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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 강연①:
자본주의 하에서 팬데믹이 재연될 수밖에 없는 이유

다음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스코틀랜드 맑시즘2020’ 행사의 일환으로 11월 29일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롭 월러스(사진)가 발제하고 질문에 답한 내용 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사회자: 롭 월러스는 ‘농생태학·농촌경제연구단’(ARERC) 소속이고 훌륭한 마르크스주의자이자 진화생물학자입니다. 또한 《거대 농장이 거대 독감을 낳는다: 감염병, 농업, 과학의 본질에 관한 보고서》[국역: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서평 링크)]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의 기원을 다루는 새 책 《죽은 역학자들》을 9월에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모시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롭 월러스: 안녕하세요.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은 아주 나쁩니다.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감염자가 6200만 명이 넘지만, 이는 각국 당국이 확인한 규모일 뿐 실제 감염자 수는 그 5~10배에 이를 수 있습니다.

여기 미국에서는 1400만 명이 감염됐고, 인도에서는 900만 명 이상, 브라질 600만, 프랑스 200만, 러시아 200만, 스페인 160만, 영국에서는 160만 명 이상 감염됐습니다. 세계적으로 대략 150만 명 정도가 사망했는데 아직 겨울 유행의 겨우 초입입니다. 상황은 아주 나쁩니다.

이런 문제에서 과학이 하는 구실에 대해 잠깐 얘기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과학을 해결책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초 이런 문제에 우리를 빠뜨린 것도 과학입니다. 저 자신도 진화생물학자이고 제 연구 분야에 긍지가 있지만, 기후변화나 팬데믹 등 이 난장판으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데서 과학이 자본주의의 공범이라는 점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부르주아지가 자연을 상품화하고 사람들을 노동력으로 전환시키는 일을 처음부터 도왔습니다. 오늘날 많은 대학들은 자본주의 생산 사이클 심장부에 조직돼 있고, 신자유주의적 계기의 또 다른 표현일 뿐입니다. 예컨대 제가 있는 미국 미드웨스트 지역 대학들은 처음 생길 때 토지를 불하받으면서 현지 농부들을 도와 농업을 연구하겠다는 약속을 대학 헌장에 새겨 넣었지만, 주 정부들은 재정 지원을 중단했고, 대학 당국은 소위 ‘현실’에 적응했습니다. 그 현실이란 대학 캠퍼스를 사실상 농축산기업의 연구개발 부서로 전환하는 자본주의적 현실이었습니다.

그 결과 자유로운 탐구를 포기했습니다. 흔히들 과학이라 하면 호기심을 파고들어 연구하고 새로운 발견을 이루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저는 과학자로 일하면서 대학들이 그런 연구를 배격하는 것을 목도했습니다. 오늘날 대학 연구는 사실상 기업을 위해 일하면서 오버헤드[수주한 연구비에서 대학 본부가 가져가는 돈]를 벌어들이는 게 목적입니다.

각종 연구들이 세우는 비용-효율 산정식은 경제지상주의 윤리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이런 윤리는 공공성이 큰 기관들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체제의 수탈적 성격이나 인위적 결핍에 대해서는 입을 다뭅니다. 그런 것을 파헤치는 분석인 것처럼 제시되지만 말이죠.

공장형 축산은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면역학적 ‘방화벽’을 걷어낸 것과 다름 없다

야생지역 파괴와 공장형 축산

그럼 이런 게 코로나19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근본에서 농업이 이번 위기를 야기한 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자본주의 하의] 농업은 마지막으로 남은 소위 ‘원시림’을 밀어버리고 영세 토착 농민들을 몰아냄으로써 사회와 야생과의 접촉면을 크게 늘렸습니다. 그 결과 많은 야생 종이 자취를 감췄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들도 있었는데 박쥐와 거위가 그런 사례입니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에볼라는 [2013년] 서아프리카에서 대대적으로 유행하기 전에도 종간 장벽을 넘어 사람을 감염시키고 마을을 덮치곤 했습니다. 치사율이 90퍼센트나 되기 때문에 한두 마을이나 고릴라 무리가 큰 타격을 받곤 했죠.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2013년에는 서아프리카를 강타했는데 당시 3만 5000명이 감염돼서 1만 1000명이 숨졌습니다. 주요 도시에서 시신이 거리에 뒹굴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그런데 바이러스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유전자 구조도 큰 틀에서 변하지 않았고, 역학적, 임상적 내용들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피해가 커졌을까요?

[주류] 과학은 이런 문제에서 바이러스만 들여다볼 뿐 병원체가 등장하는 더 큰 인과관계는 보지 못합니다. 반면 저희는 이 현상을 ‘신자유주의 에볼라’라고 부릅니다.

[서아프리카 국가 중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라이베리아는 1925년부터 수탈당했고 고무 채취가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지만, 이런 나라들은 최근 20~30년 전부터 IMF와 세계은행의 요구대로 구조조정과 다국적 기업을 받아들였습니다. 정부는 그 비용을 부채로 조달하는 대신 공중보건과 동물 방역 예산을 줄였습니다.

그와 함께 준국영기업들이 급격히 부상해 산림농업 지역에서 영세 농민들을 쫓아내고, 그곳을 파괴하여 단일 품종 경작지로 만들고, 농민들을 그 지역의 노동자로 만들었습니다. 뭔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사실상 자본주의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일어난 토지 ‘인클로저’가 서아프리카에서 되풀이된 것입니다.

그러나 곤충을 먹는 박쥐나 과일을 먹는 쥐들은 쉽사리 자취를 감추지 않습니다. 그 대신 새로 등장한 플랜테이션 산업, 예컨대 팜유, 마카다미아 농장에 새 터전을 마련합니다.

이 박쥐들은 보금자리와 사냥터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포식자도, 경쟁자도 없었습니다. 박쥐와 현지인들의 접촉이 잦아졌는데 박쥐는 에볼라 등 다양한 바이러스의 숙주이기도 합니다.

그 결과, 종간 감염이 빈번해지고 종간 감염 병원체가 다양해졌습니다. 한편 노동자들은 일감이 떨어지는 계절에는 임금을 벌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도시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전처럼 농사를 지을 땅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도시와 농촌 사이에 이주가 활발해지면서 에볼라는 서아프리카 오지에서 도시로 직행할 수 있었고, 비행기를 한 번만 타면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가 [전파 과정의] 한쪽 끝이고요 다른 쪽 끝은 야생의 오지인데요, 일부 병원체가 야생에서 반대쪽 끝으로 번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반대쪽에는 생산의 순환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산업적 양돈장과 양계장에서 온갖 병원체가 출현합니다. 이런 시설들은 대도시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공장형 축산은 그야말로 자본주의 논리가 첨단을 달리는 곳입니다. 가축들은 사실상 살코기로 된 이윤으로 취급됩니다. 가축에 관한 모든 것 — 유전자 단계부터 사료 선정, 생장, 운반까지 — 이 단기간 안에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저는 진화생물학자로서 2005년부터 이 문제를 들여다봤습니다. 사실 저는 뉴욕시에서 자랐고 농업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바가 없었고 간접적으로만 알았을 뿐입니다. 그런 제가 농업을 연구하게 된 것은 공장형 축산에서 가축을 키우는 방식이 수십억 명의 목숨을 빼앗을 병원체를 선택하는 과정이 될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공장형 축산에서는 한 축사에, 예컨대 칠면조 1만 5000마리 또는 산란계 25만 마리를 몰아넣고 키웁니다. 이처럼 유전적으로 비슷한 동물들을 한군데 몰아넣으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유전적 방화벽을 없애는 효과를 냅니다.

다시 말해 자연 상태에서는 병원체가 다양한 면역 체계들을 뚫어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닭이 면역 체계가 똑같으면 병원체는 그 하나만 뚫으면 됩니다.

게다가 그토록 많은 닭을 한군데 모아놓으면 사실상 가장 빠르게 전파되는 병원체가 선별되게 됩니다.

공장형 축산이 아닌 상황에서는 병원체가 너무 강력해서는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다음 숙주를 마련하기 전에 숙주가 죽어버릴 테니까요. 그래서 야생의 숲에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생물들이 있어 치명률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기도 어렵고, 또 어쩌다 치명적인 병원체가 등장하더라도 연쇄적으로 숙주를 확보하는 데 곤란함이 있기 때문에 그 숲을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닭이나 돼지 등이 한곳에, 그것도 아주 높은 밀도로 모여 있으면 병원체 입장에서는 이런 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음 숙주가 언제나 준비돼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병원체가 농장 전체를 빨리 감염시킬지 사실상 경쟁을 붙여 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농업에서 최악의 병원체가 양성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가축들을 자기가 사는 곳에서 번식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감염병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죽지 않고 생존한 가축이 한두 마리 있기 마련입니다. 고병원성 조류독감(H5N1)이 휩쓸고 지나간 곳의 사진을 봐도 상태가 안 좋긴 하지만 목숨이 붙어 있는 새들이 있곤 합니다. 이런 동물들에게는 감염에 어느 정도 저항하는 유전적 변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살아남은 새들의 후손을 키우면 해당 병원체에 면역력이 있는 새들을 얻으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공장형 축산에서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모든 교배는 가축이 사는 현장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큰 젖통이나 빠른 성장 속도 같은 형태적 특징을 겨냥한 원종(原種) 수준에서 별도로 이루어집니다.

결국 자본주의 농업은 자신을 방어할 자체적 수단이 없습니다. 백신에 의지하고 항생제에 의지하죠. 그런데 오늘날에는 항생제 내성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아마 매일같이 백신 뉴스를 접하실 테지만 사실, 인간은 물론이고 동물도 백신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조류독감에 대한 저항력을 만들어 내려면 해마다 수십억 마리의 새에게 백신을 놔야 합니다. 백신 개발에는 장시간의 수고가 들어가기에 어떤 감염들은 아예 잡지도 못합니다. 예컨대, 이곳 미국 중서부에서 H5N2 조류독감이 닥쳤을 때 1년 뒤 백신이 개발됐지만 이미 바이러스는 휩쓸고 지나간 뒤였습니다.

제가 백신 개발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백신은 감염병에 맞서는 중요한 무기이지만 사후적 대응이라는 것이고, 애초 감염병이 생기기 전에 막을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자: 발제 감사합니다. 몇 가지 질문을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라비야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이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갈까요? 가난한 나라나 미국처럼 부유한 나라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도 맞을 수 있을까요?”

다음으로 이언은 이렇게 물었네요. “이런 위기를 막기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지배계급은 정말 세계 어디에도 없을까요?”

라지야는 “과학이 중립적으로 연구되는 곳은 없나요?” 하고도 물었습니다.

이건 자일스의 질문입니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야생동물에서 사람에게 옮은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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