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쥐어짜기 위한: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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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사측의 법인 분할에 맞서 5월 16일부터 파업을 시작했다. 법인 분할은 대우조선 인수합병과 노동자 고통전가를 위한 절차다. 사측은 현대중공업을 쪼개어 한국조선해양(가칭)이라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생산 공장을 자회사로 만들려 한다. 대우조선도 자회사로 통합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임금·조건 하락과 노조 권리 후퇴 등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 글은 5월 22일 ‘재벌 특혜,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저지! 대우조선 매각 철회!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에서 반포한 노동자연대 리플릿에 실렸다.
“구조조정 없다”는 사측의 거짓말
현대중공업 법인 분할 추진에 노동자들이 반발하자, 5월 21일 사측이 단협 승계와 고용 안정을 약속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미 수차례 밝혔다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사측은 거짓말로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 단협 승계는 자동 보장이 아니라 노사 실무협의체에서 논의하자는 단서를 달았다. 단협 승계를 명분으로 노조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여 법인 분할 수용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 고용 안정은 “노력한다”는 모호한 말뿐이다. “수주 경쟁력을 높여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면 고용은 저절로 보장될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호황이 올 때까지 허리띠를 졸라 매라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와 사용자들은 이런 논리로 구조조정을 정당화했다.
· 법인 분할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필수 절차이자, 자체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사측은 “경영 효율성”을 내세우면서 현대중공업에 7조 원 넘는 부채를 떠넘기려 한다.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조조정 없는 법인 분할 약속은 사기다.
일각에선 부채를 지주회사와 나누자고 주장하지만, 소수 지분으로 그룹사를 지배하고 배를 불리려는 사측은 그것을 결코 원치 않는다. 또, 사측이 노조를 무시할 수 없어 결국 단협을 승계해도 구조조정 문제가 남는다. 법인 분할 자체를 막기 위해 단호하게 싸워야 한다.
노동자 임금·조건 지켜야 지역민도 산다
최근 지역 여론은 노동자들에게 우호적이다. 울산지역대책위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울산 시민의 무려 82퍼센트가 법인 분할과 본사 이전에 반대했다.
이를 의식해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역 전역에 유인물을 배포했다. 대우조선 인수와 법인 분할이 현대중공업을 살리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노조 권리와 임금·조건을 지켜야 지역민의 삶도 지킬 수 있다. 지난 4년의 구조조정으로 실업률이 치솟고 집값이 폭락하고 상인이 도산하는 등 서민들이 고통을 겪었다. 노동자들의 투쟁 승리가 지역민에게도 이롭다.
민주당 울산시장 송철호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본사 이전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법인 분할에 대해서는 비판 한마디 없다. 사실상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두둔하며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런 송철호를 (본사 이전 반대만 놓고) 추켜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 오히려 민주당과 (지방) 정부를 비판하고 압박을 가해야 한다.
법인 분할 구조조정을 저지하려면
사측의 “불법 파업” 비난과 징계 협박 속에서도 3000여 명 규모의 파업 집회가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분노가 크다.
그런데도 사측은 노동자들의 이런 반발을 완전히 무시하고 주주총회를 강행하려 한다. 주주총회는 형식 절차일 뿐이어서 일단 열리면 법인 분할 결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총회장을 봉쇄한다고 해도 도둑고양이처럼 장소를 옮겨 의사봉을 두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주총회 저지 투쟁은 노동자들의 거대한 분노를 보여 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사측이 그것을 일회적인 분노 표출 퍼포먼스로 여기고 그것만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지 못하게 하려면, 우리 측이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법인 분할 추진에 실질적인 제동을 걸고 저지하려면, 주주총회를 앞둔 지금 실질적인 투쟁이 뒷받침 돼야 한다. 노동운동의 역사적 경험은 그럴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전면 파업과 공장 점거 등으로 생산에 타격을 주고 연대를 확대하는 것임을 알려 준다.
지금 전국의 많은 노동자들은 대기업 편만 들고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문재인 정부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구조조정 반대 투쟁은 이런 노동자들의 광범한 지지와 연대를 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