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경남 조선업 발전 민관협의회’ 발족:
조선업 일자리 ― 사회적 대화가 아니라 투쟁으로 지킬 수 있다

7월 11일 ‘경남 조선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협의회’가 발족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민관협의회 위원장을 맡아 주도하고, 조선소 밀집 지역(창원, 거제, 통영, 고성)의 시·군수들, 주요 조선소(대우조선, 삼성중공업, STX조선, 성동조선, 기자재협동조합) 대표이사들, 노동계(민주노총 경남본부,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노총 경남본부)와 지역대책위, 학계 전문가 등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노사정이 참여한 지역판 업종별(조선업) 사회적 대화 기구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개악과 조선업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며 점점 더 노골적으로 반노동 공세를 펴고 있는데,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경남본부(지부)가 민주당 지방정부 등과의 사회적 대화에 나선 것은 부적절하다.

조선업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려면 대화가 아니라 투쟁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출처 경남도청

문재인의 최측근인 경남도지사 김경수는 정부의 반노동 정책 기조에서 한 치도 빗겨나 있지 않다. 정부가 조선업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을 위협할 때 김경수도 이를 충실히 따랐다.

대표적으로 그는 지역민의 높은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대우조선 매각을 대놓고 찬성한다. 이번 민관협의체에서도 대우조선 매각은 재론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경사노위 위원장 문성현과 함께 성동조선 노동자들에게 2년 4개월간 무급휴직 하는 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는 구실을 했다.(유감스럽게도 당시 성동조선지회 지도부가 이를 수용했다.)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공장을 떠나라는 얘기와 다름없었다. 실제로 지난 1년여간 많은 노동자들이 고통 속에 회사를 떠났다. 남아 있는 노동자들도 생활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 이 노동자들은 또다시 매각·청산 위협에 직면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업종·지역 수준에서 추진되는 사회적 대화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다른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다층적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 왔는데, 그것이 목적하는 바는 모두 동일하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감내하라고 설득하고 압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지역 노사민정 대타협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는 대표적 사례는 광주형 일자리다. 이는 현대기아차 노동자의 ‘반의 반값 임금’(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2000만 원대 초반 연봉)으로 공장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저질 일자리 모델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자동차 노동자 전체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끌어내리려 한다. 또 이 모델을 군산·구미·대구 등 전국으로 확산하려 한다.

누구를 위한 “상생 협력”인가

경상남도가 조선산업 민관협의회를 추진하는 목적도 다르지 않다. 경상남도는 지자체가 주도하고 “노동계, 업계 등 민관이 참여하는 상생협력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숱하게 들어 왔듯이, 정부와 사용자들이 말하는 “상생 협력”은 산업·기업 경쟁력을 위해 노동자들이 희생하라는 것이다. 지난해 성동·STX조선 등 중소형 조선소 노동자들도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무급휴직을 강요받았다.

민주노총·금속노조의 일부 지도자들은 노동계의 제안으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게 됐고, 노조가 조선산업 정책에 개입할 통로가 열렸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경제 위기와 구조조정의 대안으로 노조의 산업정책 개입을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독이 될 수 있다(본지 293호 ‘산업정책 참여가 구조조정의 대안인가?’를 보시오). 위기에서 해당 산업을 구하기 위해 시장 경쟁력, 생산성 향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금속노조 지도부 등은 “노동 친화적” 산업정책을 말한다. 일방적으로 자본의 이익만 좇는 게 아니라, 노동자와 사용자의 이익을 조화시킬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그것은 공상적이다.

그리고 노사 모두가 합의할 만한 대안의 추구는 투쟁의 전진이 아니라, 타협과 후퇴로 미끄러질 수 있다. 금속노조 김호규 위원장이 대우조선 매각에 단호히 반대하지 않고 “고용친화적 매각”을 주장했다가 노동자들의 원성을 샀던 것이나, 지도부 내에서 중소조선소 위기의 해법으로 민간위탁 방안이 제기되는 것은 그 위험을 보여 주는 사례다.

이런 점들을 볼 때, 과연 민관협의회가 노동자들에게 이롭겠냐며 대우조선지회 집행부가 그 실효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은 옳다.

(지방)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의 발목을 붙잡기 위해서다. 노동자 쥐어짜기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려고 말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족쇄가 아니라, 매각·청산 위험에 놓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킬 국유화 대안을 제기하며 투쟁을 확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