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낙태권 운동:
사복 경찰의 폭력 물리치며 계속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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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낙태권 투쟁이 새롭게 활기를 얻으며 계속되고 있다.
11월 28일 전국에서 시위가 일어났다. 주말까지 60여 도시에서 집회가 예정돼 있다.
낙태권 시위는 헌법재판소가 심각한 기형아의 낙태조차 금지하는 판결을 내린 후 10월 22일부터 시작됐다. 헌법재판소는 [집권당 대표] 야로스와프 카친스키의 의지를 이행하려는 친정부 정치인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극도로 보수적인 ‘법과 정의당’(PiS)을 이끄는 폴란드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인이다.
이번 낙태권 시위는 법과정의당과 낙태 금지 판결에 대한 분노로 촉발됐다. 11월 28일 시위도 그 연장선에 있지만 11월 18일에 경찰 폭력이 기름을 끼얹은 탓도 있었다.
18일에 행진이 끝나자 사복 차림의 깡패가 시위대를 공격했다. 처음에 사람들은 이들이 예전에 여성 행진을 공격했던 파시스트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이었다. 그들은 최루가스 스프레이를 사용하고 강철 삼단봉을 꺼내 시위대를 공격했다. 그중에는 테러대응반 요원들도 있었음이 밝혀졌다.
좌파당 여성 의원도 최루탄 공격을 받았고, 하원 부의장인 좌파당 의원은 의회 밖에서 경찰에게 두들겨 맞았다. 11월 28일에는 또 다른 여성 의원이 최루 가스를 뒤집어썼다.
법과정의당 대표 카친스키는 자기 진영과 극우파로부터 동시에 도전에 직면해 있다. 그는 자신의 강인함을 보여 주려고 경찰을 압박해 시위대를 훨씬 더 가혹하게 대하게 했다.
잔혹한 진압
정부가 대중 시위에 뜻밖으로 강경하지 않게 반응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폭력에 기대는 것 또한 분노를 자아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게 할 수 있다.
바로 그것이 11월 28일에 일어난 일이다. 이 시위는 폴란드 여성 투표권 쟁취 102주년을 기념해 벌어졌다.
수도 바르샤바 도심에는 20세기 폴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유대인 혐오 정치인 로만 드모프스키의 이름을 딴 회전 교차로가 있는데, 시위대는 표지판들을 덮어서 이 교차로 이름을 ‘여성 권리 교차로’로 바꿨다.
경찰은 거대한 시위대를 저지하려고 여러 주요 도로를 차단했다. 시위는 4시간 동안 이어졌다.
5주 넘게 지속된 여성들의 시위는 폴란드 정치 지형을 바꿨다.
11월 둘째 주에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 70퍼센트가 시위를 지지한다. 13퍼센트는 여성들의 시위에 참여했다.
적어도 수백만 명이 한 번이라도 시위에 참여한 것이다.
지지
나머지 57퍼센트는 시위를 지지하지만 아직 참가하지 않았다. 놀랍게도 18~24세의 29퍼센트가 시위에 참가했다고 답했다. 18세 미만도 시위에 많이 참가했다.
이 운동은 다른 더 중요한 성공도 거뒀다.
그들은 우파, 즉 법과정의당의 가톨릭 민족주의자들과 파시스트 모두에게 타격을 입혔다. 우파의 낙태권 공격에 반대해서 수십만 명이 시위를 벌였을 당시, 파시스트가 조직한 11월 11일 독립 기념일 행진의 규모는 10년 이래 가장 작았다.
법과정의당은 여론조사에서 간신히 선두를 지키고 있다.
이전 집권당이고 신자유주의적인 제1야당 ‘시민연단’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사회민주주의 경향 연합 정당인 ‘좌파당’도 마찬가지다.
여론조사상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는 여성 시위를 지지하는 유명 자유주의 가톨릭 TV 진행자가 이끄는 정당 ‘폴란드 2050’이다.
그는 아직 의회에 입성한 적이 없기 때문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아웃사이더로 여겨지고 있다. ‘폴란드 2050’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20퍼센트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정치적 변화는 대규모 시위의 필요성을 사람들이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이 운동은 두려움을 모르고, 젊고, 주로 여성들로 이뤄진 새 세대 시위 참가자들을 배출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그들 스스로를 창조했다. 그들은 주요 도로를 막고 경찰의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 그들은 몇번이고 거듭해서 시위로 돌아온다.
시위는 반동적인 가톨릭 교회의 위계 질서를 더욱 약화시켰다.[폴란드는 가톨릭 교회가 공식 정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부터도 교회 출석률은 감소해 왔다.
이제 교회에 대한 비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헌법재판소의 낙태 금지 판결이 효력을 지니려면 총리가 11월 2일까지 판결을 공표했어야 했다. 그러나 총리는 아직까지 이를 공표하지 않았다. 따라서 헌법재판소 판결은 아직 법적 효력이 없다.
정부가 시위대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처음에는 더 많은 병원이 낙태 시술과 일부 산전 검진을 제공하길 꺼릴 것이라 예상됐다.
그러나 대규모 시위로 판결 공표가 지연되면서 일부 병원은 태아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경우 낙태 시술을 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일부 병원은 어중간한 입장을 취했다. 그들은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합법적인 낙태를 실시하되 그 사실을 공공연히 알리지는 않는다.
한편, 시위에 참가한 노조원이 상당한 것이 분명함에도 최대 노조들은 기껏해야 말로만 지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지면 노동자들은 더 나아갈 것이다.
토요일 바르샤바 시위에서 트램 기관사 라팔은 이렇게 말했다. “대다수 기관사들은 트램 전면 디스플레이에 이런 메시지를 띄웁니다. ‘우리도 여성들을 지지합니다’.”
보건 노동자들도 방역 마스크와 방제복을 입은 채 시위대를 상징하는 번개 기호를 내보이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시위와 시위 진압 경찰의 모습을 보며 사회에서 경찰이 하는 구실에 의문을 품고, 함께 싸울 때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깨닫고 있다. 이 운동의 주요 슬로건 하나는 “연대는 우리의 무기”다.
사람들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혁명적 정치의 필요성을 주장하기에 좋은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