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외국인보호소 이주민 사망 규탄 기자회견:
“이주민은 범죄자가 아니다, 강제 구금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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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감된 이주민 A씨가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A씨는 외국인보호소에 잡혀온 지 1년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그의 직접적 사망 원인은 급성신부전증이나 이에 이르게 한 간접사인은 장염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적절한 치료와 간호가 이뤄졌다면 죽음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11월 6일 이주·난민 단체들(경기이주공대위, 난민과함께공동행동,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공동행동, 고(故)딴저테이사망사건공동대책위원회)은 법무부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법무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주최 단체들은 A씨를 돕던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보호소 내 진료기록부를 보더라도 A씨가 간질환 의심 증세가 있었고 점차 상태가 악화되는데도 보호소 당국이 적극적 치료에 나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약 보호소 당국이 처음부터 A씨에게 건강상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별다른 치료도 없이 그를 1년이나 가뒀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다.
단체들은 “법무부는 ‘보호’라는 기만적인 단어 뒤에서 저지르고 있는 심각한 인권유린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외국인보호소는 “보호”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이주민 구금 시설이다. 실제로 영문명도 “이주 구금소”다. 법무부 산하 출입국은 많은 미등록 이주민, 난민 등을 부당하게 구금한다. ‘미등록 체류’라는 이유로 이주민에게 강제퇴거 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라 그들을 쉽게 구금할 수 있다. 장기 구금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난민들은 기한 없이 구금돼 있다.
올해 2월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결과를 보면, 화성외국인보호소·청주외국인보호소·여수출입국외국인청에 3개월 이상 수용된 사람이 36명에 이른다. 이 중 3년 2개월 동안 구금된 사람도 있었다. 그간 법무부는 ‘보호기간’에 제한을 두는 출입국관리법개정안에 반대해 왔다.
인권위가 법무부에게 실효성 있는 건강검진 등 처우 개선을 하라고 이미 여러 번 권고했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2018년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1만 4979건의 진료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의료진은 고작 의사 1명, 간호사 1명이다. 그마저도 야간 진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비극이 빚어진 것이다.
외국인보호소의 끔찍한 상황을 비판해 온 이주·난민 단체들은 이런 비극이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며 크게 우려한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이 필요해 온 것이지 한국에 죽으러 온 것이 아니라며 이주노동자들을 미등록 상태로 내모는 고용허가제 등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그리고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를 촉구했다. 난민인권네트워크 김세진 변호사는 수용된 이주민들이 범죄자가 아닌데도 쇠창살에 갇혀 이동의 자유도 없고 부실한 식사를 하고 있다며 멀쩡한 사람도 병에 걸리는 환경이라고 폭로했다. 또한 한 장기 구금 난민은 스트레스로 치아가 모두 빠졌다며 무기한 구금의 문제를 지적했다. 김어진 난민과함께공동행동 활동가는 이번 사망 사건이 인종차별 정책이 낳은 결과라며 법무부 사과와 함께 비정한 출입국 정책이 수정·폐기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주민은 범죄자가 아니다. 강제 구금 즉각 중단하라”, “법무부는 책임지고 사과하라”고 외쳤다. 기자회견을 마치고는 헌화와 묵상을 하며 A씨를 추모했다.
무고한 이주민들이 외국인보호소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거듭해서 폭로되지만, 정부는 오히려 이주민 차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주민을 불안과 공포, 죽음으로 내모는 단속·추방을 중단하고 야만적인 외국인보호소를 폐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