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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불황으로 빠져드는 미국 경제

속속 발표되는 경제 지표들을 보면,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지표는 지난 5주 동안 실업자가 2645만 명 늘었다는 점이다.

2008~2009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 비농업부문에서 생겨난 일자리가 2244만 개인데, 이보다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데 5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금 미국 실업률 14퍼센트는 1929년 대공황(실업률 25퍼센트) 이래 가장 높다.

고용시장이 풍비박산이니 실물경제가 좋을 리 없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역사상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3월 공장주문도 14.4퍼센트 하락했는데,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다. 4월의 경제 지표들이 3월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코로나19로 가난한 사람들은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출처 Anthony Quintano(플리커)

국제유가 하락으로 관련 기업들도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4월 초만 해도 주요 산유국들이 하루 970만 배럴을 감산하면 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석유 패권을 두고 사우디와 러시아의 경쟁이 잠시 중단됐어도 유가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불황으로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3000만 배럴 줄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석유 저장창고가 가득 차면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역사상 전례 없는 마이너스 40달러까지 폭락했다. 유가 하락의 희생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4월 26일 원유 시추업체 다이아몬드 오프쇼어 드릴링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잿빛 일색이다. 2020년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2분기 상황은 더욱 악화해 -25~-30퍼센트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9퍼센트로 낮췄다. 이는 석 달 전 전망치(2.1퍼센트)보다 8퍼센트포인트나 낮춰 잡은 수치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충격파는 1929년 대공황 이래 최대 수준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이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무역이 축소되고 있다. 투자됐던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신흥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는 항공산업, 관광산업, 셰일석유, 숙박·도소매업 등에서 많은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아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파산할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중단이 이윤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트럼프는 하루 빨리 생산을 재개하고자 한다. 미국의 주요 자동차 공장은 5월 18일부터 생산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망자가 5만 명이 넘고, 확진자도 100만 명을 넘어 여전히 신규 감염자가 나오는 상황인데도 생산 재개를 서두르는 것은 2차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

트럼프는 5월에 생산을 재개하면 ‘V자 회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 재무장관 스티븐 므누신은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는 단기 이슈다. 이번 사태가 한두 달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를 잘 헤쳐 나갈 것이고, 경제는 이전보다 더 강건해질 것이다.” 케인스주의 경제학자 래리 서머스도 이에 동조했다. “경기 회복이 사람들의 예상보다 빠를 수 있는데, 그것은 매년 겨울 케이프 코드[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유명한 여름 휴양지]를 강타하는 불황에서 회복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여름이 오면 휴양지 경제가 회복되는 것처럼, 생산이 재개되면 그사이에 소비하지 못했던 돈을 지출할 것이기에 소비자 심리지수도 금세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취약해진 경제

그러나 2020년 전부터 미국을 포함한 세계경제는 불황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2009년 이래로 미국의 1인당 GDP 증가율은 겨우 1.6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성장은 너무나 미약하고 또 취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경제 위기는 금융기관 파산과 금융시장 마비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2008년 위기와 다르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현상만 보는 것이다.

2008년 위기 때에도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서민들의 소득이 감소하자, 주택담보대출 이자 연체와 주택 압류가 나타났다. 이어서 주택담보대출을 기본자산으로 한 금융상품들이 부실채권으로 바뀌었고 금융기관들이 파산했다. 이번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실물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마찬가지로 이번 위기도 헤지펀드나 상업용 부동산 등이 뇌관이 돼서 금융시장이 붕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금융시장이 붕괴하지 않는 이유는 신속하고 거대한 양적완화 때문이다. 2008~2009년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미국은 4번에 걸친 양적완화로 1조 9390억 달러를 기업과 금융권에 제공했다. 하지만 지난 49일 동안 트럼프는 2조 8920억 달러를 양적완화로 풀기로 했고, 규모를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투기등급으로 하락한 회사채까지 무제한 매입하는 등 2008년보다도 강력한 정책까지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양적완화는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살리는 효과도 있지만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효과도 지닌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빌린 돈의 이자조차 벌지 못하는 좀비 기업이 10~20퍼센트나 됐다. 전 세계에서 대규모로 풀린 돈들은 생산적 부문보다는 주식이나 선물 같은 자본시장에 들어가 거품을 만들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마이클 로버츠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팬데믹이 초래한 불황이 심각했음에도 많은 구제금융 자금이 가계가 아니라 기업에게 흘러갔기 때문에 충분한 자본 파괴가 이뤄질지 확신할 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와 격리 등의 조처들이 끝나더라도 V자 반등이나 ‘정상’으로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양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말을 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말에게 물을 먹일 수는 없다.’ 기업주들이 양적완화로 많은 돈을 확보했다 할지라도 그들이 그 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투자 수익률, 즉 이윤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트럼프뿐 아니라 최근 많은 국가들이 추진하는 경기부양책으로는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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