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법인 분할 날치기 주총은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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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과 연대를 지속·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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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5월 31일) 현대중공업 사측이 끝내 주주총회를 강행해 법인 분할 안건을 통과시켰다. 노동자들이 닷새째 전면파업을 하며 주주총회장을 점거하고 단호하게 맞서자, 긴급하게 장소를 변경하는 꼼수를 써서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다.
그들은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할 정도로 막무가내였다. 주총 시간·장소 변경에 대한 충분한 공지와 안내, 변경된 장소로의 이동 시간 보장, 편의 제공 등의 의무 사항을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았다.
주주총회 장소가 울산대학교로 변경된다는 공지가 나자마자, 현대중공업 노동자 수백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울산대학교로 질주했다. 앞서 간 일부 노동자들은 소화액을 뿌리며 가로막는 용역 경비대를 뚫고 거의 제 시간에 도착했다.
그러나 이미 사측은 안건을 의결하고 빠져 나간 뒤였다. 안건 상정과 동시에 의사봉을 두들겨 1~2분 만에 해치운 뒤 후다닥 도망쳐 버린 것이다. 현대중공업 사측에게 주주총회는 그저 요식 절차였을 뿐이다.
주주총회의 법인 분할 결정은 정치적 정당성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도 없다. 노조는 이번 주주총회 결정이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다.
보수언론과 사용주들은 “불법 점거로 무법·폭력 천지가 됐다”며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을 비난한다.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도 “노조의 폭력과 점거 등의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노동자들을 탓했다.
그러나 수십만 노동자·가족, 지역민의 삶이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밀실에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은 바로 현대중공업 사측과 정부이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이미 지난 4년간 가혹한 구조조정으로 죄 없는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자신의 배만 불리더니, 부끄러운 줄 모르고 또다시 수십만 노동자와 지역민의 삶을 짓밟는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현대중공업 사측에 온갖 특혜를 주며 대우조선 매각과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장본인이다. 정부와 현대중공업 사측은 법인 분할을 전제로 대우조선 매각-인수합병에 합의했다. 설비·인력 축소와 노동자 쥐어짜기는 문재인 정부의 조선업 정책 기조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에도 현대중공업 사측을 지원하며 노동자들의 등에 칼을 꽂았다. 경찰은 사측 구사대, 용역 경비대와 함께 이른 오전부터 노동자들이 점거하던 한마음회관 앞에 집결해 점거 해제를 압박했다. 변경된 주주총회장 앞에서는 필사적으로 노동자들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분노한 노동자들은 말했다. “문재인도 볼 장 다 봤다”, “‘노동 존중’은 개뿔이다!”
연대
주주총회 날치기 통과 직후 노동자들은 다시 한마음회관으로 집결했다. 분노에 찬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노조 지도부는 주주총회 무효를 선언하고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오는 월요일(6월 3일) 8시간 파업을 하고 지부 사무실 앞으로 집결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노동자들은 커다란 박수로 화답했다. “우리의 투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 자리에는 전날 열린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와 노동·사회단체 회원들도 함께했다. 전국에서 금속노조 조합원 2000여 명이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가했고, 그중 상당수가 이튿날까지 남았다. 특히 인수합병의 당사자인 대우조선지회가 조합원 150여 명을 동원해 그 중심에 섰다. 사내하청 노동자 30여 명도 함께했다. 그중에는 지난 4월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새롭게 투쟁에 나선 하청 노동자들도 있었다.
전날에 이어 마지막까지 연대의 기운이 넘쳤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한걸음에 연대하러 달려 와 준 이들에게 “고맙다”, “금속노조에 가입하길 잘했다”고 박수를 보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단체들이 “현대중공업 투쟁에 지속 연대하겠다”고 밝히자 또 박수를 보냈다. 단호한 점거 투쟁이 이런 연대의 힘을 모아 낸 것이다.
비록 주주총회가 강행돼 법인 분할이 통과됐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파업과 점거 투쟁은 법인 분할의 문제점과 부당성을 드러냈고, 연대의 가능성도 보여 줬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런 성과가 사라지지 않고 앞으로의 투쟁에 거름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 지부는 주주총회 저지 투쟁이 거둔 일정한 성과를 디딤돌 삼아 투쟁과 연대를 더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