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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코로나19 예방보다 생산 우선:
기아차 사측은 비정규직 차별없는 전 공장 유급휴무 실시하라
기아차 2주간 예방 마스크 달랑 1개 지급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으로 확대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체 확진자 중 집단 감염이 66퍼센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신천지 교회 집단 감염이 본격화되면서 정부는 예방 생활로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손 씻기, 외출·단체모임·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인 공간으로 영화관, 공항, 마트, 시장 등을 예로 들었다.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3월 셋째 주까지, 대학은 3월 둘째 주까지 개학을 연기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경로당 등 각종 시설을 잠정 폐쇄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밀접해 부대끼는 산업 현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상 가동하려고 혈안이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2월 26일 사측과 노사 특별 합의를 통해 여러 가지 대책(마스크 등 예방 물품 지급, 직원 등 출입자 관리 강화, 방역 등 사업장 예방 관리 강화, 확진자 발생시 긴급 비상조치, 협력사·지역사회 지원 활동)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예방 대책이라기보단 생산에 차질을 최소화하는 데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사측은 지난주 노동자들에게 겨우 마스크 1개를 지급했다 ⓒ김우용

지금까지 실행된 것이라곤 방역과 손 소독제·체온계 각 반 지급, 2주간 개인별 마스크 1개 지급이 전부다! 이래 놓고 출퇴근 버스와 반 회의실, 작업장에서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으란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다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큰일이 날 것이다. 대공장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밥주걱 반찬 집게 수천 명이 함께 사용

기아차 화성공장의 경우 전체 출근자의 80~90퍼센트는 출퇴근 버스를 이용한다. 출근과 퇴근 각 1시간가량이다.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1만 5000명이 식당 7~8곳에서 일시에 식사를 한다. 점심시간은 고작 40분이다. 이 때문에 식사시간 15분 전부터 수백 명이 밀착해서 줄을 서고 엄청 붐빈다. 뿐만 아니다. 밥주걱과 반찬 집게를 함께 사용한다. 퇴근버스를 타려고 버스 도착 20분 전부터 퇴근장에 수천 명이 밀착해서 대기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측은 2주간 달랑 마스크 한 개와 손 소독제를 지급하고는 특별대책을 세웠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따라서 확진자 발생시 밀접 접촉자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다. 건물 소독과 휴무를 어느 범위로 할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현대차나 삼성전자 등 다른 대공장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콜센터, 의류 산업, 대형식당 종사자 등 작업장 대부분의 조건이 대동소이할 것이다.

자본주의 생산 시스템은 효율성을 극대화하려고 분업과 컨베이어 시스템을 식당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부분에 도입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대규모로 밀집해 일한다. 생산만을 위한 비인간적 공간이다. 이런 공간의 작동을 멈추지 않으면서 신천지를 마녀사냥하고, 코로나19 감염증 예방에 만전을 기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헛소리와 ‘의연하게 코로나19 이겨내자’며 50억 원을 기부해 생색내는 정의선 부회장이 역겹게 느껴질 따름이다.

퇴근을 기다리는 노동자들 기아차 노동자들은 20분가량 이렇게 밀집한 상태로 퇴근 버스를 기다린다. 이 버스 탑승 시간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가량 된다 ⓒ김우용

모든 노동자에게 2주 유급휴무 실시하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일 코로나19의 잠복기(14일)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1∼2주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문재인과 정부 관료들은 코로나19가 더 확산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도 기업의 이윤에 타격이 갈 것을 우려해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개학을 2주나 늦춰 놓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실질 대책은 없다. 기아차 사측은 무급으로 90일간 쉴 수 있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

모든 노동자에게 코로나 잠복기인 2주 이상의 유급 휴가를 실시하는 것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서 유효한 대책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 기간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고 기업들에게 임금을 선 지급하라고 명령해야 한다. 특수고용 노동자들과 알바생 등은 국가 기관과 지자체를 통해서 지급하면 된다.

의료 관련 시설과 기업체를 제외한 공공생활에 필요한 전기·가스·수도·통신·교통 등 필수 업무에서도 최소한 인원만 출근시킬 필요가 있다. 재원은 충분하다. 지금도 코로나19 특별 경제 대책으로 황당하게도 자동차 취등록세 감면 등 기업 퍼주기 정책과 실효성 없는 여행할인 대책 등에 16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떠들고 있다. 이 돈과 대기업들에게 줄 특혜만 줄여도 2주간 전체 노동계급의 유급 휴무는 충분히 가능하다.

기아차지부는 지금 당장 사측에게 2주간 유급 휴무를 요구해야 한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에게 전체 노동자의 2주간 유급 휴무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투쟁해야 한다.

감염병 확진자가 발생한 공장의 경우 금속노조가 부분 24시간이 아니라 전체 공장 2주 휴무를 요구하고 임금보전 투쟁을 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기업이 지금 우려하고 있는 것은 노동자들의 안전이 아니라 기업의 이윤이다. 한 해 2000명이 산업재해로 죽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도 우리 노동자들이 싸워야 가능하다. 궁극으로는 이윤에 미쳐 노동자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자본주의 체제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공장 안 ‘노노카페’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잠정 폐쇄됐다. 이곳은 화성시에서 노인을 위한 실버 일자리로 만든 시설이기도 하다. 하루 이용객이 100명 남짓인 시설은 폐쇄하면서 더 많은 인원이 밀집해 일하는 공장은 여전히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김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