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사회주의자가 전한다:
거대한 낙태권 운동으로 파시스트 행진이 쪼그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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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올해 파시스트들이 주도한 연례 행진이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
11월 11일 독립기념일에 열리는 이 행진에는 한동안 매년 수만 명이 참가해 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고작 수천밖에 되지 않았다. 10년만에 가장 작은 규모였다.
올해 행진 조직자들은 예전만큼 많은 참가자들을 모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들은 올해 행진을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들의 행렬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말이다. 사실 이들은 지지자들에게 기차를 타고 바르샤바에 와 도보 행진에 참가해 달라고 뒤에서 분주하게 호소했다.
올해 파시스트 행진 규모가 이토록 작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3주간 벌어진 광범한 대중적 여성운동이 극우의 지지에 타격을 줬다. 9월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파시스트와 극단적 신자유주의자들의 연합 정당인 ‘자유와 독립’의 지지율은 8.2퍼센트였다.
그러나 11월 초 이들의 지지율은 고작 4.4퍼센트였다.
10월 22일 이래로 낙태권 시위가 전국의 거리, 심지어는 아주 작은 마을의 거리까지 뒤덮었다.
총 시위 참가자 수는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이번 시위는 우파가 장악한 헌법재판소가 내린 터무니없는 판결에서 촉발됐다. 이 판결에 따르면 여성들은 심각한 기형아를 임신한 경우에도 낙태를 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이 효력을 발휘하려면 국무총리가 판결을 공포해야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공포 기한은 11월 2일이었다.
이런 상황은 그 자체로 승리다. 정부는 더 거대한 시위를 부추길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부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법을 어기거나 공포 시한을 무시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일부 병원 운영자들은 판결이 발효돼야 낙태 제한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지만 일부 병원 운영자들은 이미 낙태 제한을 강화했다.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11월 9일 바르샤바에서는 한 여성이 체포되자 시위자들이 도시에서 가장 붐비는 길목들을 봉쇄했다.
여성들의 투쟁과 파시즘 반대 운동의 연관성이 갈수록 또렷해지고 있다.
파시즘 반대
극우들은 가장 가혹하고 엄격한 낙태법을 원한다. 파시즘 반대 구호들은 여성들의 시위에서 흔하게 들린다.
우파 정당인 ‘법과정의당’이 집권한 이래로 파시스트들은 국영 언론들을 통해 열정적인 애국자들로 묘사돼 왔다. 그러나 파시스트들은 낙태권 집회 참가자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한다.
이제는 거리에 나온 수많은 시위 참가자들과 집에 머무르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여성 혐오적인 극우의 민낯을 목격하고 있다.
여성들의 시위를 공격하는 자들 중 일부는 새로 창설된 ‘국민방위군’의 파시스트들이다. 이 파시스트 거리 전투 조직은 로베르트 봉키에비치가 만든 것으로 그도 역시 독립기념일 행진의 대변인이자 주요 조직자다.
극우 세력은 11월 11일 행진으로 힘을 재건하길 바랬다. 그러나 이들의 “명망 높은” 행진은 처참히 실패했다.
행진에 참가하는 폭력배들은 파시스트 조직들의 회원들이거나 이와 연관된 축구 클럽의 팬들이다. 그들은 이번 시위의 수적 열세에 좌절했고 거리에서 행패를 부렸다.
파시스트들은 바르샤바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질렀다. 그들은 아파트에 조명탄을 던졌는데 발코니에 “여성들의 파업” 배너와 성소수자 무지개 깃발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행진은 행진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의 충돌로 끝났다.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려고 곤봉과 고무탄을 사용했다.
경찰은 행진을 처음부터 막을 수도 있었다. 그 행진은 이미 법원에서 두 차례나 불법으로 판정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처음부터 행진을 막지 않았다. 5년간 ‘법과정의당’ 정부는 극우의 절친이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수층부터 파시스트를 아우르는 전체 우익들의 리더임을 자처하고 싶어한다.
2년 전 독립기념일 행진에서는 온갖 정부 인사들과 대통령이 군용차들과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행진의 선두에 섰다.
정부는 지난 5년 동안 파시스트들을 고무해 왔다.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지만 올해는 그들의 전략이 초라하게 실패했다.
우리는 이번 파시스트 행진과 관련해 두 가지 점을 강조해야 한다.
첫째, 파시스트들의 잔혹성은 그들이 실질적인 위협임을 보여 준다. 우리는 모든 기회를 활용해 그들을 막아내야 한다. 둘째, 우리는 거대한 대중 투쟁, 때로는 다른 쟁점들로도 파시스트들을 약화시킬 수 있음을 경험했다.
이번 파시스트들의 행진이 크게 쪼그라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파시스트들을 무찌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우리[폴란드 혁명적 사회주의자 단체 ‘노동자 민주주의’]는 여성들의 시위에서 유인물을 뿌리고 신문을 수백 부 판매했다. 사람들은 1면을 팻말처럼 사용했다.
1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두려움이 아니라 결정권을 원한다! 낙태권을 보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