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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 시행 15년 규탄 이주노동자 대회: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

‘강제노동 15년, 사업장 이동 자유·노동허가제 쟁취 이주노동자 대회’가 8월 18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8월 18일 일요일 ‘강제 노동 15년, 사업장 이동의 자유·노동허가제 쟁취 이주노동자 대회’가 열렸다. 이주노동자들과 국내 노동단체, 학생 등 200여 명이 뙤약볕을 뚫고 모였다. 집회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째, 15년 전 8월 17일부터 시행된 고용허가제를 규탄하고 둘째, 10월 20일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알리는 것.

집회 참가자들은 ‘고용허가제 15년은 이주노동자들이 노예처럼 살아간 세월’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도 산업재해, 우울증 자살 등으로 한 해에 이주노동자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다.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산업연수생제도로 들어와서 일한 지] 30년 동안 노예로 지내 왔다 … 우리는 여전히 강제 노동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며 “단속과정에서 사망한 노동자의 죽음조차 법무부가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규탄했다.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외침에 답해야 할 때다. 우리는 한국의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자유롭게 노동하면서 살기를 원한다. 우리는 더는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단결해서 투쟁해야 할 것이다. 10월 20일 전국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우리 손으로, 우리 목소리로 행동하자.”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최근 각종 산업재해의 피해자들에는 어김없이 이주노동자들이 포함돼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햐향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의 지적도 날카로웠다. “우리 사회가 일본의 강제징용을 비난한다면 이주노동자들의 살인적 노동, 사업장 이동 제한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

경기이주공대위의 김승섭 노무사는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는 논리를 비판했다. “고용허가제는 고쳐쓸 수 없다.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건설업, 제조업, 농축산·어업, 서비스업은 당장 돌아가지 않는다. 이주노동자가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을 늘리는 구실을 한다. 톨게이트 노동자 해고에서 보듯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문재인 정부다.”

‘강제노동 15년, 사업장 이동 자유·노동허가제 쟁취 이주노동자 대회’가 8월 18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이날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이주노동자들의 발언들이었다.

한 캄보디아 노동자(꽁 수릉)는 농축산업에 고용된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한국에 와서 비로소 알았다. 계약서보다 많이 일하고 적게 받는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에서 사는데도 한 달에 숙소비로 30만 원에서 40만 원을 가져간다. 너무 힘들어서 자살한 노동자도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노동자(폴라시)는 산업재해를 당했는데도 자신의 돈으로 치료를 해야 했다고 폭로했다. 농장에서 일했다는 네팔에서 온 여성 노동자(자스민)는 어떨 때는 하루 두 시간 자면서 일했는데도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밖에 못 받았고 그조차 제때 못 받았다고 폭로했다. 한 네팔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들에게도 4대 보험이 제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외쳤다.

시위대의 청와대까지의 행진은 힘찼다.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Free Job Change(사업장 이동의 자유 보장하라)”를 열렬히 외쳤다.

1500명 대량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박순향 부지부장은 청와대 앞 정리 집회에서 연대의 뜻을 밝혔다. “이 나라 국민인데도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에도 관심을 갖고 이제부터라도 함께하겠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는 고용허가제가 철폐되려면 국내 노동자들의 연대가 소중하다. 10월 20일 전국이주노동자대회가 이런 연대의 중요한 계기가 돼야 한다.

집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집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국내 노동자들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고용허가제 폐지를 외치며 청와대 앞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조승진

박순향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이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조승진
‘강제노동 15년, 사업장 이동 자유·노동허가제 쟁취 이주노동자 대회’가 8월 18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강제노동 15년, 사업장 이동 자유·노동허가제 쟁취 이주노동자 대회’가 8월 18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리고 있다 ⓒ조승진
이주노동자들이 '고용허가제, 강제노동, 사업장 이동제한'이 적힌 얼음을 깨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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