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경북대병원 비정규직도 직접고용 쟁취하다
모든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정규직화하라

10월 22일 경북대학교 병원 노사가 파견용역직 노동자 376명을 직접고용 정규직화 하기로 합의했다. 노동자들은 2년 가까이 싸워 온 끝에 성과를 얻었다. 이 노동자들은 용역계약이 끝나는 이튿날인 2020년 3월 1일자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노동자들은 더는 재계약을 앞두고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고 있다. 이번 합의로 임금도 어느 정도 인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북대학교 병원의 2019년 보수규정에 따르면 임금 체계는 일반직과 원무직으로 나뉘는데 각각 31호봉 7급 체계로 일반직은 최고 1급, 원무직은 최고 4급까지 승진이 가능하다.

경북대병원 사측은 여기에서 원무직 8급을 신설해,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시설, 원무 등)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정규직 최하직급보다 한 단계 낮은 직급을 만들어 차별을 둔 것은 아쉽다. 청소 노동자 등 기존에 정규직이 없는 경우 별도직군을 신설했다. 임금 수준은 원무직 8급보다는 조금 낮다.

물론, 정규직에게만 지급되던 명절수당, 정근수당 등을 합치면 노동조건 개선 효과가 있을 듯하다. 31호봉 체계가 적용돼 앞으로 임금인상도 기대할 수 있다. 병원 측이 민간위탁이라며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하려 한 장례식장 노동자들도 전환 대상에 포함됐다.

사측은 서울대병원이 정규직화 하면 따라하겠다며 1년 넘게 시간을 끌다가 정작 서울대병원이 전환에 합의하자,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하며 또 차일피일 미뤄 왔다. 그로부터 또 두 달 가까이 지난 뒤에야 전원 정규직화에 합의했다.

노동조합은 “정규직의 연대”가 승리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립대병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에는 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을 비롯해 여러 대학병원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해 왔는데, 경북대병원도 그 대표적인 병원 중 하나였다.

특히 경북대병원의 경우 박근혜 정권 시절 극심한 탄압에 약화됐던 노동조합이 박근혜 퇴진과 곧 이은 병원장 교체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정부와 사측에 대한 불만으로 노조에 대거 가입했다. 국립대병원들이 소속된 3개 연맹의 공동투쟁은 이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10월 10일 국립대병원 직접고용 정규직화 쟁취! 3개 연맹 투쟁 결의대회 ⓒ출처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은 9월 말 3개 연맹의 4차 공동파업 이후 10월 14일까지 몇 차례 더 파업을 이어 왔다. 23일에는 원하청 공동 파업을 예고했다. 사측은 서울대병원의 합의로 그동안 정규직화를 미뤄 오던 명분이 약해진 상황에서 노동자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자 파업 전에 물러서는 선택을 한 듯하다.

조국 사태로 불거진 교수 자녀 논문 조작 감사 결과 경북대학교에서 특히 많은 문제가 발견된 것도 대학 측이 자세를 낮추게 했을 법하다. 10월 14일 국정감사에서 경북대학교는 “교수 자녀 7건 포함해 미성년자 자녀 공저 논문이 모두 20건이고, 제1저자로 올린 건수는 모두 3건”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에는 간호대학 교수도 포함돼 있다. 이 문제로 경북대학교 총장과 병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질타의 대상이 되던 때에 정의당 여영국 의원은 경북대병원의 정규직화 회피 문제를 비판했다.

물론 모든 요구가 관철된 것은 아니다. 54세 이상 노동자들은 정년을 65세까지 보장하지만 54세 미만은 앞으로 10년만 보장하기로 했다. 이번 투쟁의 승리로 조직력이 강화된 만큼 그 힘을 투쟁으로 연결한다면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등 다른 국립대병원 사측은 여전히 ‘자회사’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일부 국립대병원은 아예 최근 용역계약을 연장해 노동자들의 바람을 짓밟기도 했다. 전남대병원에서는 채용비리의 핵심 당사자인 사무국장이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동자들의 경험은 정부와 사측의 위기를 활용하는 것과, 정규직·비정규직 연대가 중요함을 보여 준다. 또한 3개 연맹의 공동 투쟁이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는 효과를 냈던 것을 보건대, 아직 투쟁 중인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를 지속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