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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항쟁이 본토 남부로 번질까 우려하는 시진핑 정부

11월 28일 광둥성 마오밍시에서 벌어진 시위 홍콩처럼 보이지만 중국에서 펼쳐진 광경이다

11월 28일 남쪽으로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마오밍시의 원러우에서 큰 시위가 벌어졌다. 생태공원을 짓기로 한 공공 부지에 화장장을 함께 짓는다는 계획에 반발하며 일어난 시위였다.

중국 경찰은 최루탄과 곤봉으로 초기부터 강경하게 시위를 진압했다. 시위 참가자를 청소년이든 노인이든 가리지 않고 체포했다. 그날 저녁, 인구 6만 명의 원러우에서 경찰들은 주민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거리를 봉쇄한 채 집을 돌며 시위 참가자를 색출했다. 한 주민은 웨이보(페이스북과 유사한 중국인들의 소셜미디어)에 시위 소식을 올렸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웨이보에 올라온 시위 관련 사진과 동영상은 대부분 삭제됐다.

동시에 당국은 시위 하루 만에 화장장 건립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했다. 시위 참가자 200여 명을 석방했다고도 한다. 홍콩에서 항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저항의 불씨가 내륙으로 옮겨지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미 강경한 경찰 탄압에 항의하며 홍콩 사람들의 구호를 차용해 “마오밍 광복, 시대혁명” 하고 외쳤다. 주민들은 정부가 화장장 건립 계획을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라며 시위를 지속하려 한다. 시위 참가자들은 홍콩에서 온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운동은 당신네 홍콩과 똑 닮았다.”

제조업이 밀집한 중국 광둥성은 노동자 투쟁이 끊이지 않는 지역이자, 홍콩의 저항이 가장 번지기 쉬운 인접 지역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의하면 2016년에 중국 농민공(도시로 이주한 농촌 출신 노동자) 수는 2억 8171만 명에 이른다. 이 중 3분의 1이 광둥성에 있다. 2012년 농민공 저항 운동은 이들의 잠재력을 보여 준 바 있다.

전전긍긍

시진핑 정부는 홍콩 항쟁의 불씨가 중국 본토로 번지는 것을 걱정한다. 가뜩이나 본토 대중의 불만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시와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12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 공업정보화부는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얼굴 정보 등록을 의무화하는 규칙을 발표했다. 명분은 심(SIM)카드 재판매를 막고 개인정보 도용을 방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없는 사람이 드문 현대 사회에서 이 규제는 거의 모든 중국인의 신원을 추적하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 관영 언론조차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중국 페미니스트 활동가이자 기자인 소피아 황쉐친이 홍콩 항쟁을 지지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고 보도했다. 죄목은 “싸움과 분쟁을 촉발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변호사나 가족과 만날 수도 없는 ‘알 수 없는 곳’에 갇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중국인이자 사업가인 라이 리후 씨는 홍콩 항쟁을 상징하는 노래 ‘홍콩에 영광을’(Glory to Hong Kong)을 웨이보에 올렸다는 이유로 자녀가 보는 앞에서 강제로 무릎을 꿇고 연행됐다. 경찰은 친척과 아내를 협박해 그가 홍콩 항쟁 지지자라는 진술을 받아내고 사업 고객까지 위협했다고 한다.

라이 리후 씨가 “왜 아무 죄 없는 고객까지 건드리느냐” 하고 항변하자 경찰은 그의 삶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그의 죄목 또한 “싸움과 분쟁을 촉발한 죄”였다.

SCMP에 의하면 허난성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갈수록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에요. 우린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심지어 주변 사람조차 믿을 수 없어요.” 그녀는 홍콩 항쟁을 지지하지만 직장을 잃을까 봐 아무 말도 못한다고 했다.

시진핑 정부는 홍콩 항쟁 지지를 표명한 사람들의 생계수단까지 위협하며 본보기를 보여 주려 한다.

인터넷 통제

중국에서는 유튜브, 넷플릭스, 구글 같은 인터넷 서비스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 접속을 모두 제한한다. 많은 중국인이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로 이런 제한을 우회하지만 중국 지배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VPN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올해 9월 시진핑 정부는 건국 70주년 행사를 앞두고 9월 16~22일을 인터넷 안보 주간으로 지정해 인터넷 감시와 통제 수위를 높였다. 그러자 동시다발적으로 다수 유·무료 VPN 서비스가 장애를 겪었다. 중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VPN 서비스인 아스트릴(Astrill) 운영진은 “홍콩 시위 때문에 검열이 강화돼 서비스되지 않을 수 있다” 하고 공지하기도 했다. 통신망 차단은 비단 이번만의 일이 아니다. 텐안먼 항쟁 30주년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중국 지배자들은 인터넷 검열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언론을 통제할 필요성 사이에서 늘 줄타기를 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저항이 분출한 이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적 동요가 고조되면 언제든 인터넷을 완전히 통제할 것이다.

시한폭탄

현재 중국 지배자들은 홍콩 대중과 중국 본토 대중을 분열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이런 분열 공작과 탄압, 통제는 중국 지배자들이 홍콩 항쟁 참가자들에게 ‘인민해방군’을 들이밀며 으름장을 놓지만,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 확산을 끔찍이 두려워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홍콩 항쟁은 계속되고 있고 중국 지배자들의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의 참석이 예상되는 마카오 주권 반환 20주년 기념 행사를 앞두고 11월 30일 중국 경찰은 마카오와 홍콩을 연결하는 강주아오 대교 입구에서 경찰 1000명이 가상 ‘폭도’를 진압하는 훈련을 했다. 홍콩 시위대가 마카오로 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다.

세계경제 위기와 맞물려 중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모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지배자들에게 중국 노동계급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그런데 그 시한폭탄 옆에 홍콩 항쟁이라는 불길이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 내 저항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특수한 상황에 대응해 일어나지만, 그 공통된 근본 원인은 중국 자본주의의 위기와 모순에 있다. 시진핑 정부의 거세지는 탄압과 통제는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고조되고 있는 중국 본토 노동계급과 청년들의 불만을 더 키울 뿐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은 체제의 변화로만 해결될 수 있다. 홍콩과 중국 본토 대중에게는 공동의 적에 맞서 싸울 공통된 이해관계가 있다. 이들이 단결해 싸울 때 홍콩 항쟁 역시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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