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김진경 서울지역지부장 인터뷰:
“마스크 부족, 비정규직 차별 때문에 병원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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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늘면서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병원을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 중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있다. 김진경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에게 병원 현장 상황과 필요한 요구들을 들었다. 그는 서울대병원 간호사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병원 노동자들의 고충도 클 텐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마스크 대란’이라고들 하는데 병원도 마찬가지예요. 전국적으로 병원에 보호구가 많지 않아요.
대한병원협회가 병원에 마스크를 일괄 지급하게 돼 있어요. 식약처가 대한병원협회에 떠넘긴 건데요. 대한병원협회가 공지한 지급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보면 환자들에게는 60퍼센트밖에 안 주는 거예요. 모든 병원 직원들이 하루에 1개씩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확진·의심 환자와 접촉하는 의료진은 마스크가 오염되면 교체해야 해서 하루 1개로 부족할 수 있거든요. 하루 2개, 3개 필요한 상황이 발생해요. 이 쪽에 우선적으로 마스크를 지급하게 되면 다른 부서 직원들은 매일 1개씩 받을 수 없습니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은 이런 기준에 따라 환자접점부서는 주 5개(하루 1개), 일반부서는 이틀에 1개씩 마스크를 줍니다.
노동조합이 ‘이것보다는 더 많이 달라고 해야 하지 않냐’고 항의하면 병원 측은 ‘정부 지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요. 정말 답답하죠.
또 문제인 것은 청소, 환자 이송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일주일에 두 장만, 간병 노동자는 아예 안 줍니다. 적어도 병원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보호구는 줘야 하잖아요.
현재 정부와 서울시는 국립의료원, 서울의료원, 보라매병원, 서남의료원, 서북의료원, 서울대병원 총 6곳을 서울시내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했어요. 적어도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정부가 책임지고 차별 없이 마스크를 충분히 지급해야 합니다. 모든 병원 노동자에게 하루 1장은 지급하고, 오염되는 경우를 고려해 여유분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병원이 마스크가 부족하지 않은데도 쌓아 두려고 한다’고 해 논란이 됐는데요.
박능후 장관은 “의료계는 마스크를 다 공급하고 있어서 사실 그렇게 부족하지 않다”, “조사해 보니 병원들이 마스크를 쌓아 놓으려 한다” 이렇게 말했는데요. 솔직히 막말이라고 생각해요. 설령 어떤 병원이 그랬다 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서 말하면 안 돼죠.
이런 문제는 전체 마스크 지급 상황이 투명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거죠. 정부가 전체 병원을 전수조사해서 명확하게 보여 주지도 않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의료진을 의심하고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니까 문제가 있습니다.
병원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어떻습니까?
진단검사의학과 임상병리사 같은 경우는 노동시간이 엄청나게 늘었어요.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없고 1~2년이라도 경험이 있어야 해요. 서울대병원에서는 6명이 이 일을 하겠다고 해서 순번제로 돌아가면서 하고 있는데 노동 강도가 엄청나게 세요. 노조가 인력 충원을 요구해서 2명이 충원됐습니다.
보라매병원의 경우, 처음에는 간호사 1명이 환자 4명을 담당했는데 지금은 환자 5명을 담당하는 걸로 얘기되고 있어요. 현재 노조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안정적인 인력 운영 계획을 병원과 논의 중입니다.
전체적으로 간호사가 부족하지는 않아요. 외래 환자나 (코로나19 환자가 아닌) 입원 환자들의 수는 많이 줄었거든요. 병원은 이렇게 업무량이 줄어든 쪽의 인력을 코로나19 쪽으로 파견해서 돌려쓰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자들에게 인력 운영 계획을 그날 그날 알려 준다는 거예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정해진 게 없다’거나 ‘환자 중증도에 따라 그때 그때 정한다’고 해요. 터무니없죠. 확진 환자를 받는 병동의 얘기를 들어 보면, 열이 나서 온 환자가 아주 갑자기 중환자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언제 중환자가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꾸 인력 운영 방식이 달라지면 응급 상황에 갑자기 투입된 사람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습니다.
수도권에 감염자 수와 병원 내 감염이 증가하고 있는데, 대구처럼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 PC방, 콜센터 등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집단으로 있는 곳이잖아요. 병원에서도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병원 청소 노동자, 환자 이송원 등이 모두 감염에 노출돼 있어요.
메르스 때 슈퍼 전파자는 확진 환자를 이송한 노동자였는데, 그 분은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 노동자였고 증상을 숨기다가 메르스가 확산됐죠. 지금도 저는 그런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청소 노동자들은 특히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지금 병원에서는 일회용을 많이 쓰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쓰레기가 나오거든요. 청소 노동자들이 그걸 다 치워요. 쓰레기 속에는 오염된 보호구도 있기 때문에 교육 없이 투입한다면 큰일이 날 수 있습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청소, 주차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돼서 병원이 그들에게 마스크를 하루 1장씩 지급합니다. 반면, 정규직화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보라매병원은 용역업체를 통해서 받으라고 합니다. 용역업체는 “마스크가 충분하지 않으니 노조가 병원에다 얘기를 좀 해 달라”고 합니다. 과연 제대로 지급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보장이 안 되는 거죠.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은 코로나19 대응 테이블에서 노조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노조를 배제한다는 건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거죠. 노조는 ‘깜깜이식으로 하지 말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라’고 계속 요구했어요. 결국 지금은 병원이 매일 ‘코비드19 뉴스’를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려요. 그 전에는 노동자들이 병원 돌아가는 상황을 아무것도 몰랐어요.
병원은 간호사 임시 숙소도 처음에는 못 준다고 그랬어요. 알아서 구하라는 식이었죠. 집에 혼자 살면 모르겠지만 혼자가 아니면 가족들이 감염될 위험이 있는데 말이에요.
지금은 노조가 싸워서 임시 숙소가 생겼는데, 체력단련실로 쓰던 넓은 공간에 커튼만 쳐져 있어요. 신청자가 많아야 하는데 별로 없어요. 안에 시설이 제대로 안 돼 있으니 간호사들이 와서 보고는 ‘여기에 안 있겠다’ 하는 거죠. 노조는 임시 숙소를 제대로 마련하게끔 병원에 계속 요구할 거예요.
지금 대형 민간병원들은 한 명이라도 코로나 환자가 나올까 봐 벌벌 떨고만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공공병원이 제 구실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공공병원에 더 많은 인력 확충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노동자·시민·사회단체들이 꾸준히 요구했기 때문에 현재 정부 대응에 개선이 있었다고 봅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도 그렇게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