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본격화:
기업주들은 전폭 지원, 노동자들은 ‘알아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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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구 등지에서 감염 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환자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가 국내에서도 ‘지역사회 감염’ 단계에 진입한 듯하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 크루즈 선박에 격리된 한국인들을 ‘대통령 전용기로 데려온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그 사이에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었다.
지역사회 감염이란 병원체가 크게 확산돼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그러면 지금처럼 감염자의 경로를 쫓아다니는 일은 감염 확산을 막는 데 별 구실을 못 한다.
지역사회 감염 단계가 되면 증상 초기에 확진하는 게 매우 중요해진다. 감염 자체를 차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커 이들이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막는 게 핵심 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 후베이성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국에서는 아직 중증으로 진행된 경우가 없었지만 중국에서는 전체 환자의 최대 20퍼센트가 중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려면 국립병원 등 일부 병원뿐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준비 태세가 돼 있어야 한다. 병원을 찾는 수많은 기침, 발열 증상 환자들을 모두 보건소로 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네 병원이나 의원들은 아직 이런 상황에 대처할 준비가 거의 안 돼 있다. 심지어 마스크와 장갑도 알아서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될 경우 상황이 크게 악화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번[메르스]엔 병원 감염이 큰 문제였다. 그래서 병원들이 열심히 준비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지휘도 상당히 나아졌다. 그런데 만약 지역사회 감염으로 가면 어떻게 할 거냐, 이 대비는 훨씬 덜 됐다. ... 역학조사관이 전국에 골고루 배치되어야 한다든지, 보건소에도 여러 종류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어야 한다든지 등등 … 대비 태세를 갖추는 길밖에 없다.”(2월 18일자 〈한겨레〉)
최근 환자 10여 명이 확인된 대구 지역에 소속된 역학조사관은 단 두 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인 접촉을 피할 수 없는 공공부문, 서비스업 노동자들에게는 접촉 횟수를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예방을 위한 물품을 충분히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완전히 구멍이 뚫려 있다.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 노동자들은 당장 마스크와 장갑도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무급 휴가
한 우체국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주민과 제일 접촉이 많은 공무직 집배원들과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는 집배원들에게는 하루에 고작 마스크 한 개가 지급되는 상황입니다. 장갑도 부족하고요. 우체국 택배를 배달하는 택배 노동자들에게는 국내 환자가 발생한 지 한참 뒤에야 마스크가 지급됐습니다.”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감염 확산원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고용주가 이를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자발적으로’ 일을 쉬라는 식으로는 당장 생계비가 필요한 노동자들이 일하려 나서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감염이 의심돼 격리를 권고한다면 유급 휴가를 지급하는 것이 책임성 있는 조처다.
배달, 택시, 대리운전 노동자 등 이른바 ‘사용자’가 없는 것처럼 위장된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정부가 예방에 필요한 물품을 지급하고 예방 교육도 해야 한다. 격리가 필요한 경우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 줘야 한다.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로 내몬 것이 정부이므로 질병 대책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2월 20일 정부에 이런 조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노동자 보호에는 느려 터지고 둔감한 정부지만 기업주들의 아우성에는 즉각 화답하고 있다. 정부는 산하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피해’ 기업에 2500억 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한 것은 재벌 총수들과 기업주들이 아니라 노동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