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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평균 수입 13만 원:
10개월째 무급휴직 방과후강사

10개월째 무급. 현재 방과후학교 강사들의 처지다. 방과후 수업은 코로나 사태 시작과 함께 방역을 이유로 중단됐다. 강사들은 학교와 계약이 돼 있어 섣불리 그만두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자니 정부나 학교가 뚜렷한 생계·고용 대책도 내놓지 않는다. 기약 없는 무급휴직인 셈이다.

서비스연맹 방과후강사노조가 지난 9월 강사 12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월 평균 수입은 13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지난해 216만 원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우리 노조 조합원 중 한 50대 강사는 지난해 어깨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 여전히 몸이 성치 않다. 그런데도 생활고 때문에 몇 달 전부터 폐업한 가게를 철거하는 일을 시작해야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방과후강사 수입 변화 코로나19로 방과후 수업이 중단되면서 방과후강사들은 수입이 급감하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는 방과후강사를 포함해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에게 두 차례에 걸쳐 긴급고용안정지원금 200만 원을 지급했다(월 50만 원씩 4개월치). 그러나 이는 2019년 기준 1인 가구 월평균 생계비 224만 원(최저임금위원회)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까다로운 지급 조건 때문에 이조차 받지 못하는 강사들도 있다. 우리 노조가 7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08명 중 약 19퍼센트가 1차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예컨대, 정부는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그런데 한두 학교 방과후 수업만으로 충분한 소득을 얻을 수 없는 현실에서 적지 않은 강사들이 투잡, 쓰리잡을 뛴다. 그중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주 수입원(방과후 수업)에서 소득이 없어 생활고가 심해졌는데도 지원금을 받지 못한 것이다.

또, 지원금을 받으려면 지난해보다 소득이 감소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올해 처음 일을 시작했거나 개인적인 사유(여성의 경우 임신·출산 등)로 지난해 수업을 쉬다가 올해 다시 수업을 시작하려던 강사들이 제외됐다.

정부는 2차 지원금 지급 대상을 넓히겠다고 했지만, 1차 지원금을 받지 못한 강사들은 또 제외됐다. 올해 6·7월과 비교해 8·9월 소득이 감소한 경우 지급한다는 조건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미 올해 초부터 소득이 없었던 방과후강사는 소득이 ‘감소하지 않아’ 제외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내년에 방과후수업이 재개될지도 미지수다. 강사들은 재개되더라도 고용이 유지될지 불안해하고 있다.

강사들은 짧게는 3개월, 길어도 1년짜리 계약을 맺는다. 규정에 따르면 학년도가 바뀌면 강사 평가를 거쳐 재계약을 할 수 있고, 총 계약 기간이 2년을 넘을 경우 반드시 공모 절차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올해는 수업을 전혀 하지 않아 강사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학교들은 이를 이유로 공모 절차를 다시 할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이 와중에 내년도 방과후학교 운영을 민간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학교도 있다. 그렇게 되면 방과후강사들은 고용불안에 내몰리거나, 임금이 삭감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올해 7월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방과후강사가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제공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교직원들은 영상 교육 연출·제작, 콜센터, 방역 전문가 구실을 한꺼번에 소화하느라 큰 업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관련 기사: 코로나19로 늘어난 학습 격차, 여전한 학급 밀집도). 동시에 방과후강사들은 일이 없어 소득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그 간격을 메우는 방법은 방과후강사 등 코로나로 사실상 실직 상태인 노동자들 일부를 ‘임시직’, ‘봉사직’ 등 또 다른 비정규직으로 데려다 쓰는 것이다. 긴급돌봄, 원격학습, 방역 지원 업무에 방과후강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우리 노조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퍼센트가 여기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중 약 40퍼센트가 ‘임금(시급)이 너무 적다’고 답했다. 소득 감소를 만회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것이다. 8.2퍼센트는 ‘학교에서 종종 무시 또는 불이익을 당한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그조차 단기 임시직이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 이후 지금까지 기업 지원과 경기 부양에 594조 원을 쏟아부었다. 8월 국방부는 앞으로 5년 동안 군비에 301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돈을 교육과 돌봄, 노동자들의 생계를 위해 써야 한다.

정부는 충분한 재정을 투입해 방과후강사들의 생계소득과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