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요란했던 문재인의 ‘산재 근절’ 약속:
지난해 산재 사망자 되레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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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용노동부가 2020년 산업재해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수는 2062명으로, 2019년보다 줄기는커녕 되레 2.1퍼센트(42명)나 늘었다.
2018년부터 산재 사망자 수는 3년 연속 2000명을 넘겼다. 재해자 수도 10만 8379명이나 됐다.
많이 발생한 산재 사망 사건을 유형 순으로 보면, 떨어짐, 끼임, 부딪힘, 화재·폭발·파열, 물체에 맞음 등이다. 충분한 안전 투자, 인력 확보와 조건 개선 등이 있었다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인재다. 그런데도 짤막한 단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 매일 대여섯 명이 죽어 나갔다.
이조차 규모가 축소됐을 가능성이 크다. 산재 은폐가 광범하게 저질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사업장 외 교통사고, 체육행사, 통상 출퇴근 사망자는 제외된 것이라 매년 200명대의 사망자수가 숨어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에 산재사망자수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큰소리쳤다.(본지 237호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 사고: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체제가 낳은 참사, 306호 👉문재인 2년 반·김용균 사망 1주기: 줄잇는 산업재해, “사망자 수 절반” 약속 배신을 보시오.)
그러나 행동은 거꾸로 했다. 누더기가 돼 ‘김용균 없는 김용균 법’이라 불린 2018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은 제2의 김용균을 막지 못했다. 법 개정 이후 발전소 5곳에서 산재가 70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1월 정부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함께 통과시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애초 노동계가 요구한 내용에서 처벌 수준과 범위를 대폭 낮춘 누더기였다. 그래 놓고도 정부는 최근 사용자들이 더한층 후퇴를 요구한 데 맞장구를 치고 있다.(본지 364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더 난도질하자는 재계, 호응하는 정부’를 보시오)
정부는 5인 미만 사업장을 법 적용에서 제외했고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법 적용을 3년 뒤로 미뤘다. 지난해 50인 미만 사업장(5인 미만 포함)에서 714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해 전체 사고 사망자 중에서 80.9퍼센트나 차지했는데 말이다.
비판이 일자 고용노동부는 올해 사망자를 20퍼센트 줄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고용노동부는 사망자를 15퍼센트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부가 3월 25일 내놓은 “산재 사망사고 감소 대책”도 기업의 “자율관리” 정착, 사고 예방 지원 등에 그쳤다. 위험한 화학사업장은 “맞춤형 중점관리”를 하겠다지만, 정작 화학물질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해 안전을 위협한 것은 정부 자신이다.
정부는 코로나 시대에 증가한 배달 노동자들의 사고 사망도 예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플랫폼 배달 노동자들의 산재 신청 건수와 사고 사망자수가 2배 늘었지만, 고용노동부가 기본적인 재해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이번 정부 대책에는 이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조차 없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일하다 다치고 죽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노동자 착취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무한 이윤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동자들이 더 오래 더 강도 높은 노동을 하도록 만든다. 이런 체제 지키기에 이해관계가 있는 정부도 노동자 안전보다 이윤을 더 중시한다.
가령, 지난해 건설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화재 참사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한 사례다. (관련 기사 :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38명 사망: 정부의 기업주 봐주기가 똑같은 사고 또 낳았다’) 당시 기업주는 공사를 빨리 진행하려고 최소한의 안전 장치도 설치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을 위험한 작업으로 몰았다. 정부는 위험을 알고 있었는데도 “조건부 적정” 판정을 내려 공사가 진행되도록 용인했다.
노동자들이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면 문재인 정부와 기업주들의 탐욕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