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
감염병, 산업재해, 생계난 삼중고에 놓인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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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으면서 생명과 안전이 올해 내내 화두에 올랐지만, 산업재해로 인한 일터에서의 사망은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민주노총의 발표를 보면, 올해 1월부터 4월 15일까지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177명에 이른다. 떨어지고, 끼이고, 부딪힌 사고들뿐 아니라 과로사, 질식, 화학 물질 사고도 발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일터가 더 위험해진 노동자도 있다. 3월 14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간병 노동자가 병원 내 감염으로 확진돼 결국 숨졌다.
2월 27일과 3월 6일에는 코로나19 관련 업무로 격무에 시달리던 공무원 노동자가, 3월 12일에는 폭주하는 물량을 배달하던 쿠팡 노동자가 과로사했다.
KT에서는 4월 1~2일 연달아 사고가 났다. 맨홀 작업 후 지상으로 올라오던 노동자가 차에 치여 중상을 입은 다음 날, 또다른 노동자가 노후한 전봇대에서 작업하다 추락해 사망한 것이다.
현대중공업에서도 4월 16~22일 사이 정규직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잇따랐다. 올해 2월과 지난해 9월에도 하청 노동자가 높은 곳에서 추락하고 육중한 철제 뚜껑에 끼여 사망했다.
사용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노동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하고, 투쟁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용자들은 정부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무급휴직, 해고 등으로 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안전 투자는 (원래도 인색했지만) 한층 더 절감해야 할 비용이 되고 있다.
경총, 전경련 등 사용자 단체들은 화학 물질 규제를 완화해 과정도, 결과물도 위험한 생산을 확대하려 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사용자들의 바람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4월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해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수출 활력 제고 방안”이 그 결과물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유해 화학 물질 인허가를 쉽게 하고 정기 검사를 유예하는 등 안전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교롭게도 이 발표 하루 뒤인 4월 9일, 하수도 공사 작업을 하던 노동자 3명이 유독 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한 달 전인 3월 5일에는 충남 대산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6일에는 SH에너지 군산 공장에서 큰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수출 활력 제고 방안”에 담긴 규제 완화는 구미 불산 누출 사고와 가습기 살균제 대참사 이후 만들어진 안전 규제를 풀겠다는 것으로 제2의 대형 참사를 불러 올 수도 있는 개악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현실에 항의하면서, 4월 22일 노동자 건강권 쟁취 공동행동을 전국 동시다발로 개최했다. 국회 앞, 민주당사 앞 등 주요 거점에서 기자회견, 거리두기 1인 팻말 시위, 차량·자전거 행진 등을 벌였다.
감염병, 실직 위협, 산업재해라는 3중의 위험으로부터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려면 정부와 사용자에 맞선 항의가 더 크고 많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