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파업 중인 노동자의 기고:
현장 노동자들이 대체인력 투입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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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은 파업 중이다. 현재 많은 노동자들이 동참하고 있지만, 고용불안에 사기가 떨어진 일부 노동자들은 사측의 파업 파괴 행위에 이용되고 있다. 그래서 파업 승리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던 현장 조합원들이 대체인력 투입에 항의하는 자발적인 행동을 벌였다.
12월 27일(금) 새벽 5시 40분, 도장 공장의 노동자 20여 명이 출근 시간에 맞춰 공장 입구 중 한 곳에 모였다. 이 노동자들은 12월 23일부터 파업에 동참해 출근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처럼 이른 아침에 공장에 모인 건 오랜만이었다.
우리는 팻말을 들고 공장 입구에 섰다. 팻말에는 “동료애를 발휘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하나다!” 같은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문구로 가득했다. 출근하는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들은 미안해 하며 얼굴을 들지 못하고 지나갔다.
노동운동의 역사에는 대체인력을 저지하기 위한 행동으로 피켓라인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본 따 행동했다. 물론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막기는 어려웠지만, 파업에 동참하자는 호소를 할 수 있었다.
피켓라인을 실행하기 전날 지역구 노동자들의 간담회 겸 술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한 조합원이 〈노동자 연대〉의 기사를 봤다면서 놀랍게도 피켓라인을 한 번 실행해 보자고 했다(관련기사: 피켓라인의 중요성). 내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동지들에게 공유했던 기사였다. 곧 (르노삼성자동차노조의 도장공장 지역구 대의원인) 이동한 대의원은 피켓라인에 대해서 말하며 용기내서 우리 다같이 한번 해 보자고 했다. 그 자리에 있던 노동자들은 곳곳에서 번쩍 손을 들었다. 간담회 자리에서 즉석으로 피켓라인 추진이 결정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모여야 했기 때문에 노동자 대부분이 2차를 자제하고 일찍 헤어졌다. 이동한 대의원은 참가하기로 한 노동자들이 돌아가며 적어 준 문구대로 팻말을 제작하기로 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라고 당부하며 팻말 제작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때 나는 같은 방향이라 동행했다. 그는 자신의 목표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게 시작이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행동에 나선 노동자들은 서로 농담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했다. 출근하는 노동자들을 보고 분노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모습들을 보며 이런 활동이 우리의 결속을 높이고 파업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식은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자들이 소통하는 SNS 밴드에 올라갔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 소식에 기뻐했다. 어떤 노동자들은 이런 행동을 더 확대하자고 말했다. “우리도 같이 해봅시다”, “다 같이 하면 장난 아니겠는데요?”
다음 날 파업에 불참했던 우리 부서 노동자 6명이 파업에 동참했다고 한다. 평소보다 임금을 세 배 더 주는 주말 특근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러자 생산에 더 큰 차질이 생겼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있던 조합원 중에 용기 내서 파업 참가 의사를 밝히는 조합원도 생겨났다. 피켓라인의 효과가 드러난 셈이다.
이 때문에 곳곳에서 피켓라인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앞으로 더 많은 파업 노동자들이 대체인력 투입에 저항하는 피켓라인을 조직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