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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G7 참가는 동아시아 불안정에 일조할 것

6월 1일 문재인이 트럼프의 G7 회담 초청에 응하겠다고 했다. 이틀 전 트럼프는 이번 가을에 예정된 G7 회의를 확대해 한국을 포함한 4개국을 초청하겠다고 했다.(여기에 브라질이 추가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전략적 위치 상승에 기인”한 것이라며 G7에 초청받은 것을 자축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옵서버 자격으로 일회적·일시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고 “G11 또는 G12라는 새로운 국제체제의 정식멤버가 되는 것”이라며 그 의의를 추켜세웠다.

그러나 이는 미·중 갈등이 첨예해짐에 따라 거세지고 있는 ‘줄 세우기’ 압력에 응하는 것일 뿐이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화웨이 제재 등으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하자 트럼프는 홍콩에 부여한 특별 지위를 제거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배제한 경제 블록 구상인 “경제 번영 네트워크(EPN)”나 화웨이 제재 등 각종 대(對)중국 압박에 동참할 것을 한국 정부에 요구해 왔다. 중국이 빠진 확대 G7 회담 제안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는 다가오는 G7 회담이 ‘동맹들과 함께 중국의 미래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G7 회담에 초청된 4개국 중 세 나라(인도, 한국, 호주)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동맹 국가들이다(나머지 한 곳은 러시아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동쪽으로는 일본, 서쪽으로는 인도, 남쪽으로는 호주를 거점으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고 경제적·군사적 패권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한미동맹도 그 전략의 중요한 일부다.

물론, 한국 지배자들은 국제 제국주의 질서 내에서 자체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 문재인 정부가 G7 초청에 응한 것은 그것이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 내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일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줄 세우기 압박은 한국 지배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한다. 한국 지배자들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미국의 요구에 응하면서도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줄타기

홍콩 국가보안법(이하 “홍콩 보안법”)에 관해 문재인 정부가 극도로 말을 아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6월 2일 외교부가 뒤늦게 내놓은, “일국양제 하에 홍콩의 번영과 발전이 지속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은 기껏해야 모호할 뿐이다. 물론 서방 국가들은 중국이 일국양제(홍콩 자치 보장)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난하지만, 중국도 홍콩 보안법이 일국양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에 동의하지 않고서도 홍콩 보안법은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라는 문재인은 중국을 의식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비판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미·중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이런 줄타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현재 세계 패권국이 여전히 미국인 이상 한국 지배자들은 한동안 중국을 의식하면서도 미국의 패권 전략에 협조하는 방향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 문정인이 한 미국 싱크 탱크의 세미나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고 중국과는 전략적 파트너”라고 말한 것은 시사적이다.

5월 29일 성주에 추가 반입된 사드 장비 ⓒ출처 소성리 종합상황실

5월 29일 문재인 정부는 기습적으로 사드 장비를 성주 소성리에 추가 반입했다. 국방부는 기존 요격 미사일을 똑같은 종류와 수량으로 교체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노후 장비를 정기적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은 ‘임시 배치’ 중인 사드의 정식 배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 체계 배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즉각 반발했다.

무엇보다도 이는 미국 국방부가 올해 초에 내놓은 사드 성능 개량 계획과 맞물려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미국이 “사드 발사대를 확대”하는 그 계획에 따라 성주에서 교체한 노후 장비를 개보수해 다른 지역에 배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에 맞선 ‘군사 연합’에 합류하라는 압력도 한국 정부에 넣고 있다. 5월 31일 미국 국무장관 폼페이오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서방의 가치를 지킬 좋은 파트너”들을 열거하며 “한국”도 그중 하나로 언급했다.

그에 앞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태평양 억지 구상’을 발표했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중국에 상당히 침식”된 데에 대한 위기 의식이 반영된 이 구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대규모 군사력 증강과 이를 위한 예산 투입을 촉구했다. 이 예산은 2021년 국방수권법(국방 예산법)에 반영될 것이라고 한다. 이 구상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의 지지를 받았다는 점은 강경한 대중국 정책이 단지 트럼프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라 미국 지배계급 모두의 합의임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이에 따라 미국 지배자들은 자국의 동맹국들에 더 많은 미군을 주둔시키고, 중국을 겨냥한 중거리 미사일 등의 무기를 더 배치하려 할 것이다. 그만큼 중국을 둘러싼 인도·태평양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외 정책은 여기에 일조하려 할 것이다. 동아시아의 긴장이 심각해지면 한반도 정세도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미·중 두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 지배자들이 겪는 딜레마도 더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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