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책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특수고용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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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해고나 임금 삭감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 사용자들이 고용과 임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일감 감소가 곧장 임금과 일자리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과후 강사, 예술 강사, 대리운전기사, 화물기사, 보험설계사, 퀵서비스 노동자 등 약 250만 명으로 추정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고용과 소득 지원 방안에서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고용유지지원금, 가족돌봄휴가지원,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등 대표적인 정책들에서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배제되고 있다.
그 대상 기준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이거나 산재보험 가입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명백히 노동 통제와 착취를 받는 노동자이지만 ‘사장님’ 소리를 듣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비애다. 차라리 소상공인 대출을 신청하려 해도 사업자등록증이 없어서 퇴짜를 맞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 대책에 사각지대가 많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최근 문재인 정부는 기존 저소득층에 지원하던 긴급복지지원금 대상자에 특수고용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을 포함했다.
하지만 이조차도 대상이 너무 협소하다. 지원금 지급 기준은 중위소득 75퍼센트 이하인데, 이는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약 350만 원 이하다. 여기에 보유한 주택과 자동차 등 재산 현황에 따른 제한도 덧붙는다.
지급 액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1인 가구는 한 달에 50만 원 가량이고, 4인 가구는 123만 원이다. 퀵서비스, 대리운전, 화물차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일을 안 해도 보험료, 프로그램비, 차량 할부금 등 돈이 든다. 이런 비용을 다 감안하자면 지원 액수가 터무니없이 적다.
지자체별 지원금인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 사업은 절차와 요건이 복잡하고 무엇보다 예산규모가 14만 명 수준밖에 안 된다.
4월 13일 민주노총 특수고용 노동자 대책회의는 국회 앞에서 ‘코로나19 특수고용 지원 대책 발표 이후 현장실태 증언 및 특고대책회의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고용보험제도에서 배제돼 실업급여도 제대로 받을 수 없다며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겪는 불이익 등이 코로나19 사태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래는 민주노총 특수고용 대책위가 발표한 사례 중 일부다.
“[정부가] 대면업무 노동자에게 마스크 300만 장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는데, 대리운전 기사는 여기서도 제외됐어요. 특수고용직에게 준다는 지원금도 10만 명을 대상으로 해 전국 250만 특수고용노동자 수에 턱없이 부족하고요.”(대리운전 노동자 사례)
“생활비도 문제지만 화물자동차 할부금, 이자를 매달 250만 원 납부해야 해서 고정지출이 가장 큰 문제예요. 정부에서 특수고용 지원금을 준다고 하는데 알아보니 고용보험, 산재보험 가입한 사람만 된다고 했어요. 화물 노동자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적용이 안 돼서 대상이 안 된다고 했죠.”(화물차 노동자 사례)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금을 준다고 선전하는데, 학습지 교사가 실제 받을 수 있는 지원 기준을 마련한 곳은 없어요. 특수고용 노동자라 4대 보험이나 상여금, 퇴직금은 꿈도 꾸지 못하고 월 소득 200만 원도 받지 못하는데 건강보험료 적용 기준상 지급 대상도 안 된다고 하더군요. 어이가 없어요. 정부는 지원에도 사각지대를 만들어 놓았더군요.”(학습지 교사 사례)
“[생활안정지원금을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 구성이 현실성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방송 작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죠.”(방송 작가 사례)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특수고용 노동자, 초단시간 노동자를 포함하는 고용보험제도 개선, 긴급실업수당을 신속하고 보편적으로 지급, 노조법2조 개정으로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등을 요구했다. 이는 특수고용 노동자 생계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요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