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의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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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를 읽기 전에 “바이든의 대외정책, 무엇이 달라질까?”를 읽으시오.
한국 대자본가 다수는 바이든의 당선에 안도하는 듯하다. 바이든도 “대중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나 … 국제 공조를 통한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미국과 우방국간 관계가 [긍정적으로] 재정립”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다소 감소”해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도 이로운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는 듯하다.(인용은 모두 한국은행)
그러나 바이든이 한국에 동참을 요구할 “국제 공조”가 한국 지배자들에게 외려 근심을 더할 수도 있다.
중국 경제가 이번 세기 들어 고도 성장하면서 한-중 간 경제적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고, 이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한국도 중국에게 손꼽히는 무역국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미국의 경제적·정치적·군사적 영향력에 기대어 성장하며 국제적 지위를 쌓아 왔다. 그렇기에 한미동맹은 우파와 민주당 모두에게 대외 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밀접해진 상황에서 이전처럼 미국·일본과의 동맹만 중시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다.(우파들은 문재인이 “친중”이라고 비판하지만, 그들도 지금 중국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중국도 한국이 중국의 이해관계와 근본에서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지 말라고 압력을 넣기도 한다.
바이든 집권으로 한국이 양편에서 받는 이런 압력이 줄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든은 오바마의 부통령을 지내던 2013년에 박근혜를 만나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 하고 직설적으로 말한 바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미·중 갈등이 더한층 첨예해져 있다. 더 직설적인 압력도 얼마든지 가해질 수 있다. 일례로, 바이든의 국방장관 내정자 미셸 플러노이는 유사시 미군이 “남중국해를 오가는 중국의 해군 함정, 잠수함, 상선 모두를 72시간 안에 격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역설했다.
바이든 정부가 이런 강력한 중국 견제에 한국의 협력을 요구하면, 그에 따라 한국 지배자들의 고민도 커질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한반도 주변 정세의 불안정 속에서 나름의 입지를 확보하려고 군비를 증강하지만, 이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 협력 요구와 맞물려 한국을 더한층 제국주의적 갈등으로 빨려들게 하는 길이 되기 십상일 것이다.
근심
이런 제국주의적 갈등 악화는 북핵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당 정치인들과 이데올로그들은 바이든과 문재인 정부가 호흡을 잘 맞출 것이라고 말하지만 말이다.
국무장관 내정자 앤터니 블링컨은 9월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남한, 일본 같은 동맹과 긴밀하게 공조하고 중국을 압박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는 진정한 경제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
북한을 최대한 압박해 ‘비핵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이란 핵 합의 모델을 한반도에 적용하는 문제도 거론되는 듯하다. 그러나 지난 30년 가까이 동안 북핵 문제에 관한 어떤 합의도 (더구나 검증 문제 등 허다한 암초가 있으므로 더더욱) 제국주의 열강 간 갈등이 낳은 불안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관련 글 《마르크스21》 19호 ‘사반세기의 북핵 문제’). 그런 합의들이 잘 유지되지 못하고 매번 한계에 봉착한 까닭이다.
그래서 이란 핵 협정이 그랬듯, 그런 합의들은 협상 테이블 바깥의 정세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으면서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정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