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2일 기아차 노동자들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현대차 임투가 무쟁의로 끝난 상황에서 비슷한 수준의 기아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의 의미는 작지 않다. 지난 수년간 현대차 합의가 기아차를 비롯한 그룹사 전체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만큼 노동자들이 지속돼 온 임금 억제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
더구나 기아차는 올해 신차 판매가 늘어 2조 원이 넘는 흑자가 예상된다.
특히 화성과 소하리 공장에서 반대표가 많았다. 사측이 지난 10월 임원선거 기간의 현장 공백을 틈타 활동가들을 중징계했는데, 화성 공장을 중심으로 항의 운동이 확대됐다. 활동가들은 선거 이후 임금 인상 투쟁과 징계 저지 투쟁을 결합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아쉽게도 집행부는 파업을 더 확대하기보다 띄엄띄엄 부분 파업을 하고 집회도 잡지 않더니 최근에는 12월 24일 4시간 파업 이후 1월 3일까지 “냉각기”를 갖겠다는 실망스런 결정을 했다. 그동안은 파업을 안 하겠다는 뜻이다. 1월 3일 이후에도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1월 7일 이후 총력투쟁 진행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측은 실질적인 양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성과금을 한 번에 목돈으로 주겠다는 지급 방식만 변경했을 뿐이다.
연말, 연초라고 투쟁을 못할 이유도 없다. 기아차보다 수익성 위기가 훨씬 더 심각한 르노삼성에서도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을 하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투쟁을 하다가 말고 쉬면 사측이 현장 조합원들을 이간질해 자신감을 갉아먹을 시간만 주게 된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있는 시점에 이렇게 싸워서는 사측에게 양보를 얻어 내기 어렵다. 신임 집행부는 지난 수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띄엄띄엄 부분 파업, ‘퇴근 파업’(파업 집회 없이 퇴근하는 것) 관행을 쫓지 말고, 파업을 확대하며 조합원들을 결집해 투쟁 열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 현장의 활동가들은 출퇴근 투쟁을 하고 있다. 기층 노동자들을 조직해 규모 있는 집회 등으로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과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