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통합 연구용역 강제 해지 :
문재인 정부의 KTX-SRT 통합 약속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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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철도 통합(철도공사와 수서고속철도, KTX-SRT)에 대한 연구 용역을 강제 해지한 사실을 폭로했다.
2월 12일 ‘민영화 안돼 철도하나로 범국민운동본부’와 철도공공성강화 시민모임도 기자회견을 열어 “철도 개혁이 좌초”되고 있다며 국토부를 규탄했다.
국토부는 KTX-SRT 통합 추진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끌어 왔다. 뒤늦게 시작된 연구 용역조차 ‘철도 안전 점검이 우선’이라며 갑자기 중단시키더니 결국에는 최종 보고서 작성 전에 연구를 끝내 버렸다.
이번 연구 용역 강제 해지는 문재인 정부가 KTX-SRT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준 것이다.
KTX-SRT 분리는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안의 핵심 단계로서 추진된 것이다. 사실상 단독 철도 운영사인 철도공사와 경쟁하는 비중 있는 철도 운영사를 만들어 철도 경쟁체제를 구축하려는 구상이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SR 분리를 시작으로 철도공사를 여러 회사로 쪼개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다.
박근혜 정부는 상당한 반대에 부딪히면서도 SR 분리를 강행했다. 그러나 철도노조의 파업과 광범한 민영화 반대 운동의 압력 때문에 추가적인 민영화 추진은 진척되지 못했다.
따라서 KTX-SRT 통합은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을 되돌리는 중요한 조처이자 향후 추가적인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문재인은 후보 시절 철도 공공성 강화를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통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당연히 KTX-SRT 통합을 포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결국 이 약속도 완전히 사기였음이 드러났다. 철도 공공성 강화와 민영화 중단도 문재인의 수많은 거짓말 리스트에 포함됐다.
KTX-SRT 통합 약속 폐기는 단지 현 상태 유지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철도노조 박흥수 철도정책팀장은 현 정부 하에서 SR이 더 확실한 철도 운영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SR이 민간 자본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1단계 구간의 운영사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례다.
이처럼 현 정부 역시 역대 정부들이 추진해 왔던 민자 철도 확대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GTX 사업은 이명박 때 시작한 민자 철도 사업이지만, 실제 추진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진행되고 있고 심지어 시기를 앞당겨 적극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5년마다 내놓는 ‘철도산업발전방안’을 새로 짜야 하는 해이다. 철도 산업의 중요한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때인 것이다.
이런 때에 국토부가 철도 통합에 대한 연구 용역을 강제 해지한 것은 철도공사 민영화 정책이 되살아나는 신호탄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박근혜 정부의 철도 민영화 방안은 폐기되지 않았다. 철도 관제권 분리 방안 등이 거론되며 철도 경쟁 체제를 고착화하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또 국토부는 철도의 부족 인력과 노동시간 단축에 필요한 인력 충원을 반대하며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문재인 정부의 철도 정책에 대한 우려는 단지 기우가 아닐 수 있다.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 부활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
최근 철도노조는 대의원대회를 열어 3월 초에 인력 충원을 핵심 요구로 한 3차 파업을 결의했다. KTX-SRT 통합 폐기는 정부에 대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키우는 중요한 사안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