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자원회수시설 투쟁:
32일간의 파업으로 사측을 한발 물러서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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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환경시설노조 마포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파업이 32일 만에 타결됐다. 노동자들은 임금 총액 월 10만 원 인상(약 3.5퍼센트 인상)과 휴가비 30만 원을 쟁취했다.
아쉽게도 사측의 업무방해 고소에 대해서는 취하 약속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으로 자신들의 힘을 확인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파업 직후 마포 자원회수시설 소각로 3개 중에 2개가 멈췄다. 사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힘겹게 소각로 1~2개를 가동시켰으나 이전만큼 쓰레기를 소각할 수는 없었다. 서울시는 어쩔 수 없이 마포 소각장에서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를 수도권 매립지로 운반해야 했다.
사측인 삼중환경기술은 이 파업의 여파로 1월 8일 강남 소각장 위탁 업체 낙찰에 실패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삼중환경기술의 임금 착복과 악랄한 행태가 낱낱이 폭로된 것이 사측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게다가 사측은 소각로 중단 때문에 서울시에 17억 원에 가까운 벌금을 내야 한다. 사측은 벌금만큼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협박했지만, 노동자들은 굳건하게 파업 대오를 사수했다.
전국환경시설 노조는 매일 서울시청 앞에서 파업 집회를 개최했다. “민간위탁 철회하고 서울시가 고용하라!”는 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은 서울시청 앞에서 매일 쩌렁쩌렁 울려 펴졌다. 서울지하철 승무 노동자들도 노동시간 연장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여, 시청 정문이 폐쇄됐다.
노동자 투쟁이 연달아 벌어지자 서울시는 꽤 난감했을 것이다.
서울시는 ‘원만한 해결’을 사측에 압박했다. 강남 소각장 낙찰 실패로 위기에 직면한 사측은 1월 8일 밤에 부랴부랴 교섭을 재개했고, 임금 인상 등 잠정합의가 이뤄졌다.
1월 9일 전국환경시설노조 마포지부는 총회를 열어 잠정 합의안을 가결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파업을 계속하면 타 지역 입찰 실패 등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측을 더 압박할 수 있다고 봐 잠정합의에 반대하기도 했다.
다수 노동자들은 아쉬움이 있어도 사측을 물러서게 만든 게 의미있는 성과라고 여기고 다음번 투쟁을 기약하자는 분위기였던 듯하다. 파업이 길어지며 임금 손실이 커지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듯하다.
2017년에 노조를 만들고 54일간 파업을 벌여 꽤 큰 성과를 거둔 것 때문에 이번에는 사측이 꽤 강경하게 나온 상황임을 감안하면, 노동자들은 사측이 한 발 물러서게 만든 것은 성과라고 여기는 것이다.
이번 파업은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서울시의 민간위탁 정책의 민낯을 생생하게 들춰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을 “서울시의 김용균”이라고 지칭하며, 수익성을 우선한 서울시와 위탁 업체가 만든 ‘죽음의 일터’의 추악한 실체를 폭로했다.
또, 사측과 서울시는 전국환경시설 노조의 주축인 마포지부를 약화시키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파업 투쟁으로 노동자들은 자신감을 높였고 조직도 강화됐다.
열악한 처지에 있는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단호하게 싸우면 성과를 쟁취할 수 있다는 희망과 영감을 준 것도 인상적이다. 이번 파업 투쟁을 지켜본 다른 지역 소각장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 3년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상황은 민간위탁 노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와 처우 개선 열망을 짓밟은 터라 불만이 상당하다. 민간위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 활발하게 벌어질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