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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사회주의자들의 기고:
폴란드 낙태 금지에 맞서 시위가 분출하다

낙태권을 요구하는 대중 시위가 폴란드 전역의 크고 작은 도시 수십 곳을 매일 휩쓸고 있다.

사람들은 폴란드 헌법재판소가 10월 22일 내린 혹독한 판결에 분노하고 있다. 이 판결은 기형아의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했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여성들은 심지어 태아에게 두개골 절반이 없어서 태어난 지 몇 시간 안에 죽게 될 경우에도 임신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분노한 시위대는 이것은 끔찍한 고문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폴란드에서 2016년에 낙태금지법 개악 시도에 맞서 승리를 거둔 일은 유명하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수많은 여성들과 남성들이 거리에 나섰다.

10월 24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시위. 코로나19에도 1만여 명이 모였다 ⓒ출처 Pracownicza Demokracja

시위 둘째 날인 10월 23일에는 수도 바르샤바에서 최소 1만 5000명이 행진했고, 포즈난과 브로츠와프에서도 1만 명이 행진했다. 시위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번 판결에 따르면 [낙태 시술을 한] 의사들은 최대 3년 동안 감옥에 갇힐 수 있다. 의사들은 일상적인 산전 진료와 시술을 할 때도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두려움에 떨게 될 것이다.

폴란드의 낙태 금지 법들은 이미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가혹하다.

현재 폴란드에서 이뤄지는 합법적 낙태 시술의 대부분이 태아에 기형이 있는 경우다.

2019년 이뤄진 합법적 낙태 시술 1100건 중 1074건이 이런 경우였다. 전체 임신 중절 수술 중 거의 98퍼센트에 이른다.

매년 폴란드 여성 15만~20만 명이 낙태 시술을 받으러 해외로 나가야 하거나 국내에서 불법적이고 비싼 낙태 시술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낙태권에 극렬하게 반대하는 자들은 이조차 부족하다고 한다.

‘낙태 금지’ 단체 회원이자 낙태금지법을 강화하라고 떠드는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카야 고데크는 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에도 낙태를 금지하기 바란다고 전부터 말해 왔다.

폴란드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일일 확진자·사망자 수가 기록적으로 치솟는 와중에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10월 27일 하룻동안 신규 확진자가 1만 6300명이었다.]

정부는 10명 이내로 집회 참가를 제한했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전염병 대유행을 우려하고 있지만, 이를 뛰어넘을 만큼 분노가 크다. 시위 조직자들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물리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엘리트주의적이고 계급 편향적인 서구의 사법적 기준에서 봐도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강경 우익 집권당 법과정의당(PiS)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를 불법적으로 장악하고 있다.

강경 대응

법과정의당 대표 야로스와프 카친스키가 헌법재판소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카친스키는 낙태권, 성소수자 권리, 인종차별 등의 쟁점에서 자신이 우익이나 파시스트보다도 더 강경함을 보여 주려 한다.

카친스키는 반동적인 가톨릭교회 상층부의 지지를 계속 다져야 하는 처지기도 하다.

소위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전문가’라는 자들은 진즉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환영했다.

하지만 폴란드인 약 80퍼센트가 낙태금지법 개악에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 법과정의당 투표자 중 58퍼센트도 이번 개악에 반대하고 있다.

의회를 거치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이런 결정을 내리도록 꼼수를 부린 것은 정부가 비겁하고 확신이 없음을 보여 주는 징후다.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시위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시위는 분노가 들끓고 강철 같은 결의에 차 있다. “우리 몸은 우리 것이다!” “법과정의당은 꺼져라!” 같은 구호들이 나왔다.

여성들은 분노에 가득 차 아주 먼 거리도 아랑곳 않고 행진했고 헌법재판소 건물, 법과정의당 당사, 카친스키의 집 밖에서 구호를 외쳤다.

23일에 시위대는 도시를 가로질러 총리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의 집으로 행진하기도 했다.

택시 운전사들은 시위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도로를 봉쇄했고, 구급차 노동자들도 시위에 참가했다. 시위 첫 이틀 동안 바르샤바에서는 시위가 몇 시간이고 계속돼, 각각 새벽 2시와 자정이 돼서야 끝났다.

정부는 겁을 먹었다. 경찰은 [10인 이상 집회 금지라는]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지침을 지키지 않은 시위대를 거리에서 쫓아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수십 명에게 최루가스를 뿌렸다.

앞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시위는 매일같이 계속되고, 작업장 행동이 필요하다는 호소도 벌써 나오고 있다.

이런 주도력이 발휘되고, 거리 시위 규모가 커지는 것이 이번 판결을 뒤집고 더 나아가 여성의 요구만으로 낙태를 할 권리를 쟁취할 열쇠다. 노동조합들이 이 운동을 지지하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요즘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연단이나 시위 대열에서 이런 말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이것은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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