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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 강연③:
체제 내 해결책은 정말 불가능할까?

다음은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스코틀랜드 맑시즘2020’ 행사의 일환으로 11월 29일 개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롭 월러스가 발제하고 질문에 답한 내용 중 일부를 번역한 것이다.

[지배계급이 제대로 하는 곳은 없냐는 질문에 대해] 사실 저들이 제대로 하는지 안 하는지 관심 없습니다. 제가 좀 지나친 말을 했지만, 저는 저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들은 우리가 강요해야만 올바른 일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도 희망을 갖고 싶지만,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는 것을 회피하려고 희망을 운운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금 우리는 향후 몇 세대의 운명이 걸린 갈림길에 서 있고, 근본적 개입이 요구되는 존재론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가 아니라 사람을 구해야 한다 ⓒ출처 경북대병원

이런 상황에서 부르주아지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그들의 체제가 애초에 지금의 문제를 야기한 자연 파괴와 착취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마당에 말입니다.

저들은 ‘그린 워싱’[기업들이 친환경 홍보로 자신의 환경 파괴를 은폐하는 것]을 하거나 자본주의가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다는 식의 케인스주의를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공기, 물, 식량처럼 삶에 필수적이고 원래는 풍부했던] 자원이 부족해질수록 경제적으로는 가치가 더 커지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이를 “로더데일 역설”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그런 자원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런 경쟁이 마치 세계를 구원할 방법인 양 제시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규모 자영농 원주민들을 땅에서 내쫓고 있죠. 그러나 이들은 그곳을 먹거리숲[다양한 먹거리 식물들이 자연과 비슷한 생태계를 이루도록 조성한 곳]으로 일궈 온 사람들입니다.(우리는 흔히 이런 곳을 자연으로 오해하고는 하죠.) 그런데 소위 ‘기술 경영 기법’을 도입한답시고 이들을 내쫓고 자연을 파괴하면서도 그것이 자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르주아지들이 아무리 깔끔하게 차려입고 공손하게 행동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소시오패스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의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공공재라는 개념을 무시하고, 이 세계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조금도 생각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물론 우리 인간은 생존을 위해 자연에서 필요한 것을 얻어야 하지만 멸종을 초래할 정도로 자원을 추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이런 자들에게 답을 기대하는 것은 가망이 없습니다. 이들에게서는 어떠한 선의나 좋은 아이디어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미련을 갖고 계시다면 얼른 생각을 바꾸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과학에 대해 물은 분이 있었는데, 저는 중립적 과학이라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도 과학자로서 엄격한 경험주의 즉, 자료를 수집하고 가설을 검증하고, 객관적 사실을 주관적 바람과 혼동하지 않으려는 노력(“흄의 길로틴”) 등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은 그 방향으로만 너무 나아간 나머지 방법과 목적을 혼동하고 있고, 그래서 어떤 질문을 던질지는 고심하지 않는 오류에 빠졌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과학은 돈 많은 사람이 접근해서 ‘우리가 이런 일을 완수할 방법을 찾아주게’ 하고 시키는 대로, 결국 이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만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떻게 식량을 생산해야 수억 명의 목숨을 빼앗을 병원체를 만들어 내지 않을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질문을 진지하게 던졌다면 지금처럼 농작물과 가축을 기르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학 연구와 연구비의 많은 부분은 우리를 파괴하는 이 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오해하시면 안 되는데, 저도 훌륭한 연구들이 많다고 보고 또 제 논문들도 다른 과학자들을 많이 인용합니다. 다만 저는 그 연구들이 당연시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과학이 다른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다고, 즉 충분히 엄격하고 통계 분석을 사용하면서도 실증주의적 경험주의가 아니라 역사적 경험주의에 기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적 경험주의는 땅과 자연, 사람이 모두 함께 변하고 역사적 계기들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가 연구하는 과정[자연]과 이와 관련된 사람들 모두를 아우르는 독특한 정치경제학을 이룬다는 관점입니다.

예컨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유전자를 연구해서 코로나19를 다 이해한 것처럼 구는 대신에, 중국에서 지역 주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인 박쥐의 서식지들에 점차 침범하게 된 역사적 과정과 코로나19를 연결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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