 상층 중간계급이 감행하는 정권 전복 시도 때문에 올해만 약 60명이 사망했다.

5월 11일 과이도는 미군 남부사령부 사령관 크레이그 폴러에 서한을 보내, 반정부 운동이 “승리하기 위한 [미군의] 전략·작전 계획에 …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노골적인 군사 개입 요청이다.

미국 해군이 카리브해에 (비무장이지만) 병력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지 사흘 만이다.

미국은 5월 10일 국방·안보·통신 부문에서 베네수엘라와 거래하는 기업을 모두 제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전임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베네수엘라를 제재·압박했다. 이는 2013년에 국제 유가가 하락해 안 그래도 어려운 베네수엘라 경제에 큰 부담을 줬다. 트럼프 정부가 과이도를 지원하며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금수한 결과, 베네수엘라의 2019년 국내총생산(GDP)은 765억 달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2013년의 3분의 1 수준이다.

평범한 베네수엘라인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베네수엘라 인구의 약 10분의 1인 300만 명 이상이 경제 난민이 됐다.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겠다는데도 귀국을 신청한 난민은 수만 명에 불과하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압박은 베네수엘라 자본가들의 정권 전복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평범한 사람들의 안녕을 대가로 친미 정권을 수립하려 한다. 베네수엘라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과이도는 미국의 지원을 정권 전복 운동에 이용하고 있다. 친미 정치인인 자신만이 생필품 지원을 끌어올 수 있다면서 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매점매석과 사보타주로 서민 경제 파탄에 일조한 자들이 할 말은 아니다.

이런 자들이 현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 붕괴에 성공한다면 평범한 베네수엘라인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 자본가들과 우파 야당들은 우고 차베스 이래 20년 동안 있었던 친서민 정책의 잔재마저도 파괴하려 한다. 과이도의 쿠데타와 미국 제국주의 간섭 일체에 맞선 방어가 필요한 이유다.

불신

마두로 정부는 다른 제국주의 열강인 중국·러시아의 지원에 기대 난국을 돌파하려 한다.

중국은 3월에 이어 두 번째로 베네수엘라에 의약품을 보냈고,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할인가에 수입했다.

그러나 이들이 평범한 베네수엘라인들의 안녕을 바라며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 10여 년 동안 베네수엘라를 발판 삼아 원자재 무역을 확대해 라틴아메리카 곳곳에 영향력을 뻗쳤다. 중국은 이 영향력을 지키려 나선 것이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 경제의 ‘숨통’을 자처하지만, 베네수엘라산 석유로 2019년 1사분기 동안 약 5억 달러의 순이익을 챙겼다. 한 미국 정부 고위 관료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트럼프와의 통화에서 “베네수엘라를 더 큰 지정학적 쟁점을 위해 [버릴 수 있는] ‘공수표’로 본다”고 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 안에서 마두로는 주로 국가 권력으로 정권 전복 시도에 대항한다. 마두로는 최근 야당 의원 몇몇을 “반역 혐의”로 체포했고(과이도는 체포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국에 개입 명분을 주지 않으려는 속내인 듯하다),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 56명을 퇴역시켰다.

그러나 쿠데타 측이 이에 기세가 눌린 것 같지는 않다. 베네수엘라 우파의 아이콘인 레오폴도 로페스는 “4월 30일 [쿠데타 시도로] 균열을 냈고 이 균열이 더 커져 결국 [마두로 정부라는] 제방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실제로 쿠데타를 전후해 마두로 정부 내에 분열 조짐이 있다. 4월 30일 쿠데타 시도 직후 베네수엘라 국정원(SEBIN) 원장 마누엘 피게라는 과이도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 정부는 즉각 피게라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대법원장 마이켈 모레노도 쿠데타 발발 직전까지 양측을 저울질했다(〈워싱턴 포스트〉). 쿠데타 측은 모레노를 군부를 흔들 지렛대로 여기고 모레노와 밀실 협상을 했다. 결국 모레노는 전향하지 않았는데, 이는 쿠데타 자체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새 정부 구성을 둘러싼 이권 욕심 때문이었다.

마두로는 피게라를 퇴역시켰지만 모레노는 유임했다. 국가기구 내 유력 인사들의 이탈을 막으려는 타협인 듯한데 그런다고 위기 해결에 도움 되지는 않을 것이다.

1973년 칠레 쿠데타의 경험을 봐도 그렇다. 당시 민중연합 소속 대통령 살바도르 아옌데는 쿠데타 시도가 거듭되는데도 노동자 투쟁을 자제시키고 군부와 타협하려 들었다. 그 결과는 유혈낭자한 군사 쿠데타였다. 노동자 권력의 맹아가 파괴됐다. (관련 기사 본지 285호 ‘1973년 칠레 쿠데타의 교훈을 생각한다’)

무엇보다 마두로의 타협은 극도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쿠데타에 맞서 거리로 나온 베네수엘라 노동자 대중의 사기를 꺾을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거듭 베네수엘라에서 변화의 진정한 동력이 돼 온 바로 그 대중 운동 말이다.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이 후원하는 자본가 쿠데타를 패퇴시키려면,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베네수엘라 노동계급이 직접 사회 통제에 나서는 편이 낫다. 모라토리엄(지불 유예)을 선언해 외채 상환을 중단시키고, 생필품 생산·분배 문제 해결을 위해 자본가들의 자산을 몰수하고 노동자들이 통제해야 한다. 또 스스로 무장해 제국주의·자본가들에 맞서야 할 때다.

이를 위해 믿지 못할 열강과 동요하는 지배 인사들의 한계에 구애받지 않는 독립적 노동계급 투쟁이 중요하다.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긴장을 고조시키는 지금, 베네수엘라에서 미국과 우파가 승리하면 자신감을 얻은 제국주의자들이 세계 곳곳에서 더한층 호전적인 공세에 나설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과이도 지지와 측면 지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 행보로 동아시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파병으로 도왔지만 그와 무관하게 동아시아 갈등이 심화했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한국의 우리도 베네수엘라인들의 자결권을 옹호하며 미국의 제국주의 간섭과 우파 쿠데타를 규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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