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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이슬람 극단주의’와의 투쟁?:
무슬림 희생양 삼아 주의 돌리려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이슬람 혐오적 공격에 가차없이 나서기 시작했다.

10월 2일 마크롱은 프랑스 내 “이슬람 분리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슬람을 가리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위기에 빠졌고 극단적 분파들 때문에 망가진 종교”라고 했다.

마크롱은 프랑스의 이슬람이 “외세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파리에서 열린 이슬람혐오 반대 시위 ⓒ출처 Photothèque Rouge

마크롱은 모든 무슬림에게 낙인을 찍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나 마크롱의 정책은 그런 결과를 낳을 것이며 그 자신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이슬람에서 말하는 5개의 기둥에 빗대어, “[이슬람] 분리주의”에 맞서는 자신의 투쟁이 “다섯 개의 기둥”에 근거한다고 했다.

마크롱은 기존의 “중립 의무”를 모든 공공부문과 그 하청 노동자들로 확대하고 싶어한다. 이것이 실제로 적용되면 무슬림이 같은 무슬림을 우대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채용 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

또한 대중교통이나 공항에 취업하려면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이번 정책에는 이슬람 교리를 따른다거나 세속주의 강령을 충분히 준수하지 않는다고 의심되는 공동체 조직들을 해산하는 것도 포함됐다.

마크롱은 앞으로 도지사들이 지방 공무원들의 권한을 무효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예컨대, 공립학교에서 [무슬림들을 위한] 할랄 음식을 제공토록 한 조치를 무로 돌릴 수 있다. 또한 “수영장에서 특정 시간대를 남성이나 여성 전용으로” 정한 조처도 무효화할 수 있다. [프랑스 우익은 수영장에 여성 전용 시간대를 마련하는 것이 이슬람 탓이라고 주장한다.]

새로운 법은 의학적 사유가 있지 않는 한 홈스쿨링을 금지하고 3세 이상 모든 아동은 반드시 학교에서 교육받도록 강제한다. 그럼으로써 “극단주의자들”의 “세뇌” 시도를 막겠다는 것이다.

학교는 “신도가 아니라 시민을 양성하는 곳”이라고 마크롱은 말했다.

그러나 새 법은 예컨대, 알자스-모젤 지방의 교육 방식은 문제 삼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가톨릭·개신교··유대교 성직자들이 국가에게서 재정을 지원받고, 아이들은 공립학교에서 해당 종교 대표들이 가르치는 종교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번 이슬람 혐오를 통해 마크롱은 코로나19 대처 실패와 노동계급에 대한 공격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려 한다. 또한 마린 르펜이 이끄는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에게서 일부 표를 얻기를 원한다.

그러나 마크롱이 한 그런 연설은 도리어 더 강력한 인종차별적 요구로 이어질 뿐이다.

국민연합은 “일부 정책들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재빨리 이렇게 덧붙였다. “[이슬람] 공동체주의를 배양하는 대규모 이주, 이데올로기 금지의 필요성, 분리주의자의 국적을 박탈하기 위해 필요한 국적법 개혁에 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이런 요소들을 입법 과정에서 제기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혁명적 사회주의 정당인 반자본주의신당(NPA)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런 국가 주도 이슬람 혐오를 규탄하고 그에 반대하는 모든 행동에 동참할 것이다. 우리는 차별을 강화하고 무슬림을 공격하는 조처에 반대하고, 정부 의도대로 우리가 분열되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정부는 부자들을 섬기며 나날이 극우를 위해 길을 닦고 있다.”

주류 좌파인 사회당은 안이하게도 마크롱이 모든 무슬림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서 기쁘다며 빈곤 문제 해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내년 대선에서 좌파의 주요 주자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은 장뤼크 멜랑숑은 마크롱 연설의 “위선과 악독함”을 비난했다. 그의 정당인 좌파당이 어떻게 반대하고 나설지는 여전히 두고 볼 일이다.

마크롱의 이슬람 혐오 정책은 수십 년간 누적된 비슷한 정책들의 연장선 위에 있는데, 모든 거대 정당들이 여기에 가담하고 좌파들은 너무나도 자주 이를 무시하거나 심지어는 지지했다.

이번 공격은 정치,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지배계급들이 인종차별과 희생양 삼기로 반대파를 분열시키려 든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노란조끼 운동, 노동조합, 인종차별 반대 운동, 기후위기 운동, 여성 운동의 모든 이들이 이슬람 혐오에 맞서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