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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질산암모늄 폭발 사고:
안전에 무관심한 정부가 낳은 재앙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초대형 폭발로 100여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다. 폭발이 어찌나 컸는지 버섯구름이 일었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까지 굉음이 들렸다.

폭발을 야기한 구체적 정황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애초에 왜 그처럼 위험한 질산암모늄이 방치된 채로 쌓여 있는지에 대해서는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화물선과 선박 억류 소식을 다루는 해외 매체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이렇다.

2013년 러시아 사업가가 소유한 화물선 로서스는 질산암모늄을 싣고 조지아에서 출발해서 모잠비크를 향하던 중 엔진 고장으로 이번에 사고가 난 베이루트의 항구에 정박했다. 당시 항만 당국은 그 선박이 항해가 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출항을 허가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화물선주는 이미 망가진 배를 회수하려고 하지 않았고 화물주는 화물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항만 당국은 사실상 버려진 배를 떠안고 싶지 않아서 선장 등 일부 선원들을 사실상 인질로 잡았다. 레바논 상륙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모든 이에게 버려지고 외면당한 선원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폭약 성분을 잔뜩 실은 고장 난 배에서 1년 이상 지냈고 보급품까지 바닥났다. 이들은 레바논 현지 민간 기구에 도움을 요청했고, 결국 ‘이 배의 화물이 아주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레바논 법원은 선원들의 레바논 입국과 본국 귀국을 허용했다.

이후 화물이 아주 위험하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현지 당국은 질산암모늄을 항구의 임시 창고로 옮겼다. 2015년의 한 관련 기사는 “해당 선박과 화물은 경매 등을 거쳐 처리될 예정이다” 하고 끝난다. 그런데 놀랍게도 5년이나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번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고장 위험이 큰 선박을 무리하게 운행한 화물선주, 무책임하게 화물을 버린 화물주, 아주 위험한 화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항만당국이 만들어낸 참사였던 듯하다.

이윤에만 눈이 먼 기업과 국가 때문에 평범한 노동자들과 사람들이 희생되는 일이 또 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