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코로나19도 멈추지 못한 자본주의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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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동자 연대〉 편집부가 넣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운 좋게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2020년은 삶이 멈춘 듯한 한 해였다. 전염성이 더 강한 새로운 코로나19 변종이 퍼지고, 영국 정부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냉혹하고 무능하게 대응하니, 이런 나날들이 끝나기까지는 더한층 멀어졌다.
하지만 자본주의도 멈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는 언제나 움직이고, 언제나 변화한다. 이는 〈파이낸셜 타임스〉 연말 특집호에 실린 매우 주목할 만한 기사 몇 편에도 드러난다.
한 기사는 이렇게 썼다. “학계·자문위원·기업 고문들에 따르면, 은행과 중앙은행의 정책과 소비 양상 변화가 맞물리면서 부와 성장이 소수 대기업 수중에 집중되던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IT·소매·제약 등 핵심 부문의 대기업들은 감염병 대유행에서 남들보다 더 유리했다. 소비자들은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여력을 갖춘 소수의 친숙한 대기업들에게서 상품을 집중적으로 구입했다. 그런 적응 능력 중 가장 분명했던 것은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기업의 힘이 커지는 것은 코로나 전부터 계속된 장기적인 추세다. 2019년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발표한 한 연구는 이렇게 지적했다. “대기업들이 지배적 지위를 유지하기는 점점 더 쉬워진 반면, 소기업들이 규모와 수익성을 키우기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대기업과 소기업 사이의 투하자산수익률 중위값 격차는 1990년대 15퍼센트에서 2010년대 30~35퍼센트로 커졌다. 대기업은 연구개발에 소기업보다 훨씬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것이 요인 중 하나인 듯하다. “2017년에 대기업은 연구개발(R&D)에 평균 3억 3000만 달러를 지출한 반면, 소기업은 고작 600만 달러를 지출했을 뿐이다. 소기업이 대박 같은 발견을 이루지 않는 한 대기업을 따라가기에 명백히 미흡한 것이다.”
투자는 금융 시장 접근성에 따라 달라진다. 이 점에서도 대기업이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유리했음을 〈파이낸셜 타임스〉의 또 다른 기사는 지적했다.
지난 몇 해 동안 기업들은 차입금을 크게 늘렸는데, 저금리와 각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정책(신규 유동성을 금융 시장에 쏟아붓는 것)에 대응해서였다.
채권
한편, 오늘날 기업들은 은행 대출보다는 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차입한다.
2020년 3월에 감염병이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면서 채권 시장은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혔고, [채권 등의] 자산 가치가 폭락했다. 이에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개입해 각종 회사채 등 금융 자산을 매입하기로 약속했다. “채권을 단 1달러도 구입하지 않았지만 연준의 약속만으로 채권 가격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됐고, 기업들은 회사채를 물 만난 듯 발행할 수 있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 차입 열풍” 속에서, 2020년에 미국 기업들은 채권 시장에서 1조 8000억 달러를 끌어모았다. 대기업들이 자금을 더 쉽게 모을 수 있었다. 컬럼비아경영대학원의 올리비에 다무니를 인용한 기사는 다음처럼 전했다. “더 영세한 기업들이 더 많이 의존하고 또 더 비싸기도 한 은행 대출은 올해 문턱이 더 높아졌는데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다무니는, 2020년 상반기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분이 ‘거의 모두 대기업이 이미 설정해 뒀던 한도대출* 계좌에서 인출한 데서 나왔다’고 결론지었다.”
한편, “부채 증가분에 대한 기업의 상환 능력은 줄었고, 로히트홀드그룹의 데이터에 따르면 소위 ‘좀비 기업(최근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대출 이자보다 작은 기업)’의 수가 늘어 역대 최고치에 가까워졌다.”
이 때문에 연준과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은 채권 시장을 계속 떠받쳐야 하는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고 그래서 2007~2009년 세계 금융 공황 이래 이런저런 방식으로 그래 왔다.
자산관리 기업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의 알렉스 베루드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연준 때문에 기업들은 [빚을 감당하지 못해도] 구제받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게 됐습니다.”
그러니 자본주의가 끝없이 팽창하리라는 생각의 기초는 그다지 견고하지 못한 것이다. 좌파의 과제는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이 100년도 더 전에 말한 대로다. “현실 그 자체만큼 급진적이어야 한다.” 끊임없이 변모하는 이 체제만큼 급진적이어야 한다.