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파업:
노동자들 삶 망가뜨리는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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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STX조선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 사측이 6월 1일로 끝나는 순환 무급휴직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해 노동자들이 반발한 것이다.
2년 전 STX조선 노동자들은 사측의 대규모 감원에 맞서 파업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개입해 체결한 합의로 노동자들은 감원은 하지 않지만 대폭의 임금 삭감과 6개월씩 순환 무급휴직을 하게 됐다. 노조 지도부는 별도로 사측과 순환 무급휴직 기간을 2년으로 합의했다며, 적어도 유급휴직을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무급휴직 합의를 “고용친화적 구조조정”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노동자들의 삶은 파괴됐다.
사내 복지 제도가 사라졌고 임금이 대폭 삭감됐다.
“임금이 70퍼센트 이상 깎였습니다. 1년에 절반은 무급휴직하고, 수당 같은 것도 다 깎였습니다. 회사는 최저시급도 안 지킵니다. 정부에 걸려 봐야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무급휴직 기간에 노동자들은 퀵 서비스, 건설 일용직 등으로 내몰리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이 같은 조건 악화 속에 퇴사하는 노동자도 많았다. 그 영향으로 조합원 수도 2년 전 합의 당시 780명에서 현재 515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렇게 정규직이 줄어드는 동안 사측은 비정규직을 고용해 조선소를 가동했다. “고용친화적” 구조조정이란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책임 떠넘기는 정부와 사측
무급휴직 기간 연장은 이런 고통을 더 감내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분노했다.
“2년 동안 우리는 양보했습니다. 그러면 회사도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회사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하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합니다.”
정부와 사측은 코로나19와 세계경제 위기로 인해 조선업 위기가 커지자 오히려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더욱 전가하려 한다. STX조선은 올해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사측은 사무직 유급휴직과 ‘희망퇴직’ 실시도 예고했다.
이처럼 STX조선의 구조조정 상황은 경제 위기 시에 무급휴직 등으로 임금을 양보해 일자리를 지키자는 주장이 실제로는 일자리를 지키는 대안조차 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 운운하며 일자리 50만 개를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이런 일자리 대부분은 저질 단기 일자리들이다. 정부는 오히려 특별연장근로 기간 확대, 성과 중심 임금 체계 개편 등으로 노동시간 연장과 임금 삭감을 추진하려고 한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지도자들은 문재인 정부와의 사회적 대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경제 위기에 책임이 없다. 노동자들을 즉각 일터로 복귀시키고 고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위기에 처한 기업을 영구 국유화해 정부가 운영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