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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임금 인상 타결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요금 인상 합의

5월 15일 파업을 예고했던 버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는 막판 타결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끝났다.

애초 버스 노동자들 다수는 1주 52시간 상한제의 적용을 받게 되면서 임금이 크게 줄 상황에 처했었다. 또한 인력을 늘리지 않은 채 개별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운행 대수를 유지하려면 과속 등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중앙정부가 비용을 부담해 노동자들 임금이 강제 삭감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었다. 14일과 15일 새벽에 서울, 인천 등 적지 않은 곳에서 노동자들은 원한 만큼은 아니어도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따냈다.

4월에 기존 임금협정이 만료돼 이번에 타결을 한 노조들 말고도 올해 6월로 기존 임금협정이 만료돼 새로 협상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도 많다. 이 중에는 올해 주52시간 상한제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이 더 많다. 아마 이 노동자들도 이번 임금 합의에 준해서 타결이 될 듯하다.

그럼에도 임금을 올리고 인력을 늘리는 데 필요한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는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다.

버스는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이다. 버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승객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처우 개선과 교통 복지 확대를 위한 공영화 확대 둘 다 필요하다 ⓒ조승진

경기도는 전체가 준공영제인 서울보다 버스 운영 체계가 복잡한데, 중앙정부와 버스 업체, 주류 언론들이 일제히 요금 인상 압력을 넣었다. 중앙정부에서는 국토교통부는 물론이고 경제부총리 홍남기, 민주당 대표 이해찬까지 나서 경기도에 버스요금 인상을 압박했다.

요금 인상 문제로 중앙정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신경전을 벌이자 버스 업체들은 비용 부담의 짐을 덜며 득을 봤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노련, 상급단체 한국노총)이 중앙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구한 건 옳았지만, 요금 인상에 반대하지 않았다. 한국노총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자노련이 노동조합 부문주의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아마도 자노련은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으로 곤란한 처지 때문에 파업을 막기 위해 양보할 것으로 봤던 것 같다.

이번 버스 노사정 교섭과 합의를 보면, 서민층의 압도 다수가 이용하는 대중교통을 공공서비스(복지)로 보고 중앙정부의 관여와 재정 부담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드러났다.

재정 부담 회피하는 버스 업체 사용자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준공영제보다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요구하는 것처럼 완전 공영제를 실시하는 것이 오히려 노동자와 서민층의 단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요컨대, 노동운동이 더 정치적으로 돼야 한다.


우파에게 유리하게 대응한 문재인 정부

버스 파업 예고는, 우파가 되살아나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협치”(우파와의 타협)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배계급 안에서도 커지는 분위기 속에서 버스업체 사용자들의 요구와 노동자들의 요구가 뒤섞여 제기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우파는 이 버스 파업을 노동시간 단축 같은 친노동 정책 탓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도 자한당은 파업 비난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무대책을 더 비난했다.

이미 기업 친화적 성장 기조를 강화해 온 문재인 정부가 친기업적 해결에 매달린 이유다. 대책없는 친노동 개혁을 한 탓에 문제를 야기했다는 비판을 면하려고 말이다. 중앙정부는 서울시와 경기도에 요금 인상 압박을 강하게 넣었다. 아마도 국토부 관료들은 처음부터 요금 인상을 통한 해결을 고려했던 것 같다.

이미 준공영제를 실시해 온 덕에 급작스런 추가 재정 부담 필요가 적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요금 인상을 거부했다.

그러나 경기도 이재명 지사는 며칠 버티다가 14일 요금 인상을 수용하고 말았다. 당장 수천억 원이 들어가야 하고, 출퇴근 대란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민주당 대표 이해찬까지 나서서 요금 인상을 압박하는 것을 버티기 힘들었던 것 같다. 자노련도 요금 인상을 통한 임금 인상에 동조했다.

이재명 지사의 “백의종군”이 뜻했던 바

이 지사는 지사직을 잃을지도 모르는 재판의 선고 기일을 앞두고 있다.(5월 16일) 이재명 지사는 성남시장 시절 친서민 개혁과 반우파 행보로 지지를 받고 지난해 경기도지사에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부터 개시된 문재인 정부 실세들의 우파적 공세에 시달려 왔다. 이번 재판도 그런 부당한 공세의 한 결과다. 지사직을 유지하는 선고가 나와야 마땅한 이유다.

그러나 이 재판 자체가 떠들썩하게 제기된 여배우 스캔들, 부인의 트위터 의혹 등은 기소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추악한 정치 공세였다. 결국 기소해 재판을 치른 혐의는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 건과 선거에서 공약을 과장 홍보했다는 것인데 죄를 묻기조차 민망한 사소한 사안들이다.

노동계급과 서민층이 정치인에 대해 중요하게 검증해야 할 사안들과는 거리가 먼 개인의 비극적인 가정사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재인 검찰은 중형을 구형했고, 애초에 그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행위들에 대한 해명을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한 건들이라서 자칫 경기도지사 직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공격은 친문 세력의 여권 내 경쟁자 제거이자 당내 진보파에 대한 단속이었다. 문재인 정부 비판 발언들이 나왔던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박원순 서울시장도 민주당 안팎(친문과 우파 언론)에서 협공을 당한 적이 있었다. 민주당의 이런 당내 진보파 단속이 자유한국당 같은 우파에게 ‘용기’를 준 것이다.

그럴수록 진보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 지지 기반인 서민층을 고무했어야 하나, 아쉽게도 이 지사는 일단 몸을 사리는 게 낫다고 본 듯하다. 그는 지난해 말 민주당 지도부에 고개를 숙이고 “백의종군”을 약속했다. 그 뒤로 이 지사가 우파에 대해 강력하게 발언하는 일도, (진보 개혁 공약을 아직 파기하고 배신한 것은 아니고 일부는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진보 개혁을 요란하게 추진하는 것도 보기 어려워졌다.

이번 버스 파업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부 장관(경기 일산이 지역구인 현역 민주당 국회의원이기도 하다)과 함께 요금 인상 합의를 발표하는 장면을 보면, 민주당을 위한 “백의종군”이 무엇을 뜻했는지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결국 또 다시 우파 기 살려주기 목록에 사례 하나를 추가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을 위기에서 구출하는 총대를 메면서, 유감스럽게도 자기 지지 기반인 서민층에게 부당하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런 일들이 여권 안에서 반복되면 우파의 사기는 더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