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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건강보험제도 개악:
체류권 볼모로 비싼 보험료 뜯어내겠다고?

정부가 이주민 건강보험제도를 개악해 여러 이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7월 16일부터 이주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렸다. 보험료를 4회 이상 체납하면 체류를 불허하기로 했다.

이전에도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려는 이주민은 내국인과 달리 소득 수준에 상관 없이 전년도 평균 보험료 이상을 내야 했다. 올해 그 금액은 11만 3050원이다. 가입 자격이 있어도 금액이 부담돼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주민들이 많았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2017년 건강보험 가입 자격을 가진 외국인 149만 명의 건강보험 가입률은 59.4퍼센트로 내국인의 절반 수준이었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이주노동자들도 직장건강보험 의무 가입 대상이지만 가입률은 70퍼센트 수준이다(2015년).

8월 26일 ‘이주민 건강보험 차별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이 주최한 개악 규탄 기자회견 ⓒ임준형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을 건강보험 가입자로 편입시키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개악은 이주민들에게 체류 자격을 빼앗겠다고 위협하며 강제로 비싼 보험료를 뜯어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국인과 동일하게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부과하던 이주민의 범위도 축소됐다.

또한 원칙적으로 이주민 1인을 한 세대로 보고 예외적으로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만 세대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개악했다. 고령의 부모, 성년이지만 대학에 다니거나 장애가 있는 등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려운 가족 구성원에게 모두 별도로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동포나 난민인정자, 인도적 체류 허가 난민 등은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라 하더라도 가족 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거나 필요한 서류 발급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개악 이후 가족 단위로 체류하는 이주민들에게 모두 합쳐 30~40만 원이 넘는 고지서가 날아들고 있다.

도덕적 해이?

정부는 이주민의 “도덕적 해이는 방지하고 내·외국인 간 형평성은 높인다”며 개악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내국인도 지역가입자의 경우 적자다. 게다가 외국인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를 합하면, 2015년 2488억 원, 2016년 2093억 원, 2017년 2490억 원 흑자였다.

또 정부는 이주민들이 “건강보험증 대여·도용 등 부정수급”을 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미등록 체류자 등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일부 이주민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타인의 건강보험증으로 치료받는 것을 비난하는 것은 비인도적이다.

정작 정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퍼센트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 하지만 내지 않고 있다. 2019년 7월 현재 미지급 금액이 24조 원에 이른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도 덜 지원하고 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부가 사용하지 않아 남은 세금이 지난 2년 동안 해마다 10조 원이 넘었다.

한편, 최근 기획재정부는 건강보험공단에 재무 여건이 부진하다며 경영효율화(구조조정, 성과급 삭감) 등 강도 높은 ‘재무건전성 개선’ 계획을 제출하도록 지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이주민 건강보험료 인상과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공격으로 재정을 메우려 한다. 넓게 보면, 복지 부족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이주민에게 돌리려는 것이다.

이런 거짓말에 속지 말고 정부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진정으로 복지를 강화하고 노동조건 공격에 맞설 수 있다.

8월 26일 청와대 앞에서는 ‘이주민 건강보험 차별 폐지를 위한 공동행동’ 주최로 이번 개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평일 낮에 열렸는데도 일부 중국 동포와 고려인들이 멀리서 와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건강보험제도에서 이주민에 대한 모든 차별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해 모든 이주민들이 저렴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보장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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