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99% 페미니즘 선언》:
급진적이지만 모호한 사회주의 페미니즘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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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쓴 《99% 페미니즘 선언》

저자는 모두
이 책은 2016년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 등 고위직의 엘리트 여성이 설파하는 자유주의 페미니즘을
저자들은 환경 정의, 수준 높은 무상 교육, 아낌없는 공공 서비스, 저렴한 서민 주택, 노동권, 보편적인 무상 의료를 위한 투쟁을 지지하고, 인종 차별 반대와 트랜스 여성 지지, 제국주의와 전쟁 반대를 천명한다.
그리고 반자본주의 페미니즘이
여성들의 투쟁적인 운동을 고무하며 자본주의에 맞서 저항 운동들의 연대를 강조하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런데 자본주의 종식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모호한 몇 마디 말로 넘어간다.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저항 운동을 지지하며 운동을 연결시키려 노력해야 하지만, 이런 투쟁만으로 자본주의가 종식되지는 않는다. 이윤 시스템으로서 자본주의를 끝장내려면 노동계급이 혁명적 투쟁을 통해 자본주의 국가를 분쇄하고 권력을 잡아야 한다. 이런 핵심적인 문제를 회피한다면
이 책은 임금 노동에 대한 착취를 노동계급이 체제에서 겪는 피해 정도로만 인식할 뿐 자본주의 체제를 전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제공하는 힘의 원천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이것은 저자들이
2017년과 2018년에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3월 8일 시위는 분명 인상적이지만 이런 시위가 노동계급 운동의 역사에서 새로운 투쟁 형태인 것은 아니다. 노동계급이 교육, 보건, 복지 등을 위해 일터 밖에서 싸운 지는 오래됐다.
‘여성 파업’
여성의 무보수 가사 노동이 자본주의 노동력 재생산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한다는 것과 학교, 병원, 요양기관 등
또, 임금 노동과 무상 노동의 차이점을 흐리는 방식으로
노동계급 여성이 임금 노동자로서 파업하는 것과 무보수 재생산 노동을 거부하는 것의 효과를 동일한 것으로 가정할 수 없다. 전자는 기업주나 국가관료가 표적이 되고 실제 파업은 자본가들의 이윤에 타격을 가하거나 국가에 정치적 압력을 형성하지만,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 제공을 거부하는 것은 표적이 분명치 않고 이윤에 타격을 주지도 않는다. 노동계급 여성이 가정 내 무상 노동을 거부하면 그 피해가 자신의 아이나 노부모 등에게 돌아간다는 난점도 있다.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차별에 맞선 투쟁을 지지하며 직장 밖에서 일어나는 투쟁에 당연히 관여해야 하지만, 이것이 생산 현장에서의 투쟁이 지니는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된다. 직장은 단지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지배계급의 이윤이 만들어지는 핵심 장소이다.
자본주의를 전복할 수 있는 노동계급의 잠재력은 생산 현장에서 자본가들과 맺는 착취적 관계에서 비롯한다. 자본주의 종식이라는 목표를 성취하려면 다른 사회집단과 구별되는 노동계급 고유의 힘이 바로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 자체로부터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