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 강연②: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백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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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스코틀랜드 맑시즘2020’ 행사의 일환으로 11월 29일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롭 월러스가 발제하고 질문에 답한 내용 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백신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끔찍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효능 있는 백신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고 지키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 제시된 세 가지 백신(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로제네카)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백신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한 번 맞으면 평생 또는 어느 정도 기간 동안 면역력을 갖게 되는, 예컨대 홍역 백신 같은 것이 아닙니다. 지금 거론되는 백신은 ‘살균면역’을 제공하는 백신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백신을 맞아도] 여전히 코로나에 감염되고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개발된 백신들은 다만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수준의 면역력을 제공할 뿐입니다. 대체로 그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 만큼 백신을 맞으면 다시 술집에 가서 마스크를 벗고 수다를 떨 수 있다는 생각은 (저도 정말이지 그러길 바라지만) 오산입니다. 애초 그럴 수 있는 백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백신 개발 단계에서 3상 임상 실험을 일부 건너 뛰었다는 것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특히 이 문제 때문에 지금 곤란을 겪고 있죠.
백신을 빠르게 생산하고 조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연내] 2000만 명분을 생산한다고 하면 꽤 많아 보이지만 사실 많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중 한 명이라도 백신을 맞기까지는 반년에서 1년 반까지 걸릴 것입니다.
제 생각에 백신은 이데올로기적 대용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국가들은 공공재라는 개념을 완전히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나라들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았죠. 중국, 베트남,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남한, 대만 등 기이하게도 정치적으로 매우 이질적인 나라들이 그랬는데, 이런 나라들은 쭈뼛거리면서 “음, 어쩌면 우리가 통치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방향을 약간이나마 진지하게 추구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많은 나라들은 마치 휘파람을 불고 태연한 척하면서 공동묘지를 지나는 듯이 굴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호되게 당했죠. 그러나 그들은 계속해서 호되게 당하고 이데올로기적 대용물[백신]로 혼란에 빠질지언정, 자신들이 통치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실제로 보호하기는커녕 공공재로 자기들의 부를 늘리려 할 것입니다.
그런 만큼 지금은 우리가 저들에게 되받아쳐야 할 때입니다.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